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강물 위로 아침 햇살이 번지고 물안개가 천천히 걷힌다. 철새가 수면을 스치고 강변의 풀과 나무는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사람에게는 익숙한 풍경일 수 있지만 사진가의 렌즈를 통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순간의 날갯짓과 물결, 작은 생명의 움직임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하게 하는 기록으로 남는다.
경기 여주시를 관통하는 남한강은 그런 순간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여주가 26년째 ‘전국생태사진 공모전’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26회 여주 전국생태사진 공모전 개최 소식을 전하며 “여주의 아름다운 남한강과 수려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올해로 뜻깊은 제26회 여주 전국생태사진 공모전을 개최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사진을 잘 찍은 사람을 가리는 경연을 넘어 자연의 가치를 기록하고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장으로 공모전을 발전시키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26회’라는 숫자는 가볍지 않다. 특정 주제의 전국 단위 사진 공모전이 오랜 기간 지속됐다는 것은 행사 자체의 지속성과 함께 지역이 추구하는 가치가 축적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시장도 공모전이 전국 사진인들의 참여와 수준 높은 작품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사진 축제이자 자연생태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사진은 환경 문제를 전달하는 데 강한 힘을 가진 매체다. 수치와 보고서로 설명해야 하는 자연환경의 변화를 사진은 한 장면으로 보여준다. 사라져가는 생물의 모습이나 계절에 따라 변하는 강과 습지, 인간의 생활공간과 맞닿아 있는 야생 생태계의 모습은 긴 설명보다 더 직접적으로 사람의 시선을 붙잡는다.
생태사진의 가치는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 데만 있지 않다.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 존재했던 생태환경을 기록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오늘 촬영한 강변과 습지, 숲의 모습이 10년, 20년 뒤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도시가 성장하고 기후와 환경이 달라지면 자연 역시 변화한다. 결국 사진 한 장 한 장은 그 시대 자연의 모습을 기록하는 일종의 ‘생태 아카이브’가 될 수 있다. 여주 전국생태사진 공모전의 의미를 단순한 문화행사의 범주에만 가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여주의 생태사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남한강이다. 남한강은 여주의 도시 이미지와 떼어놓기 어려운 자연환경이다. 강과 주변의 들녘, 숲과 농촌 경관이 어우러지면서 여주만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시장이 공모전 개최를 알리며 첫머리에서 ‘아름다운 남한강과 수려한 자연환경’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산업시설과 교통망, 주택 공급 등 전통적인 도시 인프라뿐 아니라 시민이 누릴 수 있는 자연환경과 문화, 휴식 공간의 가치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도시의 경우 개발이 빠르게 진행될수록 자연환경을 어떻게 보전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여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역 발전을 위한 개발과 투자도 필요하지만 남한강을 비롯한 자연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원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자연환경을 도시 성장의 장애물로 바라보기보다 미래 세대에 넘겨줘야 할 자산이자 도시 경쟁력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생태사진 공모전은 여주의 자연환경을 문화 콘텐츠로 전환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사진가의 눈으로 발견한 여주의 자연은 시민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외지인들에게는 여주를 알리는 이미지가 된다. 또 한 장의 좋은 사진이 도시를 설명하는 수백 마디의 말보다 강력할 때도 있다.
이어 이 시장은 생태사진이 현대인에게 주는 정서적 가치에도 주목했다. “찰나의 순간,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생명력과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포착한 작품들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쉼표를 선물한다”고 강조했다.
‘쉼표’라는 표현에는 이번 공모전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이 담겨 있다. 현대 도시인의 삶은 빠르다. 출퇴근과 업무, 경쟁 속에서 주변 자연을 천천히 바라볼 여유를 갖기 어렵다. 매일 지나치는 나무와 하천, 새와 들꽃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그 시간을 멈춰 세운다. 몇 분의 1초에 불과한 순간을 기록해 사람들에게 다시 보여준다. 날아오르는 새,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새벽 강가의 안개와 풀잎에 맺힌 이슬 등 평소에는 지나쳤을 자연의 모습을 한 장면 안에 붙잡아 둔다.
좋은 생태사진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기술적 완성도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이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자연의 시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모전이 시민들의 환경 감수성을 높이는 문화적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공모전에 담긴 메시지 가운데 가장 주목할 대목은 ‘경연을 넘어’라는 부분이다. 이 시장은 “이번 공모전이 단순히 우수한 사진을 가리는 경연을 넘어, 우리 삶의 터전인 생태환경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아끼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사진 공모전의 본질적인 목적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상을 누가 받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공모전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게 되느냐는 의미로 읽힌다.
환경보전은 거대한 정책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강과 산, 숲과 생물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소중함을 느끼고, 소중함을 알아야 보전하려는 움직임도 생겨날 수 있다.
생태사진은 이런 과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자연을 찾고, 기다리고, 관찰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게 된다.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시민들 역시 평소 보지 못했던 생태계의 모습을 접한다.
촬영자와 관람객 모두가 자연과 한 번 더 마주하는 셈이다. 따라서 여주 전국생태사진 공모전이 앞으로 더욱 주목받기 위해서는 작품의 예술성뿐 아니라 환경교육과 시민 참여, 생태보전이라는 공공적 가치가 함께 축적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26년간 이어진 행사의 역사 역시 이런 방향성과 결합할 때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수많은 축제와 공모전, 문화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연결되지 못한 행사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기 어렵다.
여주 전국생태사진 공모전이 가진 강점은 ‘여주다운 자연’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남한강을 비롯한 여주의 자연환경을 사진이라는 문화예술 장르와 결합하면 지역의 환경적 자산을 전국에 알릴 수 있다. 사진가들이 발견한 여주의 풍경과 생태가 작품으로 축적될수록 그 자체가 여주의 기록이 된다.
특히 26년 동안 공모전을 통해 축적된 작품과 기록은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문화자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와 현재의 생태사진을 비교해 여주 자연환경의 변화를 살펴보고, 시민과 학생들이 지역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하는 방식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관광·문화 콘텐츠와의 연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첨부자료에는 구체적인 연계 사업이나 향후 활용계획이 제시돼 있지 않은 만큼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별도의 정책 검토와 계획이 필요하다.
지역 문화행사의 지속성은 행정의 의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시장이 공모전을 준비한 사단법인 한국사진작가협회 여주지부 관계자들에게 별도로 감사를 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이번 공모전을 정성껏 준비해 주신 사단법인 한국사진작가협회 여주지부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지역 문화예술단체와 사진인들의 지속적인 참여는 전국 단위 공모전의 기반이다. 지자체와 문화예술단체, 사진작가와 시민이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행사의 역사가 만들어진다. 26회라는 시간 역시 이런 민관의 축적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역 문화정책에서 중요한 것도 결국 지속성이다. 한두 차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화려한 행사를 만드는 것보다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행사를 오랫동안 발전시키는 것이 도시 브랜드 형성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생태사진 공모전이 갖는 의미는 시대 변화와 함께 더욱 커지고 있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자연환경과 개발 사이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진다. 기후와 환경 문제 역시 시민의 일상과 동떨어진 주제가 아니다.
이런 시대에 자연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행위는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강과 숲, 새와 꽃이 미래 세대에도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여주 전국생태사진 공모전이 지향해야 할 미래 역시 여기에 있다. 사진 기술의 우열을 겨루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기록하며, 그 기록을 통해 시민들이 환경의 가치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남한강의 물결, 강변의 새와 풀꽃,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의 표정이 사진가의 렌즈를 통해 기록되고 다시 시민에게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다.
또한 사진은 시간을 멈추지만 자연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오늘 아름답게 찍힌 풍경이 미래에도 그대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기록하는 사람뿐 아니라 지키려는 사람도 필요하다.
제26회 여주 전국생태사진 공모전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이 지점으로 모인다.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진 속 아름다운 자연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시장이 이번 공모전을 두고 “우리 삶의 터전인 생태환경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아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6년 동안 이어진 셔터 소리는 여주의 자연을 기록해 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기록 속 자연을 미래 세대에게 어떤 모습으로 넘겨줄 것인가다.
남한강과 수려한 자연환경은 여주가 가진 오래된 자산이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관리하고 보전해야 할 미래 자산이다.
제26회 여주 전국생태사진 공모전이 단순한 사진 경연을 넘어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렌즈에 담긴 자연의 아름다움이 한 장의 작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는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지역에는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의 가치를 다시 확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바꾸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한 장의 사진이 사람의 시선을 멈추게 하고,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을 다시 바라보게 할 수는 있다. 여주에서 26번째 이어지는 생태사진의 셔터가 갖는 힘도 그곳에서 시작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