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공공생리대 정책 경험, 국가사업 정착 모델로 주목
[이코노미세계] 정부가 월경용품 접근권을 공공정책 차원에서 보장하는 ‘공공생리대 드림 사업’을 본격 추진하면서 우리 사회의 성평등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일부 지방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던 공공생리대 지원 정책이 국가 정책으로 확대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정책은 월경을 개인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인식 변화의 상징적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10일 국무회의에서 ‘공공생리대 드림 사업’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소득과 연령에 관계없이 월경용품이 필요한 모든 여성에게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생리대 드림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7월부터 전국 기초자치단체 10곳을 선정해 주민센터와 복지관, 도서관, 보건소 등 공공시설에 무료 월경용품 자판기가 설치된다. 해당 시설을 방문하는 누구나 필요한 경우 월경용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운영 방식과 수요, 관리 체계 등을 분석한 뒤 향후 전국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정책은 특히 월경용품 지원 대상을 특정 계층에 한정하지 않고 ‘누구나 이용 가능한 보편적 접근권’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다.
경기도의회 유호준 의원은 정부의 정책 발표 직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유 의원은 “월경용품을 개인이 감당해야 할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월경을 공적인 영역에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고, 관련 정책이 논의될 때마다 ‘왜 그런 것까지 세금으로 지원하느냐’는 질문이 반복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하지만 월경은 선택이 아니라 여성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현실”이라며 “월경용품은 사치품이 아니라 건강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필수품”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최근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한 정책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과 스코틀랜드,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공공기관에서 무료 월경용품을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생리대 정책이 추진되면서 지방정부의 선도 사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의 ‘도민을 위한 공공생리대’ 사업이다.
경기도는 2021년부터 도내 공공기관에 월경용품을 비치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당시 이 정책은 지방정부가 월경용품 접근권을 공공정책으로 다루기 시작한 첫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특히 같은 해 12월 경기도는 ‘공공생리대 지도’를 만들어 공공생리대가 비치된 공공기관의 위치와 이용 방법 등을 공개했다. 시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유 의원은 “경기도는 이미 공공기관에 월경용품을 비치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운영 경험과 정책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며 “이러한 경험이 정부의 공공생리대 드림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경기도의회 차원에서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대학 시절 경험을 떠올리며 정책 변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리고 “2013년 한양대학교 총여학생회 ‘밀담’이 비상생리대 비치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 쏟아졌던 조롱과 음해를 지금도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일부에서는 월경용품 비치 정책에 대해 “남사스럽다”거나 “왜 학생회비로 그런 것까지 사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 의원은 “그때도 분명히 말했다. 월경용품은 배려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였다”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이를 공공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우리 사회가 성평등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번 정책이 ‘월경 빈곤(period poverty)’ 문제 해결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월경 빈곤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낙인 등으로 인해 필요한 월경용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도 주요 공중보건 문제로 지적해 온 사안이다.
국내에서도 청소년과 취약계층 여성 사이에서 월경용품 접근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조사에서는 비용 부담으로 인해 월경용품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월경용품을 보건·복지 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번 공공생리대 드림 사업은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사회 인식 변화를 이끌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 의원은 “경제적 부담이나 사회적 낙인 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존엄하게 월경할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정책이 성평등 사회로 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시범사업 성과를 토대로 정책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공공생리대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경우 월경용품 접근권 보장은 물론,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까지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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