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청년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지원금만이 아니다. 새로운 문화와의 만남,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의 경험이다.” 국내 문화예술계가 청년 예술인의 활동 무대를 해외로 넓히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경기문화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주관하는 ‘2026 청년 K-컬처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의 일환으로 ‘2026 예술로 가로지르기 Season2 : 세계로’ 참가팀 모집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해외 연수나 문화 탐방 프로그램과는 성격이 다르다. 청년 예술인들이 직접 해외 문화예술 현장에 뛰어들어 현지 예술가와 교류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지역 기반 청년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세계 무대로 연결하는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술로 가로지르기’는 경기문화재단이 과거 운영했던 대표적인 예술 지원 사업이다. 장르와 지역, 세대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창작 실험을 장려하며 예술계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Season2 : 세계로’는 이러한 정신을 계승하면서 무대를 해외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청년 예술인이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다른 문화권과 만나고, 새로운 예술적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기획됐다.
사업에 선정된 팀은 리서치, 워크숍, 발표회, 네트워킹, 공동 협업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직접 설계할 수 있다. 현지 문화예술 기관과 협력해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특정 지역의 문화 현상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도 가능하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는 국제 교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K-컬처가 세계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예술인 개인 역시 국제적 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문화재단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청년 예술인이 단순 소비자가 아닌 문화 교류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공모는 크게 ‘기관 제안형’과 ‘참여자 제안형’으로 나뉜다. 기관 제안형은 경기문화재단이 지정한 해외 문화예술 현장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세계 최대 규모 공연예술 축제 가운데 하나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경기도형 공연예술 마켓 리서치 프로젝트’가 운영된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매년 수천 개의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글로벌 문화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세계 각국의 공연 제작자와 기획자, 예술가가 모이는 만큼 공연예술 분야 청년들에게는 국제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기관 제안형은 공연예술 분야 5인 또는 6인 팀을 대상으로 하며 총 3개 팀을 선발한다. 지원금은 5인 팀 2200만 원, 6인 팀 2600만 원이 정액 지원된다.
반면 참여자 제안형은 보다 자율성이 크다. 참가팀이 직접 국가와 협력기관, 활동 내용을 설계해 제안하는 방식이다. 재외 한국문화원이 있는 국가 가운데 러시아와 일부 중동 국가를 제외한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다. 동일 권역 내 최대 2개국까지 선택 가능하다.
10인 규모 팀으로 신청해야 하며 총 4개 팀을 선정한다. 지원금 규모는 활동 국가와 체류 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총 지원 규모는 1억8000만 원 이내다.
이번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원 방향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경기문화재단은 단순한 관광이나 관람 중심 활동, 팀 홍보 위주의 프로젝트는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문화예술 현장을 단순히 경험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교류와 공동 창작,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우대한다는 의미다.
심사 역시 사업 이해도와 계획의 적합성, 신청자 역량, 기대효과, 향후 확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는 최근 공공 문화예술 지원사업이 단순 성과 중심에서 지속 가능한 문화생태계 구축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국제 문화교류 사업의 핵심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관계 형성에 있다. 해외 기관과 구축한 네트워크가 이후 공동 전시나 공연,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예술계 전체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숨 고르기 청년’을 위한 배려다. 경기문화재단은 취업과 창작 활동, 진로 탐색 과정에서 잠시 멈춰 있는 청년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팀 구성원의 30% 이상을 ‘숨 고르기 청년’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기관 제안형은 최소 2명, 참여자 제안형은 최소 3명 이상이 해당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팀 리더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이는 경쟁 중심 사회 속에서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단하거나 진로를 재정비하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도전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청년층에서는 번아웃과 취업난, 창작 환경 악화 등으로 인해 경력 공백을 경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경기문화재단은 이번 사업을 통해 경력의 연속성보다 가능성과 잠재력에 주목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K-콘텐츠가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문화예술 분야 국제 교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창작 현장의 청년 예술인들이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제 프로젝트를 경험할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 사업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년 예술인들에게 세계 무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단순한 해외 체험이 아닌 프로젝트 중심 교류라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국제 협력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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