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공공의료 정책의 현주소를 둘러싼 논쟁이 도의회에서 재점화됐다.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로 평가받아온 무료이동진료사업이 예산 심사 과정에서 일몰(사업 종료) 처리된 것을 두고,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공공의료 재정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기도의회 정경자 의원은 11일 열린 제388회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건강국 업무보고에서 무료이동진료사업 일몰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하며, 집행부의 책임 있는 대응과 구조적 개선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먼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이 일몰된 배경을 문제 삼았다. 그는 “집행부와 경기도의료원, 소관 상임위원회까지 필요성에 공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삭감됐다”며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는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정책 의지의 후퇴라는 문제 제기다. 특히 공공의료는 단기간 성과로 평가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일관된 정책 방향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유영철 보건건강국장은 “사업의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예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삭감됐다”며 “추경을 통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추경 확보 노력’이라는 원론적 답변만으로는 현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사업 일몰이 공식화된 상황에서, 현장 기관과 수요자들은 서비스 중단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료이동진료사업은 특수학교, 장애인시설, 지역아동센터 등을 직접 찾아가 진료를 제공하는 필수 공공보건 서비스다
정 의원에 따르면 최근 현장에서는 오히려 서비스 확대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수학교 전 학년 확대 요청, 장애인시설 방문 횟수 증가 요구, 지역아동센터 수요 확대 등 수요는 줄지 않고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과 취약계층 아동에게 의료 접근권은 생존권과 직결된다. 특히 의료기관 방문 자체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대상자에게 ‘찾아가는 진료’는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망에 해당한다.
경기도 내 장애인이 전신마취 치과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 단국대학교 죽전치과병원,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명지병원 등 극히 제한적이며, 예약이 1년 이상 밀려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치과 치료의 경우, 적기를 놓치면 단순 충치가 중증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협조가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경우 전신마취가 필요한 사례가 많은데, 치료 대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건강 악화 위험은 커진다.
정 의원은 “치료 시기를 놓쳐 중증 질환으로 악화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도민 건강권을 지키는 정책이라면 유지와 확대가 기본이지, 일몰을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는 개별 사업 존폐를 넘어 ‘건강권’이라는 헌법적 가치 차원의 문제 제기로 읽힌다. 공공의료를 비용이 아닌 권리 보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무료이동진료를 단순한 단위 사업이 아니라 지역필수의료 접근권을 보장하는 실행 수단으로 규정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지역필수의료 붕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경기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의료 접근성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무료이동진료는 병원 중심 공급 체계를 보완하는 ‘현장 중심 의료’ 모델이다. 이를 일몰시키는 것은 곧 지역필수의료 체계의 한 축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어 정 의원은 보건건강국이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조치결과 자료를 언급하며, 2025년 12월 보건의료발전위원회에서 건강기금 조성이 제안된 점을 “매우 의미 있는 흐름”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건강기금은 단순한 재정 수단이 아니라 경기도 공공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구조적 장치”라며, 재원 안정성과 용도 명확성, 집행 통제 및 성과 평가 체계를 갖춘 실질적 제도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예산의 단년도 편성 구조로는 공공의료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다. 사업이 매년 존폐 논란에 휘말리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현장은 계속해서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 의원은 현재 준비 중인 공공의료 특별회계 조례 취지를 설명하며 “특별회계보다 유연한 기금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어 특별회계를 기금으로 변경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건강기금 설치 근거 조례를 공동 검토하자고 제안하며, 3~4월 중 관련 토론회를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질의 수준을 넘어 입법적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공의료 재정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완해, 무료이동진료와 같은 사업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어 정 의원은 “무료이동진료 일몰 사태는 공공의료 재정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공공의료는 선택이 아니라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 “회의록에 남은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끝까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쟁은 단순히 한 사업의 존폐를 넘어, 경기도 공공의료 정책의 방향성과 재정 운용 체계 전반을 되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취약계층의 건강권을 둘러싼 논의가 ‘예산의 문제’로 축소될 것인지, 아니면 ‘구조 개편’의 출발점이 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정책 지형은 달라질 전망이다.
추경 확보 여부와 건강기금 설치 논의의 구체화 과정이 경기도 공공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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