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이 쌓아 올린 활동 기록, 예산 절감 명목으로 사장돼선 안 돼”
[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아동돌봄 기회소득’ 사업이 정책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 시행 이후 돌봄 아동 수가 크게 늘고 신청자가 몰려 신규 접수가 조기에 중단될 정도로 도민들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정책 효과와 현장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편성했던 연구용역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 초기와 비교해 참여 규모와 정책 환경이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기존 연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만으로 별도의 연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경기도의회에서 제기됐다. 정책의 외형적 성장과 정책 평가 시스템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최보라 의원은 9일 열린 제393회 임시회 경제노동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사회혁신경제국 소관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며 아동돌봄 기회소득 사업의 정책 성과 평가 체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쟁점은 6000만원 규모의 정책연구용역비였다. 최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결산 심사 당시 사회혁신경제국장은 충실한 연구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불과 3개월 만에 정책연구용역비 6000만원을 전액 삭감하는 추경안을 제출했다.
예산 규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 결정 과정이다. 한시적 시범사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할 시점에 당초 계획했던 연구가 사실상 방향을 바꾸면서,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 것인지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최 의원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지난 6월 결산 심사 당시의 약속을 거론했다. “지난 6월 결산 심사 당시 사회혁신경제국장은 충실한 연구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불과 3개월 만에 편성된 6000만원의 정책연구용역비를 전액 삭감하는 추경안을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도의회에서 연구 필요성을 설명하고 불과 수개월 만에 이를 뒤집은 만큼 정책 판단이 바뀐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사회혁신경제국장은 2024년 사업 도입 초기 실시한 연구와 비교할 때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더라도 내용상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도여성가족재단과 협의해 별도의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자체 연구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며 예산 절감 차원의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별도의 연구용역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관련 기관의 자체 역량을 활용해 정책을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의원은 이러한 설명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사업 도입 초기와 현재의 정책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과거 연구 결과가 현재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실제 연구를 진행하기도 전에 결과가 기존 연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부터 삭감한 것은 성과평가의 취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은 “도입 첫해와 비교해 참여 인원이 급증하고 현장의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연구도 해보기 전에 결과에 차이가 없을 것이라 자의적으로 단정 짓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별도 예산 없이 재단 자체 역량으로 수행 가능하다는 식의 즉흥적인 답변 역시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경시하고 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연구용역비 삭감 문제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아동돌봄 기회소득 사업의 규모와 현장 상황이 사업 초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 의원에 따르면 사업 도입 이후 돌봄 아동 수는 5배 증가했다. 올해 8월에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신규 접수가 조기에 중단될 정도로 현장의 수요도 커졌다.
정책 수요가 커졌다는 것은 행정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정책 분석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욱 면밀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최 의원의 문제의식이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참여자의 구성과 활동 형태, 지역별 수요, 공동체별 운영 방식 등 정책을 둘러싼 조건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아동돌봄 기회소득을 “도민들의 체감도가 매우 높은 민생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 현장에서 만들어진 활동 내역과 보고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도민의 헌신으로 현장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 활동 내역과 보고서는 향후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할 소중한 정책 자산”이라고 했다.
단순히 지원금을 지급하고 사업 실적을 집계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돌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돌봄 기회소득 사업은 마을공동체 등에서 자발적으로 돌봄 활동을 하는 도민에게 기회소득을 지급해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사업이다.
특히 이 사업은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2024~2026년 한시적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140곳의 공동체에서 3226명에게 기회소득이 지급됐다.
‘시범사업’이라는 성격을 고려하면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은 사업 시행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떤 계층과 지역에서 수요가 높았는지, 실제 돌봄 사각지대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현장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축적된 자료를 통해 살펴야 이후 정책 방향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6년은 한시적 시범사업의 마지막 해에 해당한다. 그동안 축적된 현장 자료가 향후 정책의 지속 여부와 개선 방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는 만큼 성과평가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최 의원이 문제 삼은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예산을 절감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할 시점에 충분한 검증 없이 연구를 축소하거나 변경할 경우 그동안 축적된 자료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이를 단순히 예산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분석조차 하지 않고 사장시키는 것은 행정력 낭비이자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지방정부의 정책 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정책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업을 시행한 뒤 그 효과를 검증하고, 현장의 문제를 찾아내고, 다시 다음 정책 설계에 반영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른바 ‘정책 환류’다.
아동돌봄 기회소득처럼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사업은 더욱 그렇다. 공동체별 활동 과정에서 축적된 자료는 단순한 행정 기록이 아니다. 현장에서 어떤 돌봄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지, 기존 제도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정책 자료가 될 수 있다.
사업 참여자가 증가하고 현장의 수요가 커졌다면 초기 단계와 현재의 데이터를 비교하는 작업 역시 중요해진다. 초기 연구와 현재의 분석 결과가 실제로 비슷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반대로 참여 규모가 커지면서 전혀 다른 문제나 새로운 정책 수요가 발견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연구에 앞서 결과를 예단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이를 검증하는 것이다. 특히 행정기관이 기존 연구와 결과가 비슷할 것이라고 판단해 별도의 연구 예산을 삭감했다면, 대신 자체 연구가 어느 정도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어떤 자료를 분석하고 어떤 방식으로 결과를 정책에 반영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 도의회가 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문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동돌봄 기회소득 사업은 이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신청자가 몰리고 돌봄 아동 수가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정책의 모든 성과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연구용역 예산을 삭감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책 자체의 성과를 부정할 수도 없다.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검증이다. 정책 수요가 왜 증가했는지, 실제 돌봄 사각지대 해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참여 공동체와 도민에게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데이터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더욱이 시범사업은 일정 기간 사업을 시행한 뒤 성과와 문제점을 검증해 다음 단계의 정책 결정을 내리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사업 마지막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얼마를 지급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올해 6월 기준 140곳의 공동체, 3226명에게 지급됐다는 실적도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숫자 뒤에 있는 돌봄 현장의 변화까지 분석해야 사업의 실질적인 정책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결국 6000만원의 연구용역비 삭감 논란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경기도는 아동돌봄 기회소득을 어떻게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음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다.’
최 의원은 “설령 정책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현장의 목소리가 축적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야만 더 나은 돌봄 정책의 대안을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식적인 예산 삭감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장의 노력이 담긴 소중한 데이터가 사장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 환류 체계를 끝까지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업의 높은 관심과 참여를 정책의 지속 가능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얼마나 많이 참여했느냐’를 넘어 ‘어떤 효과가 있었느냐’를 설명해야 한다.
아동돌봄 기회소득이 단순히 호응을 얻은 시범사업에 머무를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과를 입증하고 한 단계 발전한 돌봄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남은 평가 과정에 달려 있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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