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남부 산업도시로 성장해 온 평택이 이번에는 ‘교육’이라는 새로운 축을 세우고 있다. 반도체·미군기지·항만 중심 도시 이미지를 넘어, 국제교육 인프라를 갖춘 교육도시로의 변화를 공식화한 것이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15일 국제학교 ‘애니라이트스쿨 평택’ 설립·운영을 위한 양해각서(MOA)를 체결했다고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업무협약(MOU)이 아닌, 당사자 간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적 효력을 갖는 계약으로, 국제학교 설립 논의가 실제 실행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MOA 체결의 가장 큰 의미는 국제학교 설립이 더 이상 선언적 계획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러 지자체가 국제학교 유치 계획을 발표했지만, 재원 조달과 운영 주체 문제, 교육부 인가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혀 좌초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평택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설립과 운영의 틀을 구체화했다. ‘애니라이트스쿨 평택’은 본교의 교육 철학과 커리큘럼을 그대로 도입해 운영될 예정이며, 국제적 교육 기준을 충족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를 통해 지역 학생들이 수도권이나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국제적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제학교 설립을 둘러싼 가장 민감한 지점은 ‘형평성’이다. 고액 학비와 외국 국적 중심 선발 구조로 인해 국제학교가 소수 특권층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인식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평택시는 ‘지역 학생 30% 선발’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국내 학생 가운데 일정 비율을 평택시 거주자로 선발해 지역 교육환경 개선 효과를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국제학교 설립 과정에서 반복돼 온 ‘지역사회와의 단절’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선발 기준과 학비 수준, 장학 제도 등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지역 체감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교육계에서는 “지역 학생 비율만 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중산층 가정도 접근 가능한 구조인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평택시는 국제학교 설립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교육 네트워크 활용에도 나섰다. 시는 국제교육 분야 전문가인 데이빗 오버튼 학교 이사회 의장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오버튼 의장은 국제교육 운영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학교 설립 과정 전반에서 자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학교 한 곳을 세우는 것을 넘어, 평택이 국제 교육 시장에서 ‘신뢰 가능한 도시’로 인식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제학교는 브랜드 신뢰도가 곧 학생 유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운영 주체의 전문성과 국제적 인지도는 핵심 변수다.
국제학교 설립은 교육 정책을 넘어 도시 전략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평택은 삼성전자 반도체 캠퍼스, 미군기지 이전, 항만 물류 산업 등으로 국내외 인구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와 주재원, 글로벌 기업 종사자들의 안정적 정주 여건 확보가 도시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국제학교는 외국인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대표적 인프라다. 동시에 지역 학생에게는 새로운 교육 선택지를 제공한다. 평택시가 국제학교를 ‘글로벌 인재 양성의 핵심 교육 인프라’로 규정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국제학교 설립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과제도 분명하다. 교육부 인가 절차, 학비 책정의 투명성, 장학 제도 마련, 지역 공교육과의 연계 방안 등이 향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공립학교와의 교육 격차를 어떻게 완화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평택시는 “국제학교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학교가 지역 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보 공개와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MOA 체결은 평택이 산업도시를 넘어 교육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다. 국제학교가 지역 교육 생태계에 긍정적 자극제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특수 교육시설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운영 방식에 달려 있다.
교육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장기적인 투자다. 평택의 선택이 ‘글로벌 교육도시’라는 새로운 도시 모델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