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벤처투자 위축과 경기 둔화라는 이중 악재 속에서도 경기도 창업기업들이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창업공간 실태조사’ 결과는 공공 창업 인프라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수치로 입증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매출 증가율이다. 경기창업혁신공간과 창업보육시설에 입주한 502개 기업의 총 매출은 2,3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4% 급증했다. 단순한 증가가 아니라 ‘도약’에 가까운 수치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 역시 4억6500만 원으로, 전국 창업기업 평균(2억3000만 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는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정책적 지원이 시장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는 투자 위축, 금리 상승,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민간 중심의 투자 생태계가 흔들리면서 초기 기업들은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도 창업기업들은 오히려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공공 주도형 창업 인프라’가 있다. 경과원이 운영하는 창업혁신공간은 단순한 사무공간 제공을 넘어 사업화 지원, 네트워크 프로그램, 투자 연계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즉, 스타트업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전 주기 지원 체계’를 갖춘 셈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업들은 이러한 지원을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 진입에 성공하고, 매출 확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과도 뚜렷하다. 입주기업의 총 종사자 수는 2015명으로, 같은 해 상반기 대비 19.7% 증가했다. 특히 신규 고용이 638명에 달해 청년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기술 경쟁력 역시 강화됐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총 698건의 지식재산권과 인증을 확보했으며, 기업당 평균 1.39건에 이른다. 이는 단순한 창업이 아닌 기술 기반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산업 구조의 변화다. 인공지능(AI), 데이터, 네트워크 등 신산업 분야 기업이 320개사로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전통 제조업 중심에서 미래 산업 중심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창업 3년 미만 기업 비중이 53.2%에 달한다는 점은 초기 기업의 기술 확보와 시장 진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같은 성과의 핵심 동력으로는 경기도의 ‘판교+20’ 전략이 꼽힌다.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창업 생태계를 도 전역으로 확장하는 정책이다.
경기도는 제2판교 경기스타트업브릿지를 중심으로 권역별 창업혁신공간을 연계해 창업 거점을 다핵화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 집중된 창업 환경을 분산시켜 더 많은 기업이 성장 기회를 얻도록 하는 구조다.
그 일환으로 올해 3월 수원에 ‘남부권 경기창업혁신공간’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해당 공간은 최대 70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으며, 사업화 지원과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결합한 복합형 창업 거점으로 설계됐다.
회의실, IR룸, 휴게공간 등 기본 인프라는 물론 80명 이상 수용 가능한 24시간 코워킹 공간까지 갖추고 있어 창업기업의 활동성을 극대화했다. 단순한 입주 공간을 넘어 ‘성장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경과원은 앞으로 입주기업의 성장 단계와 산업 특성에 맞춘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기업 간 협업과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김현곤 경과원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창업혁신공간이 입주기업의 실질적인 성장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판교+20 전략과 연계한 현장 중심 지원을 통해 스타트업이 경기도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공공이 주도하는 창업 지원 정책이 실제 시장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검증 사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투자 의존도가 높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공공 인프라가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정책적 시사점이 크다. 이는 향후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결국 관건은 지속 가능성이다. 초기 성과를 넘어 기업의 스케일업과 글로벌 진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민간 투자와의 연계가 얼마나 강화될 수 있는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경기창업혁신공간이 단순한 ‘지원 시설’을 넘어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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