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내 각급 학교 급식실의 공기질 개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학교 조리실무사들이 조리 과정에서 장기간 노출돼 온 유해물질 문제를 공론화해 온 경기도의회가 마침내 관련 조례 개정을 통과시키면서, 급식실을 둘러싼 노동환경 개선 논의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경기도의회는 2월 12일 본회의를 열고 김호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교육청 안전한 급식실 환경 조성 및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학교 급식실 조리실의 공기질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명문화하고, 교육지원청 급식실개선협의회의 자문 기능에 ‘조리실 공기질 관리’를 추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단순한 문구 수정이 아니라, 학교 급식실의 산업재해 예방과 조리실무사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토대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학교 급식은 하루 수백, 수천 명의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공공서비스다. 그러나 이 서비스를 책임지는 조리실무사들의 작업환경은 그간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급식 조리 과정에서는 고온 조리, 대량 튀김·볶음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이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조리흄에는 라돈,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 각종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될 수 있으며, 장기간 반복 노출될 경우 폐 질환이나 폐암 등 중대한 산업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김호겸 의원은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정활동 기간 동안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특히 조리실무사들이 조리흄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근본적인 예방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학교 급식실이 단순한 조리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교육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 환경은 곧 학생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과 인성 함양으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번 개정 조례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지원청 단위로 운영되는 급식실개선협의회의 자문 범위에 ‘조리실 공기질 관리’를 명확히 포함시킨 점이다.
기존 조례가 급식실 환경 개선 전반에 대한 지원을 규정하고 있었다면, 이번 개정안은 그중에서도 조리실 공기질 관리라는 구체적 영역을 별도로 규정해 법적 근거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급식실개선협의회는 ▲조리실 공기질 관리 기준 ▲환기 설비 개선 방안 ▲유해물질 노출 저감 대책 ▲현장 실태 점검 및 개선 자문 등 보다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학교 현장의 요구를 제도에 반영한 결과로, 단순 권고 수준을 넘어 정책적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의원은 조례안 통과 직후 “경기도 각급 학교 급식실이 조리실무사들에게 안전한 일터로 변할 것”이라며 “이는 조리실무사 채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급식실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건강권 확보를 위해 꾸준히 현장을 점검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정책 대안을 모색해 왔다. 학교 현장과의 간담회, 조리실무사들의 의견 청취 등을 통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다각도로 제기해 왔다는 것이 도의회 안팎의 설명이다.
학교 급식실은 고온·다습 환경에서 장시간 서서 일해야 하는 고강도 노동 현장이다. 여기에 조리흄까지 더해질 경우 건강 부담은 더욱 커진다. 실제로 조리실무사 직군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안전한 작업환경 확보는 인력 수급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 의원은 “앞으로도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들의 노동·건강권 확보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례 개정은 단지 노동 환경 개선 차원을 넘어, 학교 공동체 전체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조치로도 해석된다.
조리실 공기질 개선은 조리실무사뿐 아니라, 급식실을 이용하는 학생과 교직원 모두의 건강과 연결된다. 환기 설비가 개선되고 유해물질 저감 체계가 정비될 경우, 급식실 전반의 위생·안전 수준도 함께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제도 마련이 곧바로 현장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구체적인 공기질 관리 기준 마련, 정기적인 측정·공개 시스템 구축, 예산 확보, 전문 인력 지원 등 실행 단계에서의 정책 역량이 관건이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 수와 학교 수를 보유한 지역 중 하나다. 그만큼 학교 급식실 규모도 방대하다. 이번 조례 개정이 상징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학교 급식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러나 그 일상을 떠받치는 노동 환경은 그간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조리실 공기질 관리의 제도화는 그 ‘보이지 않던 문제’를 공적 의제로 끌어올린 계기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안전한 밥상은 안전한 노동 환경에서 출발한다. 경기도의회가 통과시킨 이번 조례 개정이 학교 급식실을 보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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