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평택에는 왜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드물까. 정장선 평택시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질문을 던졌다. “평택에는 역사적이거나 상징적인 공공건축이 거의 없다”고 진단하며, 도시 성장의 이면에 놓인 공공건축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개발 속도에 밀려 반복돼 온 철거와 신축의 악순환, 그리고 기능 중심 행정의 관성이 도시 풍경을 단조롭게 만들었다는 문제의식이다.
정 시장의 발언은 단순한 소회가 아니다. 도시 정책의 방향을 드러내는 선언에 가깝다. 그리고 “50년이 채 되기도 전에 허물고 다시 짓는 일이 반복돼 왔다”며 공공건축의 ‘수명’과 ‘품격’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취임 이후 그가 내세운 화두는 ‘오래 남을 건축’, ‘평택을 대표하는 건축’이었다.
이 같은 고민의 상징적 결과물이 지난해 준공된 평택아트센터다. 평택아트센터는 단순한 문화시설을 넘어 도시 이미지의 변화를 이끈 사례로 평가된다. 기능적 공간을 넘어 건축 자체가 도시의 풍경이 되고, 시민 경험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다.
평택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공공건축 설계 방식의 변화다. 평택아트센터를 포함해 주요 공공건축 다수가 국제공모를 통해 추진됐다. 이는 단순히 해외 건축가 참여의 의미를 넘어선다. 도시 설계의 기준을 기능·예산 중심에서 창의성·완성도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정책적 선택이다.
정 시장은 “국제공모를 통해 세계적인 시선과 다양한 상상력을 끌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평택중앙도서관, 고덕 평택신청사, 평택역광장 등 핵심 사업에서 완성도 높은 설계안이 도출됐다. 국내 공모로 진행된 서부출장소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제공모의 핵심은 경쟁의 폭과 관점의 확장이다. 다양한 문화권과 설계 철학이 충돌하면서 도시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등장한다. 결과적으로 이는 도시가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장기적 관점의 건축을 가능하게 한다.
그동안 지방도시 공공건축은 효율성과 실용성에 집중돼 왔다. 짧은 사업 기간, 제한된 예산, 행정 절차의 경직성은 디자인과 상징성의 우선순위를 낮췄다. 그 결과는 획일적 외관, 낮은 공간 경험, 빠른 노후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도시 경쟁력이 ‘경제 규모’에서 ‘도시 경험’으로 이동하면서 공공건축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공공건축은 행정 기능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도시 브랜드와 시민 자부심을 형성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된다.
평택의 접근은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오래 남을 건축’이라는 표현에는 물리적 내구성뿐 아니라, 시대를 견디는 디자인 가치가 함께 담겨 있다. 이는 도시 정책이 단기 성과에서 장기 품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평택은 산업, 교통, 인구 측면에서 빠르게 팽창하는 도시다. 도시는 커졌지만, 도시의 얼굴을 규정하는 공공 공간과 건축의 축적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정 시장의 발언은 이 간극을 메우겠다는 정책적 의지로 읽힌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공공건축의 중요성은 커진다. 청사, 도서관, 광장, 문화시설은 단순한 행정·편의 시설이 아니다. 시민의 일상 동선과 기억, 도시의 시각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다.
정 시장은 “앞으로도 세심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공건축을 도시 전략의 중심축으로 두겠다는 메시지다. 결국 도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건물을 지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공간을 남겼느냐로 평가받는다.
건축은 도시의 가장 느린 언어다. 한 번 지어지면 수십 년, 때로는 세대를 넘어 존재한다. 그래서 공공건축은 행정의 결과물이 아니라, 도시 철학의 기록물이다.
평택이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는 명확하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에서 ‘오래 기억되는 도시’로. 공공건축이 도시의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는 변화. 그 실험은 이미 시작됐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