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추진 중인 ‘경기 극저신용대출 2.0’ 사업이 예산 운용의 불투명성과 사후관리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도의회에서는 해당 사업이 당초 취지와 달리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구조적 개편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안계일 의원은 28일 열린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해당 사업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안 의원은 사업 구조 전반을 “깜깜이 예산 증식”이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핵심 쟁점은 예산의 실제 운용 규모다. 표면적으로는 본예산 30억 원과 이번 추경 30억 원을 합쳐 총 60억 원 규모로 의회의 심의를 받는 구조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존 대출 상환금 약 90억 원이 별도의 통제 없이 재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은 “상환금이 반복적으로 재투입되면서 사업 규모가 단기간에 약 150억 원 수준까지 확대되는 구조”라며 “불과 몇 달 사이에 60억 원짜리 사업이 150억 원 규모로 불투명하게 불어나는 것은 의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는 겉으로 드러난 예산과 실제 집행 규모 간 괴리를 키우며,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특히 의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금이 반복적으로 사업에 투입될 경우, 정책의 실효성뿐 아니라 책임성 확보도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예산 구조뿐만이 아니다. 사업의 사후관리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은 과거 대출자 중 약 30%가 연락이 두절된 사례를 언급하며, 채권 관리 체계의 부실을 강하게 질타했다.
해당 사업은 연 1%의 초저금리에 최장 10년 상환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한다.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취약계층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금융 안전망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상환 관리와 자립 지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안 의원은 “경제적 자립을 이끌어낼 촘촘한 채권 및 사후관리 시스템이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며 “단순 대출 지원을 넘어 회수와 재기까지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달체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경기도는 비영리 수행기관이 대출 접수부터 심사, 실행, 전산 관리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는 문화재단 보증 이후 금융기관이 대출을 실행하는 다른 지자체 방식과 대비된다.
안 의원은 “비영리 기관이 사실상 금융 기능을 독점하는 기형적 구조”라며 “전문 금융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정책의 취지와 실제 성과 간 괴리를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애초 ‘경기 극저신용대출 2.0’은 신용평점 하위 10%(기초생활수급자 등은 하위 20%)에 해당하는 만 19세 이상 도민에게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1인당 최대 200만 원을 낮은 금리로 제공해 불법 사금융 유입을 차단하고 경제적 재기를 돕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낮은 상환율과 일부 대출자의 연락 두절, 도덕적 해이 가능성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운영 방식에 대한 신뢰는 점차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도의회는 이번 추경 심사를 계기로 해당 사업에 대한 구조적 개선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단순한 예산 증액이나 축소를 넘어, 사업 운영 방식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 의원은 “선한 의도로 시작한 정책이라도 과정이 불투명하고 결과가 부실하다면 그것은 실패한 정책”이라며 “도민의 혈세가 한 푼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편법적인 예산 편성을 근절하고, 투명한 사후관리 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경기 극저신용대출 2.0’ 사업은 정책 취지와 재정 책임성 사이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안전망이라는 본래 목적을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설계와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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