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비행안전구역 고도제한이 수십 년째 분당 재건축의 발목을 잡아온 가운데, 성남시가 제도 개선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본다. 성남시는 비행안전 2구역에 적용되는 고도제한으로 인해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저하된 현실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의뢰한 연구용역을 오는 3월 착수한다고 밝혔다.
분당구 이매동·야탑동 일대는 노후 공동주택이 밀집한 지역이지만, 비행안전 2구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약을 받아왔다. 법적으로 허용된 용적률을 적용하더라도, 고도제한에 걸려 계획한 층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조합 설립 단계에서부터 사업성이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분당신도시 1기 재건축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고도제한 문제는 단순한 규제 차원을 넘어 ‘재건축 가능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불만이 누적돼 왔다.
성남시가 추진하는 이번 용역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비행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되, 실제 공항 운영 실태와 기술적 여건을 반영해 합리적인 조정 여지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용역의 핵심 과제는 서울공항 활주로 착륙대 폭 축소 가능성 검토와 활주로 이용 실태 분석이다. 현재 설정된 고도제한 기준이 실제 운항 패턴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비운영 구간이나 탄력적 운용이 가능한 여지가 있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일률적 제한’에서 ‘운영 실태 기반 관리’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성남시 내부에서는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도시 정비를 가로막는 불합리한 요소가 있다면, 제도 개선을 논의할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연구용역은 오는 3월부터 4개월간 진행돼 7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성남시는 이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 국토교통부, 공군 등 관계기관과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비행안전구역 조정은 지방자치단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객관적 연구 결과가 협상의 핵심 카드가 될 전망이다.
특히 분당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이번 용역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도제한이 일부라도 완화될 경우, 그동안 막혀 있던 용적률 활용이 가능해져 사업성 개선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안전구역 고도제한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그러나 제도가 만들어진 당시와 현재의 항공기 성능, 운항 방식, 도시 밀도는 크게 달라졌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남시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비행안전 확보, 주민 재산권 보호, 도시 정비사업 정상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도제한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경우, 분당 재건축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도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앙정부와 군 당국의 판단이 핵심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용역 착수는 ‘손도 대지 못하던 문제’를 공식 테이블 위에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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