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으로 세상과 나눈 마음속 이야기, 예술로 편견의 벽 낮춰
신동화 시장 “시민 마음 세심하게 살피겠다”
[이코노미세계] 눈에 보이는 상처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다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당사자조차 자신의 어려움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마음의 고통을 발견하고 서로 이해하는 일에는 한층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경기 구리에서 예술을 통해 이러한 ‘보이지 않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작품을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고, 시민들이 그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자리다.
신동화 구리시장은 21일 구리아트홀에서 열린 정신건강복지센터 ‘공간·마음이음’ 예술전시회를 찾았다. 신 시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시회 방문 소식을 전하며 작품에 담긴 참여자들의 마음과 회복 과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전시에는 회원 16명이 참여해 회화와 드로잉,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선보였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를 넘어 참여자들이 자신의 내면과 경험을 예술로 표현하고, 이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언어로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감정은 말보다 색과 선, 이미지가 더 잘 표현할 때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 참여자들은 회화와 드로잉, 미디어아트 등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속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 신 시장 역시 전시장을 둘러본 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과 회복의 과정이 한 작품, 한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말은 이번 전시가 갖는 성격을 보여준다. 전시된 작품들은 단순한 미술 결과물만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외부와 연결하는 하나의 통로로 볼 수 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감정과 시간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본다.
예술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가 되는 셈이다. 특히 정신건강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사자와 시민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전시라는 형식은 의미가 있다. 특정한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돕는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작품을 만든 사람과 작품을 보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감정을 나누기 때문이다.
작품 앞에서는 누구나 관람객이다. 누군가는 그림의 색에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한 장의 드로잉을 보며 자신과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신건강 문제는 특정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의 이름인 ‘공간·마음이음’에서도 핵심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것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다룰 때 의료적 치료와 전문적인 상담은 중요하다. 동시에 지역사회 안에서 사람을 고립시키지 않고 서로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필요하다.
전시는 이런 연결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방식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완성된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서 세상과 소통한다.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려는 감정과 이야기를 접한다. 작품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작가와 관람객 사이에 보이지 않는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신 시장은 “예술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고,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게 하는 따뜻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예술이 갖는 힘을 ‘연결’과 ‘이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정신건강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접근 역시 이런 방향으로 넓어질 필요가 있다.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시민을 단순히 지원 대상자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접점을 넓히는 것이다. 전시와 문화예술 활동은 그 접점을 만드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마음의 어려움이 더욱 힘든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몸에 난 상처와 달리 마음의 상처는 주변 사람이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겉으로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보여도 당사자는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무게를 감당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정신건강 문제에서는 주변의 관심과 이해가 중요하다. 이번 전시에서 참여자들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는 사실도 주목할 부분이다. 개인의 내면에 머물렀던 이야기가 작품이 되고, 작품이 전시장에 걸리면서 다른 사람과 공유되는 이야기가 됐다.
이는 자신의 마음을 세상과 연결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신 시장은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을 향해 “소중한 작품을 선보여주신 작가 여러분께 진심 어린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응원과 박수’라는 표현에는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은 참여자들의 용기를 존중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이러한 태도다. 마음이 힘든 사람을 특별하거나 다른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누구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정신건강 정책이 시민에게 실질적인 힘이 되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정신건강에 대한 심리적인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정신건강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회에서는 어려움을 겪더라도 이를 주변에 알리거나 도움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반대로 마음의 어려움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문화와 예술이 갖는 장점도 여기에 있다.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정신건강’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상담실이나 의료기관이 아닌 문화공간에서 작품을 통해 만난다.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일에서 출발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마음까지 돌아볼 수 있다.
따라서 ‘공간·마음이음’과 같은 전시는 문화행사를 넘어 정신건강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넓혀가는 접점으로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신 시장의 메시지도 시민 곁에서 마음을 살피는 행정에 방점이 찍혔다. “구리시도 마음이 힘든 순간 누구도 혼자가 되지 않도록, 시민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고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혼자가 되지 않도록’이라는 대목이다. 마음의 어려움을 개인이 홀로 감당해야 할 문제로 남겨두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살펴야 할 문제로 인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전시가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사람’으로 향한다. 회화와 드로잉, 미디어아트는 표현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그 안에는 작품을 만든 사람의 시간과 감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시민들이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그 마음은 더 이상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바라보며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그 과정 자체가 ‘마음이음’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정책 역시 시설과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에 그쳐서는 충분하지 않다. 시민들이 마음의 어려움을 숨기지 않고 도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 주변 사람이 그 이야기를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 도움이 필요한 순간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는 신뢰가 함께 형성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 머물렀던 이야기가 작품으로 표현되고, 작품이 전시장에 걸리고, 시민들이 그 앞에 서면서 서로의 마음을 바라본다.
신 시장이 전시장에서 바라본 것도 결국 작품 너머에 있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보이지 않는 무게’를 알아보는 것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표현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힘든 순간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하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다.
구리아트홀에 전시된 작품들이 던진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예술로 이어진 마음과 마음의 연결을 전시장이 아닌 시민의 일상으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그리고 마음이 힘든 시민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 지역사회가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손을 내밀 수 있을 것인가. ‘공간·마음이음’ 전시가 구리시에 던지는 다음 과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