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내 일부 지역에서 영화 촬영소로 허가를 받은 뒤 실제로는 물류창고로 사용하는 이른바 ‘가짜 촬영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규제의 허점을 노린 면적 쪼개기와 용도 변경 편법이 반복되면서 대형 화물차 통행, 소음, 도로 파손 등 생활 피해가 주민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김동영 부위원장은 9일 열린 2026년 철도항만물류국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며, 경기도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질의에서 남양주시 오남읍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영화 촬영소라는 명목으로 아파트 단지나 학교 인근에 허가를 받아놓고, 실제로는 물류창고로 이용하며 사익을 챙기는 개발업자들의 편법 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촬영소는 문화·영상 산업 진흥이라는 명분 아래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는 반면, 물류창고는 교통·환경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보다 엄격한 허가와 심의 절차를 거친다. 이 같은 제도 차이를 악용해 ‘촬영소’로 허가를 받은 뒤 사실상 물류시설로 활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의 시설이 주거 밀집 지역이나 학교 인근에 들어설 경우, 새벽과 심야 시간대의 대형 화물차 통행이 잦아지면서 안전 우려가 커진다. 어린이 통학로와 맞닿은 도로에서 대형 차량이 수시로 오가고, 소음과 분진이 발생해 주민 생활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부위원장은 규제망을 피하기 위한 ‘면적 쪼개기’ 수법의 심각성도 짚었다. 그리고 “1,000㎡부터 적용되는 엄격한 허가 기준과 심의를 피하려고 995㎡로 신고하거나, 일단 다른 시설로 허가받은 뒤 용도 변경을 시도하는 등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상 일정 규모 이상 시설에 대해서는 교통·환경 영향평가와 각종 심의가 강화된다. 하지만 이를 불과 몇㎡ 차이로 비켜가거나,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대형 물류시설을 운영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행정기관의 사전·사후 점검이 미흡할 경우, 주민들은 완공 이후에야 시설의 실질적 용도를 인지하게 된다. 이미 운영이 시작된 뒤에는 교통 혼잡과 소음, 도로 파손 등 생활 피해가 누적되지만,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김 부위원장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형 화물차 통행, 소음, 도로 파손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과 학생들의 안전 위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근저에는 처벌 수위의 실효성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부위원장은 “업자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에 비해 현재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은 턱없이 적어 제동 장치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불법 또는 편법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일정 금액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는 것이 오히려 사업을 지속하는 비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처분이 실질적 억지력을 갖지 못하면, 위법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김 부위원장은 “경기도와 시군은 업자의 배를 불리는 행정이 아니라 도민의 정주 여건을 보호하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질타했다.
대안으로 김 부위원장은 ▲철저한 현장 감시 체계 구축 ▲이행강제금 상향 건의 ▲반복되는 위법 행위 발생 시 강제철거 추진 등 강력한 행정 조치를 요구했다.
우선 허가 이후 실제 운영 실태를 상시 점검할 수 있는 현장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불법 전용이 확인될 경우 즉각적인 시정명령과 함께 실질적 부담이 되는 수준으로 이행강제금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위법 행위가 반복될 경우에는 강제철거까지 검토해 ‘원칙 행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추대운 철도항만물류국장은 “오남읍 영화 촬영소의 물류창고 불법 전용 문제는 남양주시와 함께 조사해 해당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앞으로 경기도 내에서 불법 물류창고로 인한 편법 및 위법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개별 시설 문제를 넘어, 개발 이익과 주민 안전 사이에서 행정이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류 산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입지와 규모, 운영 방식에 따라 주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거지역 인근에 사실상 물류시설이 들어설 경우, 교통·환경 부담은 지역사회가 떠안는 반면 수익은 사업자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지방정부의 역할이라는 지적이다.
김동영 부위원장은 질의 말미에 “경기도의 행정은 개발업자의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도민과 지역 주민의 안전한 정주 여건을 보호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편법 물류창고가 우리 지역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뿌리를 뽑는 데 경기도가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가짜 촬영소’ 논란이 일회성 지적에 그칠지, 제도 개선과 강력한 집행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경기도의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 규제를 피해가는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행정이 분명히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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