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전세사기가 개인의 불운을 넘어 구조적 재난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전세사기 피해 가구를 대상으로 이주비와 긴급생계비를 결합 지원하는 정책을 2026년에도 이어간다. 단기적 생계 안정과 주거 이전을 동시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서도 비교적 선제적인 대응이라는 평가다.
경기도는 전세사기 피해자 중 긴급주거지원 대상자가 새로운 거처로 이주할 경우 가구당 최대 150만 원의 이주비를 지급하고, 별도로 가구당 100만 원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한다고 12일 밝혔다.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가구당 최대 2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동일 가구가 정부나 경기도형 긴급복지 지원을 이미 받고 있는 경우, 긴급생계비는 중복 지급되지 않는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계약 해지 이후 즉각적으로 발생하는 주거 이전 비용과 생활비 공백이다. 보증금 반환이 막히는 순간, 이사비와 임대보증금은 물론 당장 생계를 유지할 현금 흐름까지 동시에 끊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집은 나가야 하는데 갈 곳이 없다”는 호소가 반복되고 있다.
경기도가 이주비와 생계비를 분리하지 않고 동시에 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주거 이전 지원만으로는 피해자의 현실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도 관계자는 “이사비만 지급할 경우 생활비 공백으로 다시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원은 생애 1회에 한해 제공된다. 액수만 놓고 보면 근본적 보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긴급 상황에서 최소한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가 법적 분쟁으로 장기화되는 경우,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어 단기 지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을 ‘응급 처치형 주거 복지’로 평가한다. 한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피해 회복을 위한 본질적 해법은 제도 개선과 사법적 구제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계 공백을 메우는 것은 지방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2023년 3월 전국 최대 규모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개소해 운영 중이다. 이 센터는 피해 접수와 상담을 비롯해 긴급생계비·이주비 지원, 피해 주택 긴급 관리까지 전세사기 피해 대응의 핵심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단순 행정 안내를 넘어 실제 지원으로 연결되는 ‘원스톱 체계’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김태수 경기도 주택정책과장은 “전세사기는 개인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라며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지방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지원이 1회성에 그치는 만큼, 장기 임시주거 대책이나 보증금 회수 실패에 대비한 추가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실질적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피해 규모가 큰 다가구·다세대 전세사기 사건의 경우, 250만 원 지원만으로는 주거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전세피해자 지원사업은 단기간에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전세사기가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는 한, 이러한 긴급 지원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촘촘하게’ 이어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세사기라는 그늘 속에서 경기도의 이번 정책이 단순한 위로금에 그칠지, 아니면 주거 복지 체계 전환의 출발점이 될지는 향후 정책 연속성과 제도 보완에 달려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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