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4월 11일 오후, 봄 햇살이 내려앉은 정원 한편에서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결혼식이 열렸다. 화려한 호텔도, 수천만 원대 예식도 아니었다. 대신 자연과 어우러진 소박한 공간에서 ‘합리적인 결혼’을 선택한 한 쌍의 부부가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내 돌뜰정원, 이른바 ‘성남 솔로몬 웨딩뜰’에서는 공공예식장 첫 결혼식이 진행됐다. 주인공은 서현동에 거주하는 이씨와 황씨 부부. 이들은 성남시 공공예식장에서 탄생한 첫 번째 부부라는 상징성을 안고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하객 약 100명이 참석한 ‘스몰 웨딩’ 형태로 진행됐다. 과도한 장식과 형식 대신 꽃 장식 중심의 ‘실속형 표준가격’을 선택해 간소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비용이다. 성남시민에게 제공되는 50% 할인 혜택을 적용해 대관료는 31만 3500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신부대기실과 주차장까지 무료로 제공되면서 결혼식에 드는 기본 비용을 대폭 낮췄다.
일반적으로 국내 결혼식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최근 결혼 비용 상승과 예식장 예약난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대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성남시가 ‘성남 솔로몬 웨딩뜰’을 도입한 배경에는 급증하는 결혼 비용과 예식장 부족 문제가 있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결혼 자체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주거비와 함께 결혼 비용 부담이 꼽힌다. 특히 예식장 대관료와 식대, 장식 비용 등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결혼은 사치’라는 인식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성남시는 공공시설을 활용한 야외 결혼식장을 마련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동시에 새로운 결혼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현재 성남 솔로몬 웨딩뜰은 총 3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성남시청 공원,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돌뜰정원, 성남물빛정원 하늘마당이 그 대상이다.
이들 공간은 공공시설이지만 자연 친화적 환경을 갖추고 있어 ‘야외 결혼식’이라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실제로 시청 공원에서는 오는 9월 결혼식 예약이 이미 잡히는 등 시민들의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존 예식장이 획일적인 실내 구조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공공예식장은 계절과 자연을 활용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남 솔로몬 웨딩뜰은 예비부부 또는 양가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성남시에 거주하면 신청할 수 있다. 시청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접수 또는 전화 신청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번 1호 결혼식은 단순한 사례를 넘어 결혼 문화 변화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과거 결혼식이 ‘체면’과 ‘과시’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합리성’과 ‘의미’를 중시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스몰 웨딩, 셀프 웨딩, 야외 결혼식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예식장이 이러한 변화에 제도적으로 대응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결혼 비용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점은 향후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성남시의 이번 시도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결혼 문화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31만 원 결혼식’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결혼의 본질은 비용이 아니라 사람과 의미라는 점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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