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조영복 초상’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뮤지엄×만나다’ 사업에 선정되며 다시 한번 관람객 곁으로 찾아온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선정된 이번 사업은 박물관 대표 소장품의 역사성과 기관의 정체성을 대중과 연결하는 문화 프로젝트로, 경기도박물관은 조선 후기 초상화의 백미로 꼽히는 ‘조영복 초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뮤지엄×만나다’는 전국 박물관·미술관의 대표 유물을 매개로 각 기관의 이야기를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단순한 유물 소개를 넘어 소장품이 지닌 시대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를 대중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기도박물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영복 초상’을 대표 소장품으로 내세우며 박물관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함께 조명한다.
이번 사업의 중심에 선 ‘조영복 초상’은 조선 후기 문인화가 조영석(1686~1761)이 유배 중이던 형 조영복(1672~1728)을 그린 작품이다. 1725년에 제작된 이 초상화는 단순한 인물 재현을 넘어, 형제 간의 정과 인간적 애틋함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엄격한 초상화 전통 속에서도 인물의 감정과 기품을 섬세하게 표현해 조선 후기 초상화의 수준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힌다. 현재 국가 보물로 지정돼 있으며, 경기도박물관이 1994년 함안 조씨 문중으로부터 기증받아 소장 중이다.
미술사적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높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대체로 엄격한 형식과 상징성에 무게를 뒀지만, ‘조영복 초상’은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와 정서를 함께 담아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유배라는 정치적·사회적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선비 정신과 형제애를 한 화면 안에 담아내며, 초상화가 단순 기록화를 넘어 인간의 삶을 담는 예술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경기도박물관은 이 작품이 단순한 대표 유물을 넘어 박물관 역사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조영복 초상’의 기증은 경기도박물관 초상화 컬렉션 구축의 출발점이 됐으며, 이후 체계적인 수집 활동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박물관은 개관 이전부터 초상화 수집에 공을 들여왔으며, 현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초상화 소장기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박물관·미술관 주간에는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관람객들은 상설전 전시 공간에서 ‘조영복 초상’을 직접 찾아 사진을 촬영한 뒤 행사에 참여할 수 있으며, 참여자에게는 조영복 캐릭터 스티커가 증정된다.
단순 관람을 넘어 관람객 스스로 작품을 발견하고 경험하도록 유도한 프로그램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친근한 접근을 시도했다는 평가다. 박물관 측은 이와 함께 박물관·미술관 주간 기념 소장품 카드도 배포하며 현장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계획이다.
최근 박물관·미술관 운영이 ‘체험형 콘텐츠’ 중심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경기도박물관 역시 디지털 기반 콘텐츠 확산에 적극 나선다. 박물관은 이번 사업을 통해 숏폼 영상 콘텐츠와 SNS 카드뉴스, 전시 굿즈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문화 향유 방식 변화에 맞춰 짧고 직관적인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온라인 홍보를 강화해 문화유산 접근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박물관은 향후 같은 인물을 그린 또 다른 보물 ‘조영복 초상’ 관복본과의 연계 전시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 초상화의 다양한 표현 방식과 인물 재현의 특징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단일 작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관련 유물 간 연결성을 강화해 보다 입체적인 역사·예술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최근 박물관의 역할이 단순 유물 보관을 넘어 ‘문화 경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정적인 전시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문화 향유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박물관이 추진하는 참여형 이벤트와 디지털 콘텐츠 확대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경기도박물관 관계자는 “조영복 초상은 예술성과 역사성뿐 아니라 박물관의 시작과 기증 문화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는 작품”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관람객들이 상설전 속 문화유산을 보다 친근하고 즐겁게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문화유산 대중화와 박물관 활성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콘텐츠와 결합해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문화기관의 역할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조영복 초상’은 단순히 오래된 그림 한 점이 아니라, 조선 후기 지식인의 정신세계와 인간적 감정을 동시에 담아낸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유배지의 형을 바라보는 동생의 시선,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은 선비의 모습은 300년이 지난 지금도 관람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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