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과 나눔으로 시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은 광명시의 실험
 
[이코노미세계] '누가 가장 힘들고 외로울까' 박승원 광명시장이 10월 6일 추석 아침 자신의 SNS에 남긴 한 문장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다. “특별한 답을 얻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명절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라며 글을 맺었다.
비 예보가 있던 흐린 아침, 이 문장은 광명 시민들 사이에서 잔잔한 울림을 일으켰다. 박 시장의 말처럼 올해 광명시의 명절은 ‘함께의 온기’로 채워졌다. 화려한 퍼레이드보다, 시민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음악축제와 나눔의 현장이 곳곳에서 열렸다.
추석 연휴 첫날, 광명시민회관 앞마당은 음악으로 들썩였다. ‘2025 광명음악축제’의 무대 위에는 한영애, 자우림, 크라잉넛, 안치환 등 세대를 잇는 뮤지션들이 올랐다. 올해 광명시가 선정한 ‘대중음악 헌액 아티스트’는 가수 한영애였다. 지난해 김창완에 이어, 시민이 사랑한 음악인에게 헌정하는 상이다.
그러나 이 시상식의 진짜 의미는 ‘수상’이 아니라 ‘참여’에 있다. 박 시장은 “내년부터는 시민이 직접 헌액 아티스트를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광명의 문화는 행정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써 내려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틀간 이어진 음악축제의 여파는 무대 밖에서도 이어졌다. 철산 상업지구 상가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한 카페 주인은 “명절엔 늘 한산했는데, 올해는 손님이 몰려들었다”며 “이런 축제가 매년 열리면 지역 상권이 다시 살아날 것 같다”고 웃었다.
 
광명시는 이번 축제를 단순한 ‘문화행사’로 끝내지 않았다. 행사와 연계해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10%로 상향하고, 소상공인 결제 참여를 유도해 문화와 소비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박 시장은 “문화는 감동의 언어이지만, 동시에 지역을 움직이는 경제의 언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광명시의 명절정책은 ‘공공성’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박 시장은 올해 초 설 명절에도 전 시민에게 민생안정지원금 10만 원을 지급하며 “서민경제를 살리는 것이 가장 의로운 일”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 연휴를 맞아 다시 한 번 지역화폐 충전한도를 높이고, “시민이 체감하는 따뜻한 행정”을 강조했다.
또한 박 시장은 “정책의 성패는 행정 효율이 아니라, 시민의 삶에 닿는 온도에 달려 있다”며 “행정은 단순한 집행이 아니라 마음을 잇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철학은 ‘공공의 따뜻함’으로 표현된다. 광명시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의 중심에는 ‘시민과의 동행’이 있다.
“시정을 펼치며 실패하지 않는 길은, 어려운 일일수록 시민과 함께한다는 신념을 지키는 것이다.” 박 시장이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그의 행정 철학은 ‘참여와 공감’을 축으로 한다. 도시재생사업, 공공건축 리모델링, 청년정책 설계 등 주요 정책에 시민위원회를 도입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광명시가 최근 개편한 ‘시민참여예산제’ 역시 같은 철학 위에 있다. 시민이 직접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예산 집행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행정의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시민이 도시의 ‘주체’로 서는 구조다.
광명은 오래전부터 ‘공동체적 문화도시’를 지향해왔다. 도시재생과 문화재단이 협력해 “골목 속 예술제”, “도시농부 음악회”, “철산 거리페스티벌” 등을 이어오며, ‘생활문화’를 중심으로 시민 일상에 예술을 녹여왔다.
이번 추석 음악축제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시민이 참여해 무대를 기획하고, 지역 소상공인이 함께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 단순한 ‘공연’이 아닌, 공동체의 경제·문화 생태계를 통합하는 실험이다.
지역문화학자 이윤경 교수(한양대)는 “광명시는 ‘생활 속 문화자치’를 가장 잘 구현한 도시 중 하나”라며 “축제의 무게 중심을 ‘관객’에서 ‘시민참여자’로 이동시킨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오늘은 태양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매일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처럼 한결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박 시장은 추석 인사글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남겼다. 그가 말한 ‘한결같음’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공공의 일관성을 뜻한다.
박 시장의 행정 철학은 화려한 개발보다는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는 시정에 가깝다. 시민과 함께 걷는 길, 함께 고민하는 길. 그 길에서 광명시는 ‘문화’라는 언어로 공동체를 다시 엮어가고 있다.
광명의 명절은 이제 단순한 휴일이 아니다. 시민이 주체가 되고, 문화가 행정의 언어가 되는 ‘공동체 실험의 장’이다. 음악으로, 참여로, 나눔으로 이어진 이 실험은 지역경제의 순환뿐 아니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되살리고 있다.
박 시장은 “광명시는 거대한 도시보다 따뜻한 도시가 되고 싶다”며 “시민 한 사람의 행복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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