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여성의 권익 증진과 사회참여 확대를 목표로 쌓아온 정책 기반이 출산율 중심의 행정기조로 축소될 수 있다.
11월 12일 열린 제246회 화성시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문화복지위원회 김종복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행정기구 개편안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내년 시행 예정인 구청 체제 운영과 맞물려 추진되는 이번 개편이 ‘여성정책의 근본적 방향’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은 현 여성다문화과의 명칭을 ‘저출산대응과’로 바꾸는 조항이다. 그리고 “화성시가 여성친화도시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정책적 노력과 철학이 출산정책 중심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정책은 단순히 출산율 제고 수단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성평등과 권익 향상을 위한 장기적 전략이다. 이름이 바뀌면 정책의 방향성도 바뀐다”고 덧붙였다.
화성시는 2023년 여성친화도시로 재지정되며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여성 존중 행정’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특히 여성다문화과는 다문화 가정 지원,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성평등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김 의원은 “명칭 변경 이후 정책 우선순위가 출산율 중심으로 재편되면 그간 축적된 여성정책의 맥락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가임기 여성 중심의 지원정책으로 협소화된다면, 일자리 확대나 성별 격차 해소 같은 본질적 목표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며 “여성다문화과의 기능 조정은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번 개편이 행정 효율성을 이유로 ‘속도전’처럼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직 개편은 단순한 부서명 변경이 아니라 정책 철학의 재정립을 수반해야 한다”며 “여성 인권과 평등의 관점에서 시민적 합의를 먼저 거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유사한 의견을 내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저출산 대응은 국가적 과제이지만, 지방정부의 여성정책 기능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며 “출산율 제고와 성평등 증진은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발언을 마무리하며 “화성특례시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성장하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며 “순간의 행정 판단으로 오랜 시간 쌓아온 여성 인권 증진의 역사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래로 향하는 행정개편안에서 여성이 배제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단순한 명칭 문제가 아닌 ‘정책 방향성의 시험대’로 보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 저출산 대응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그 해법이 여성에게만 집중된다면 사회적 불평등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행정 효율성, 인구정책, 여성 인권이라는 세 축이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화성시가 ‘여성친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인구 위기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시민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