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8월 첫 월요일, 시흥시 공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여름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응하기 위한 시정 점검의 자리였지만, 이날 월례조회에서는 이전과 다른 장면도 펼쳐졌다. 인공지능(AI)을 행정 업무에 접목하기 위한 공직자들의 제안 발표가 진행된 것이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월례조회 소식을 전하며 “특별히 이번에는 공직자들의 AI 역량 강화를 위한 ‘AI 챌린저’ 제안 공직자들의 발표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의 효율화를 위한 노력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평가했다.
시흥시가 이날 월례조회에서 꺼내 든 화두는 크게 세 가지다.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여름철 재난 대응, AI를 활용한 행정 혁신,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공직자에 대한 존중이다. 서로 다른 의제로 보이지만 결국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조직의 실행력’으로 연결된다.
특히 AI 활용을 일부 기술 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라 공직자 전체가 고민해야 할 행정 혁신의 주제로 제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술 도입 자체보다 공직자들이 현장의 불편을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직접 제안하는 방식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생성형 AI의 확산은 지방행정의 업무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행정기관은 각종 보고서와 회의자료 작성, 정책자료 분석, 민원 분류, 통계 정리, 홍보 문안 작성 등 방대한 문서 업무를 수행한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AI로 보조할 경우 공직자는 절약된 시간을 현장 점검과 정책 설계, 민원 해결에 더 많이 투입할 수 있다.
이번 ‘AI 챌린저’ 제안 발표는 공직자들이 AI를 단순히 배워야 할 신기술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위에서 정한 과제를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업무를 가장 잘 아는 담당자가 개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방행정의 혁신은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불편을 줄이는 데서 시작된다. 매번 형식을 맞춰야 하는 반복 문서를 간소화하고, 여러 자료에 흩어진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며, 민원 내용을 유형별로 분류하는 작업부터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행사 안내나 정책 홍보 문구를 시민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데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다만 AI가 만들어 낸 결과물을 그대로 행정에 사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생성형 AI는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시하거나 문맥을 잘못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정보나 내부 행정자료를 외부 서비스에 입력할 경우 보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책 결정의 근거와 책임까지 AI에 맡길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AI 행정의 성패는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안전하고 정확하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직자가 AI의 답변을 검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기준, 최종 책임의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활용 가능한 업무와 제한해야 할 업무를 구체적으로 구분하는 내부 지침도 필요하다.
이번 발표가 일회성 아이디어 공유에 머물지 않으려면 제안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선정해 소규모로 시험하고, 업무시간 단축과 오류 감소, 시민 편의 개선 등의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 효과가 확인된 사례는 다른 부서로 확산하고, 문제가 드러난 방식은 보완하는 단계적 접근이 요구된다.
AI 행정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제라면 폭염과 집중호우 대응은 당장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현안이다. 임 시장은 월례조회에서 8월 시정 소식을 공유하고, 폭염과 집중호우 등에 대비한 각오를 다졌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재난은 한 가지 형태로만 찾아오지 않는다.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다가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질 수 있고, 강풍과 낙뢰가 동반될 수도 있다. 도로 침수와 배수 문제, 시설물 안전, 취약계층 보호, 야외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 등 여러 부서의 업무가 동시에 맞물린다.
재난 대응에서는 계획보다 실행 속도가 중요하다.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피고 위험 지역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상 징후가 발견됐을 때 담당 부서와 유관기관 사이에 정보가 신속하게 공유돼야 하며, 시민에게는 행동 요령과 대피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
특히 폭염은 눈에 보이는 시설 피해가 크지 않더라도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야외 근로자 등에게 직접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집중호우 역시 같은 양의 비가 내리더라도 지형과 배수 여건, 시설물 상태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진다. 지역의 특성을 알고 있는 현장 공직자의 판단과 대응이 중요한 이유다.
AI 활용 역시 이 같은 재난 대응과 접목할 여지가 있다. 기상·민원·시설물 관련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상황별 안내 문안을 만드는 업무를 보조할 수 있다. 그러나 긴급한 재난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공식 자료 확인과 담당자의 최종 검증 절차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결국 디지털 기술은 현장의 판단을 대신하는 장치가 아니라, 공직자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돕는 수단이어야 한다. 기술과 현장 대응 체계를 함께 정비할 때 행정 혁신이 시민 안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조회에서는 우수 공직자에 대한 표창 전수와 축하도 진행됐다. 임 시장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시흥시의 오늘과 내일”이라며 “늘 수고하는 시흥시정부 공직자를 존중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공직자에 대한 격려는 단순한 사기 진작을 넘어 조직 운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면 담당자가 실패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만 요구하고 시행착오를 허용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혁신적인 제안이 나오기 어렵다.
AI 활용도 마찬가지다. 공직자가 새 도구를 익힐 수 있는 교육 기회를 마련하고, 업무 개선 사례를 조직 내부에서 공유해야 한다. 제안한 직원에게 모든 실행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관련 부서가 함께 검토하고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수 사례에는 합당한 평가와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동시에 AI 활용 역량의 차이가 부서나 세대 간 업무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도구에 익숙한 직원뿐 아니라 모든 공직자가 기본적인 활용법과 주의사항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기술 교육과 함께 질문하고 실습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조직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임 시장이 월례조회에서 ‘공직자 존중’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변화의 토대와 맞닿아 있다. 시민을 직접 상대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공직자가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책임감과 적극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존중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업무 분담과 적극행정에 대한 보호,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 등 구체적인 조직 운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월례조회는 시흥시가 당면한 재난에 대비하는 동시에 행정의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응하는 일은 시민의 오늘을 지키는 것이고, AI를 활용해 행정의 효율을 높이는 일은 시흥시의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하다. ‘AI 챌린저’에서 나온 제안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보고서 작성 시간이 줄었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민원 처리 속도가 빨라졌는지, 정책 안내가 더 쉬워졌는지, 공직자가 현장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는지를 살펴야 한다.
재난 대응 역시 월례조회에서 각오를 다지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위험 지역 점검과 비상연락망 정비, 취약계층 보호, 시민 안내 등 현장의 준비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부서 간 협력이 즉시 작동하도록 반복적인 점검과 훈련이 필요하다.
행정 혁신의 최종 목적은 기술의 도입이나 조직 내부의 성과가 아니다. 시민이 더 안전해지고, 필요한 정보를 더 쉽게 얻으며, 민원을 더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AI를 통해 공직자의 반복 업무를 줄였다면 그만큼 시민에게 돌아가는 행정서비스의 품질도 높아져야 한다.
임 시장은 “8월 잘 해냅시다”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짧은 다짐이지만 그 안에는 폭염과 집중호우를 무사히 넘기고, AI라는 새로운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자는 주문이 담겼다. 이제 중요한 것은 발표된 아이디어를 현장에 뿌리내리고 시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시흥시의 AI 행정 실험이 일회성 행사에 그칠지, 지방행정의 새로운 업무 모델로 발전할지는 앞으로의 실행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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