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시 “강화된 저감 기준·주민 참여 간담회 필요”
[이코노미세계] 월곶~판교 복선전철 건설사업을 둘러싸고 성남시가 주거 밀집지역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식 대응에 나섰다. 광역교통망 확충이라는 국책사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철도 노선이 인접한 판교원마을 1단지 주민들의 소음·진동 피해 우려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성남시는 지난달 3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에게 신상진 성남시장 명의의 서한을 각각 발송하고, 월판선 판교원마을 1단지 인접 구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소음·진동 저감 대책 마련을 공식 건의했다. 동일한 내용의 요청을 주무 부처와 시행 기관에 동시에 전달하며 사안의 중대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성남시는 서한에서 월판선 사업이 수도권 서남부와 판교를 잇는 핵심 광역철도망으로서 교통 접근성 향상과 지역 간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성남시 역시 국책사업의 정책적 취지에 깊이 공감하며, 그간 사업 추진 과정에 적극 협력해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문제는 노선이 통과하는 일부 구간의 특수성이다. 판교원마을 1단지 인근은 대규모 공동주택이 밀집한 대표적인 주거지역으로, 철도 공사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진동이 주민 생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성남시는 “법적 기준 충족 여부와 별개로, 실제 주민들이 체감하는 소음·진동에 대한 불안과 민원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대형 교통 인프라 사업에서 반복돼 온 갈등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법정 기준을 충족했다는 이유만으로 주민 불안을 해소하지 못해 공사 지연이나 행정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이러한 선례를 의식한 듯, 사전 예방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남시가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에 건의한 내용은 단순한 민원 전달을 넘어, 구체적인 기술·관리 대책을 포괄한다. 우선 주거지역 특성을 고려한 강화된 소음·진동 저감 기준 적용을 요청했다. 법적 최소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저소음·저진동 궤도 구조 도입과 방진매트 설치 등 기술적 대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것이다.
공사 단계 관리 강화도 핵심 요구 사항이다. 성남시는 야간 공사 최소화, 저소음 공법 적용 등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철저한 현장 관리 계획 수립을 강조했다. 특히 공사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주민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는 만큼, 초기 단계부터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운영 단계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철도 개통 이후에도 상시 소음·진동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주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식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성 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성남시가 특히 강조한 부분은 ‘소통 구조’다. 시는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 성남시, 그리고 해당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식 간담회 개최를 요청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사전에 공유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는 최근 공공 인프라 사업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주민 참여형 거버넌스’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행정과 시행기관 중심의 일방적 설명이 아니라, 주민을 사업의 이해관계자로 인정하고 논의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사업 안정성을 높인다는 판단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시민의 주거 환경을 충분히 보호하면서도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월판선이 교통 인프라 확충에 그치지 않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며 지역과 상생하는 모범적인 국가 철도 사업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성남시의 이번 건의는 단순한 지역 민원을 넘어,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거권 보호’가 어떻게 제도적으로 반영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교통망 확충이라는 공익과 주민 생활권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할 때, 어느 한쪽을 희생하는 방식이 아닌 정교한 조정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있다.
월판선 사업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주민 우려를 반영해 나갈지, 그리고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이 성남시의 요청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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