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아이들에게 읽어준 동화 한 권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시간을 환기했다. 개관 15주년을 맞은 시흥시 신천도서관에서 임병택 시흥시장이 아이들 앞에 앉아 동화를 읽어준 풍경은, 도서관이 단순한 ‘책의 공간’을 넘어 ‘사람의 공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이들에게 ‘딩동거미’ 동화를 읽어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행사는 신천도서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마련된 특별 이벤트였다.
신천도서관은 시흥시에서도 독특한 이력을 가진 공간이다. 이 도서관은 지난 15년간 ‘희망씨’로 불리는 마을주민봉사단이 운영에 참여해 온 주민참여형 도서관이다. 단순히 행정이 제공한 시설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직접 공간을 가꾸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살아 있는 공동체 거점이다.
도서관 운영을 맡아온 주민봉사단은 어린이 독서 프로그램, 마을 강좌, 생활 문화 모임 등을 통해 도서관을 일상의 중심으로 만들어 왔다. 행정 주도의 일방적 문화 정책이 아니라, 주민이 주체가 된 문화 실험이 오랜 시간 누적되며 지역에 뿌리내린 셈이다.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시장’이라는 직위가 아니라 ‘낭독자’로서의 모습이었다. 임 시장은 아이들 앞에 앉아 '딩동거미' 동화를 직접 읽어주며,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시간을 보냈다. 공식 연설이나 축사가 아닌, 동화 낭독이라는 방식은 권위보다 공감을 선택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에 대한 하나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도시의 성장이나 개발 계획만이 아니라, 일상의 문화와 아이들의 기억에 개입하는 것이 행정의 또 다른 책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흔히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으로만 인식되지만, 신천도서관의 사례는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곳은 주민 봉사, 아이들의 웃음, 그리고 지역의 시간이 축적된 장소다. 개관 15주년이라는 숫자에는 수많은 주민의 참여와 관계가 겹겹이 쌓여 있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던 이날의 기억 역시, 단순한 하루의 행사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들었던 동화의 목소리는, 시간이 지나 ‘지역에 대한 정서적 유대’로 남기 때문이다.
이어 신천도서관은 지방자치단체가 고민해야 할 문화정책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시설을 짓는 것만으로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으며, 결국 사람과 관계가 핵심이라는 점이다. 주민참여형 운영 구조가 15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행정의 신뢰, 주민의 자발성, 그리고 지역에 대한 애정이 맞물려 있다.
임 시장이 “함께 행복한 시간이었고, 아이들이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길 바란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또, 행정의 언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에 가까운 이 표현은 도서관이 지향하는 공동체적 가치와 닮아 있다.
딩동거미 한 편을 읽어준 시간은 짧았지만, 그 장면이 던진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주민이 주인이 된 도서관, 아이들의 기억에 남는 행정, 그리고 지역 공동체가 지속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개관 15주년을 맞은 신천도서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책을 매개로 사람이 만나고, 행정과 주민이 연결되며, 아이들의 추억이 쌓이는 공간. 이날의 동화 낭독은 그 15년의 시간을 조용히 확인하는 장면이자, 다음 15년을 향한 작은 예고편이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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