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화성특례시가 ‘탄소중립 선도도시’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현실화하고 있다. 화성시는 5일 경기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협약을 체결해 약 10만5천 평 규모의 유휴 국유지 확보에 성공했다. 이 부지에는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50MW급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선다.
해당 발전소는 연간 약 6만3,900MWh의 청정 전력을 생산하며, 이는 단순 발전량을 넘어 소나무 430만 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다. 지방정부 차원의 단일 태양광 단지 조성으로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이날 발표에서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을 약속할 때, 화성은 이미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표현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었다. 최근 국제사회가 합의한 탄소중립 선언보다 앞선 속도로, 화성은 실제 산업 기반을 바꾸는 데 착수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는 198개국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가속화를 재확인했다. 세계의 정책 도장(道場)이라 불리는 COP에서 각국 정상들이 ‘약속’을 논의할 때, 화성은 이미 ‘행동’ 단계에 들어가 있었다.
화성시가 최근까지 유치한 투자 규모는 총 22조 5,912억 원. 그중 가장 큰 비중인 8조 8,777억 원이 미래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투입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 확대는 이 클러스터의 핵심 축으로, 이번 기아 태양광 발전소 발표는 그 청사진의 실제 구현 단계라 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전환적 투자’를 고민하는 동안, 화성은 이미 도시 전역을 ‘탄소중립형 성장 모델’로 재설계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 셈이다.
기아는 전기차·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제조 공정의 탈탄소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화성 오토랜드는 기아 생산라인 중에서도 전략 비중이 높은 핵심 기지로, 이번 태양광 단지 조성은 기업의 ESG 전략과 지방정부의 기후정책이 직접적으로 맞물린 사례다.
화성시는 그동안 산업단지, 교통, 교육, 에너지로 이어지는 통합형 미래도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미래산업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제조공정, 관련 첨단기업 유입, 지역 내 녹색 일자리 창출, 교육기관 연계형 인재육성 등 ‘전주기 녹색 생태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시장은 “화성의 아이들이 세계적인 기업과 함께 꿈을 펼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도시’를 넘어, 미래 제조업·에너지 산업의 방향성을 지방정부가 주도해 실험하는 모델에 가깝다.
지역 경제계와 청년층의 기대도 높다. 청정에너지 기반의 산업 환경이 조성되면 기술·설비·연구직 중심의 고급 일자리가 늘어날 뿐 아니라, RE100 기업 유치 가능성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COP30 이후 세계는 ‘탈탄소 전환’을 선언적으로 넘어서 실제 산업 구조를 바꾸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각국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제조공정 탈탄소화, 순환경제 모델 도입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 산업기지 전체를 바꾸는 사례는 흔치 않다.
화성특례시의 이번 행보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지방도시가 앞서 실험하는 모델로 평가될 수 있다. 정 시장이 강조한 “세계가 약속할 때, 화성은 실천한다”는 메시지는 국제사회의 선언적 기조에 대응하는 ‘도시 단위 실행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또한, 국제사회는 2050 탄소중립을 향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실천력은 결국 도시가 산업과 공간을 어떻게 바꾸느냐에서 결정된다. 화성특례시는 이번 기아 태양광 발전소 유치를 통해 ‘정책의 실행력’을 가장 먼저 보여준 도시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화성의 선택은 단순한 에너지 시설 하나의 건설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전환의 방향을 도시 단위에서 먼저 구현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COP30의 약속을 구호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한 도시가 실질적 미래로 앞당기고 있다.
정명근 시장이 남긴 말처럼, 세계가 약속한 그 미래를, 화성은 이미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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