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약물 중심 치료를 넘어 소프트웨어 기반 치료로 전환되는 의료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디지털치료제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는 디지털치료제(DTx)의 산업·정책 흐름을 종합 분석하고, 경기도가 갖춘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기술이 접목된 치료 방식이 의료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존 의약품 중심 치료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디지털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낮은 개발비용과 짧은 개발 기간, 높은 안전성을 기반으로 ‘3세대 치료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핵심이다.
디지털치료제는 질병 예방과 관리,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의미한다. 전통적인 1세대 치료제인 저분자 합성 의약품(알약), 2세대 치료제인 바이오 의약품(주사제)에 이어 등장한 새로운 치료 방식이다. 환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가상현실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예컨대 불면증 환자는 수면 습관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우울증 환자는 가상 환경에서 심리 상태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증상을 완화한다. 이는 기존 약물 중심 치료가 신체 반응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행동 변화와 인지 개선을 기반으로 치료 효과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 같은 특성은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부작용 위험을 낮추는 장점으로 이어진다. 특히 개발 기간 측면에서 기존 신약이 15년 이상 소요되는 데 비해 디지털치료제는 약 4년 수준으로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절감 효과 또한 산업 확산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약 173억 달러 규모로 확대되며, 연평균 2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역시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불면증 치료제 ‘솜즈’를 포함해 지난해 기준 14개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며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경기도는 디지털치료제 산업을 선도할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전국 의료기기 기업의 약 42%가 도내에 집적돼 있다는 점을 주요 강점으로 꼽았다. 여기에 IT 및 바이오 산업 기반, 대형병원 중심의 임상 인프라, 약 1400만 명에 달하는 인구 데이터 환경이 결합돼 있다.
이러한 요소는 연구개발(R&D)부터 임상시험,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생태계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의료 데이터 확보와 활용 측면에서 경기도는 다른 지역 대비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제도적 기반 역시 선제적으로 마련됐다.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디지털의료제품 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토대를 구축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공공의료와 연계한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디지털치료제를 적용하고 비용을 지원하는 ‘디지털 복지 모델’ 도입이 제안됐다.
이 모델은 불면증, 우울증, 불안장애 등 비교적 접근성이 낮은 정신건강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환자는 병원 방문 없이도 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며, 공공재정을 통해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 형평성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동시에 산업 측면에서는 도내 기업들이 임상 데이터와 기술을 연계해 신속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자문단 운영, 전문 교육, 컨설팅 제공 등을 통해 규제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포함됐다.
김현곤 경과원장은 “디지털치료제는 기존 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기술”이라며 “경기도는 관련 제도를 선제적으로 마련한 만큼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경과원은 매년 산업·경제·신기술 분야의 주요 이슈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이번 보고서 역시 정책 수립과 산업 전략 수립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와 IT가 융합된 디지털치료제 산업은 단순한 신산업을 넘어 보건의료 체계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경기도가 제시한 공공의료 연계 모델과 산업 육성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경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사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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