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경은 민생이자 인권” 지방정부 정책 실험
[이코노미세계] 화장실에 휴지가 있듯, 생리대도 필요한 사람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이 한 문장은 생리대를 둘러싼 오랜 논쟁의 결을 바꾸는 선언에 가깝다. ‘복지냐, 과도한 지원이냐’는 논쟁에서 벗어나, ‘권리’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생리대 접근성 문제’를 언급한 이후 나온 것으로, 김 지사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생리대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환영할 일”이라며 공론화 흐름에 힘을 보탰다. 생리대를 개인의 부담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닌, 공공이 책임져야 할 기본권 영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경기도는 이미 ‘보편 월경권’을 정책으로 실천하고 있다. 도내 공공시설 307곳에 무상 생리대를 비치해 누구나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경기도서관에도 공공생리대 보관함을 설치했다. 이용 대상이나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공공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이는 ‘저소득층 선별 지원’ 중심이던 기존 정책과 결을 달리한다. 생리대가 특정 계층만의 지원 대상이 아니라, 모든 여성의 일상과 직결된 필수품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낙인 효과를 줄이고 정책 수용성을 높인다고 평가한다. 지원 대상임을 증명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정책이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실효성을 확보한 사례라는 평가다.
경기도 생리대 정책의 또 다른 축은 여성청소년 지원이다. 경기도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도내 11~18세 여성청소년에게 생리용품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1인당 연 최대 16만8천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이재명 지사 재임 시절 시작돼 김동연 지사 체제에서도 유지·확대되고 있다. 올해는 27개 시군에서 3월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단순한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 지역화폐를 활용해 지역경제와도 연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책 설계의 핵심은 ‘보편성’이다. 소득 기준을 두지 않음으로써 “왜 생리대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를 증명하게 하지 않는다. 이는 청소년 인권의 관점에서 중요한 전환으로 평가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사춘기 청소년에게 생리대는 자존감과 직결된 문제”라며 “보편 지원은 심리적 장벽을 없앤다”고 말했다.
정책 흐름은 민간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제조사들은 품질을 갖춘 ‘반값 생리대’ 공급 확대에 뜻을 모으고 있다. 보편 월경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책임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가격 인하를 넘어, 생리대를 ‘프리미엄 소비재’가 아닌 ‘필수 공공재’로 바라보는 인식 변화와 맞닿아 있다.
김동연 지사는 생리대 정책을 두고 “민생이자 인권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도민의 건강권과 기본권을 강화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월경권은 국제사회에서도 주요 인권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생리대 접근성 부족이 교육권·노동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경기도의 정책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구체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 공공시설 관리 기준, 위생·품질 관리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 시도는 ‘월경권 정책’의 기준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 김동연 지사의 정책 실행, 민간의 참여 움직임까지 맞물리며 생리대 논의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지원 여부’를 넘어 ‘어떤 방식이 가장 존엄한가’를 묻는 단계다.
경기도의 실험은 다른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생리대를 둘러싼 논의가 일회성 이슈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적 권리로 자리 잡을지는 이제 선택의 문제다.
김 지사의 말처럼, 생리대는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해야 할 사소한 소모품이 아니다.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기본 조건’이다. 경기도가 던진 질문에 이제 전국이 답할 차례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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