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웰컴 투 동막골’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김보라 안성시장이 17일 개인 SNS에 던진 이 한 문장은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 시대 속에서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힘을 합쳐 마을을 지켜내던 영화 ‘웰컴 투 동막골’. 김 시장은 그 영화 속 상상이, 오늘날 안성의 한 마을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성시 일죽면 동막골. 이곳은 겨울이면 호수가 얼고, 마을 사람들의 손길로 빙어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관광객을 맞이하는 축제의 모습은 여느 지역 행사와 닮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주민이 주인공인 지역 공동체’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읽힌다.
동막골 빙어축제는 단순한 겨울 체험행사가 아니다. 마을을 오래 지켜온 주민들과 새로 이주해 온 주민들이 함께 기획하고 운영한다. 부녀회는 방문객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청년회는 주차 관리와 시설 운영을 맡는다. 역할 분담은 명확하지만, 수익은 공동체를 위해 사용된다.
청년회가 축제를 통해 마련한 수익은 다시 지역에 기부되거나 마을 운영 자금으로 환원된다. 단기 이벤트로 끝나는 축제가 아니라, 마을 경제의 작은 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김 시장은 이를 두고 “소득도 올리고, 지역에 기부도 하는 구조”라고 표현했다.
동막골 축제의 별미는 단연 빙어튀김이다. 얼음 아래에서 바로 잡은 빙어를 즉석에서 튀겨내는 방식은 방문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화려한 푸드트럭이나 외부 업체 대신, 주민 손으로 직접 준비한 음식이라는 점이 축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이 작은 음식 한 접시는 지역 축제가 나아갈 방향을 상징한다. 외부 자본에 기대기보다, 지역의 자원과 주민의 노동이 중심이 되는 방식이다. 관광객은 ‘소비자’이지만, 동시에 마을의 이야기를 함께 경험하는 ‘참여자’가 된다.
올해 축제는 유난히 많은 눈과 강추위 속에서 열렸다. 호수가 꽁꽁 얼자, 마을에서는 방문객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고사도 지냈다. 김 시장 역시 현장을 찾아 시설 점검을 진행하며 ‘안전 대박’을 기원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축제에서 맡아야 할 역할을 보여준다. 행정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주민 주도의 축제가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뒤에서 점검하고 지원하는 방식이다. 과잉 행정도, 방임도 아닌 ‘조율자’로서의 역할이다.
동막골 축제는 아이들에게는 겨울 놀이터다. 썰매를 타고 얼음 위를 달리며 겨울을 몸으로 기억한다.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공동체의 감각을 떠올리게 한다. 낯선 이들이 모여도 서로를 경계하기보다 함께 웃고, 음식을 나누고, 하루를 보내는 풍경은 점점 사라져가는 농촌 마을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 시장은 “1월 17일부터 2월 17일까지 한 달 동안 동막골에 오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문장은 단순한 홍보 문구라기보다, 마을이 스스로 만들어낸 자신감에 가깝다.
이어 동막골 빙어축제는 대형 예산이나 유명 연예인 없이도 지역 축제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주민 참여, 수익의 지역 환원, 그리고 행정의 절제된 지원이다. 이는 전국 곳곳의 소규모 농촌·마을 축제가 참고할 만한 모델이기도 하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공동체의 힘을 그려냈다면, 안성의 동막골은 일상의 축제를 통해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튀겨지는 빙어 한 마리, 썰매를 타며 웃는 아이들, 묵묵히 주차를 관리하는 청년들. 그 풍경 속에는 ‘지방자치의 가장 작은 단위’가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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