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미·중 무역 갈등과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며 수출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는 가운데, 경기도가 도내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 지원에 나섰다. 단순한 긴급 자금 수혈을 넘어 연구개발과 시장 다변화, 공급망 안정화까지 아우르는 중장기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기도는 지난달 말 총 2246억 원 규모의 ‘미래성장펀드 8호’ 조성을 완료했다.
이번 펀드는 미국의 관세 강화 움직임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특정 국가와 품목에 편중된 국내 수출 구조를 개선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 경쟁력 확보를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공동으로 100억 원을 출자했고, 여기에 민간 투자금 2146억 원이 더해져 총 2246억 원 규모로 조성됐다. 이는 당초 목표였던 5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목표 대비 4배가 넘는 자금이 모였다.
도는 이번 펀드 조성이 단순한 금융 지원 사업을 넘어 도내 산업 구조를 미래 성장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민간 자금까지 대규모로 유치했다는 점은 경기도 산업 경쟁력에 대한 시장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래성장펀드 8호의 주요 투자 대상은 도내 수출기업 가운데 기술 혁신 역량과 산업 전환 가능성을 갖춘 기업들이다. 경기도는 ▲연구개발 경쟁력이 높은 기업 ▲수출 지역 다변화를 추진하는 기업 ▲원자재 국산화를 추진하는 기업 ▲미래성장육성산업으로 사업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 등을 중심으로 최소 25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단기적인 유동성 지원보다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산업 구조 전환에 무게를 둔 정책 방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세계 경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공급망 블록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리스크가 커지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배터리·첨단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새로운 수출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해상 물류 불안까지 겹치면서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이 같은 대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단발성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보다 구조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초 미래성장펀드 8호는 지난해 미국의 대미 관세 강화에 따른 피해 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구상됐다. 그러나 최근 중동 정세 악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국제 경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지원 범위를 확대하게 됐다.
도는 특히 원자재 수급 불안과 물류비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복합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펀드는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들의 사업 구조 개편과 기술 혁신, 해외시장 개척을 유도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또 연구개발 중심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는 물론 수출국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는 기업에 대한 집중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도내 산업계에서는 이번 펀드가 중소·중견기업들의 미래 투자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민간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책 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도는 이미 중동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금융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중동 정세 영향으로 수출입 차질과 경영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을 돕기 위해 ‘중동 위기 대응 특별경영자금’ 600억 원을 긴급 편성했다. 현재까지 18개 기업에 총 83억 원이 지원됐다.
이번 미래성장펀드 8호는 이러한 긴급 자금 지원의 연장선에서 추진되는 후속 정책 성격도 갖는다. 단기 위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수출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경기도는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수출기업 지원 정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첨단산업과 미래성장산업 중심의 투자 생태계를 강화해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남궁웅 경기도 지역금융과장은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도내 수출기업들이 체감하는 피해가 큰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기업들이 즉각적으로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미래성장펀드 8호는 단순한 재정 투입을 넘어 산업 구조 혁신과 미래 성장 기반 확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그리고 급변하는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도내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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