[이코노미세계] 새벽 공기가 매섭게 내려앉은 시간. 아직 해가 뜨기 전, 의정부의 한 건설현장 인근에는 하루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 모인 일용근로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도시가 잠든 사이,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5일 이른 새벽 현장을 찾아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도시를 지탱하는 힘은 가장 이른 시간부터 묵묵히 땀 흘리는 분들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형식적 현장 점검이 아니었다. 구직을 위해 새벽마다 모이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의 실제 근로 실태와 애로사항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향후 시의 일자리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김 시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지 않으면 행정은 공허해진다”며 현장 중심 행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근로자들의 호소는 구체적이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일의 불확실성’이다. 아무리 새벽부터 현장을 지켜도 하루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날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철에는 현장 가동 자체가 줄어들면서 생계의 불안은 더욱 커진다.
한 근로자는 “추운 날일수록 일이 줄어드는데, 그럴수록 생활은 더 막막해진다”고 토로했다. 고용보험이나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일용근로자들에게 ‘오늘 일감이 있느냐 없느냐’는 곧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 같은 현실은 건설 경기 변동과 지역 일자리 구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회성 지원이나 단기 대책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정부시는 지역 일자리 보호를 위해 관련 제도를 꾸준히 정비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의정부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다. 이 조례는 민간 건설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지역 내 건설장비와 인력을 50% 이상 사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한 ‘의정부시 지역건설근로자 우선고용 및 체불임금 없는 관급공사 운영을 위한 조례’를 통해 ▲지역 근로자 우선 고용 ▲구인·구직 연계 강화 ▲관내 업체가 보유한 신기술·특허의 설계 반영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고용 확대를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체감 효과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근로자들은 “조례가 있어도 실제 일거리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정책이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다.
김동근 시장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기업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을 많이 유치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의정부시는 미군 반환공여지 개발 방향을 기존의 아파트 중심에서 기업부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주거 위주의 개발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더해 용현산단의 고도제한이라는 문화재 규제 개선을 추진해 기업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개발제한구역(GB) 해제를 통해 새로운 기업부지를 마련하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도시 체질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이 들어서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어나야 일용근로자들의 ‘하루 벌이’ 구조도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시장이 현장에서 강조한 말은 분명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이는 복지 정책을 부정하는 발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복지의 출발점이 일자리라는 인식에서 나온 메시지다.
현재 의정부 관내에는 99개의 직업소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는 지역 내 구직 수요가 얼마나 상시적으로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시는 이들 직업소개소와의 연계를 통해 구인·구직 매칭의 효율성을 높이고, 현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현장 방문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후 정책적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근로 실태 조사 결과가 실제 일자리 지원 정책, 기업유치 전략,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로 어떻게 연결될지가 관건이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소통을 통해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한파 속 새벽을 견디며 하루를 시작하는 노동자들의 삶이 정책의 문장 속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선언이 현장에서 증명될 차례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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