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안내견은 반려동물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눈이다.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안내견을 둘러싼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여전히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출입이 보장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시설과 민간시설 곳곳에서 ‘출입 불가’라는 벽에 가로막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조례가 수원에서 마련됐다.
수원특례시의회는 지난 4일 열린 제398회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안건심사에서 ‘수원시 시각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안내견 출입보장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해당 조례안은 김소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안내견 출입 보장을 위한 시의 책무와 홍보·교육, 협력체계 구축의 근거를 담고 있다.
법은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행 '장애인복지법'과 관련 법령은 시각장애인의 안내견 출입을 명확히 허용하고 있다. 식당, 병원, 관공서, 대중교통 등 대부분의 공공·민간시설은 안내견 출입을 제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동물은 안 된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러한 문제가 단순한 규정 미비가 아니라 인식 부족과 책임 회피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 관리자나 종사자들이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하거나, 민원 발생을 우려해 출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례안은 이러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순히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을 넘어,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인식 개선과 제도 이행을 책임지도록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소진 의원은 안내견을 둘러싼 일상의 불편이 시각장애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안내견은 반려동물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이동을 돕는 눈과 같다”며 “출입 여부를 두고 매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권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보장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실제로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안내견과 함께 이동할 때마다 ‘증명’을 요구받는 상황에 놓인다. 안내견임을 설명하고, 관련 법 조항을 제시해야만 출입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부담과 피로감은 이동 자체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조례안의 핵심은 수원시의 책무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조례는 안내견 출입 보장을 위해 시가 해야 할 역할을 규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홍보·교육과 협력체계 구축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안내견 출입 문제를 개인의 민원이나 단발성 계도에 맡기지 않고, 행정의 지속적인 관리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평가된다. 공공시설뿐 아니라 민간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가 병행될 경우, 현장에서의 갈등과 오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조례가 ‘출입 보장’과 함께 ‘인식 개선’을 병행하도록 한 점은 상징적이다. 단순히 규정을 지키게 하는 것을 넘어,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넓히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안내견 출입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조례가 마련된 것은, 중앙정부 법령의 취지를 지역 현장에서 구현하는 구체적인 실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경우, 안내견 출입을 둘러싼 갈등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조례 제정이 곧바로 현장의 변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 점검, 그리고 시민 인식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조례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꾸준한 실행력이 요구된다.
수원시가 이번 조례를 계기로 안내견 출입 보장을 넘어, 장애인의 이동권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정책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안내견은 반려동물이 아니다’라는 당연한 인식이 더 이상 설명의 대상이 아닌 상식이 되는 날, 이동권은 비로소 제도와 현실에서 함께 보장될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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