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지방자치단체장의 휴가는 단순히 업무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는 단체장에게 다른 도시와 관광지를 직접 둘러보는 시간은 지역 발전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또 하나의 현장이 될 수 있다.
전진선 양평군수가 4일간의 휴가를 마무리하면서 남긴 짧은 글에서도 이런 단면이 엿보인다. 가족과 함께 강릉의 역사문화 현장을 둘러본 그는 휴가 마지막 날 화담숲을 찾아 모노레일을 직접 타본 뒤 양평의 관광자원인 ‘쉬자파크’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가족과 함께한 휴가였지만 시선은 결국 양평으로 돌아왔다. 전 군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4일간의 시간을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제법 자란 손주와 대화를 나누고 오죽헌과 선교장을 찾아 역사 이야기를 함께하며 강릉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휴가 마지막 일정이다. 화담숲을 방문해 모노레일을 직접 이용했다. 단순한 관광으로 끝내지 않고 그 경험을 양평군의 관광정책과 연결했다. 그리고 “쉬자파크 활성화를 고민하며 휴가기간을 정리해 봅니다”라고 했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정책이라는 측면에서는 여러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관광정책의 성패는 거대한 시설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방문객이 어떤 경로로 관광지를 둘러보고, 무엇을 체험하며,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다시 방문할 이유를 찾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자연환경을 핵심 관광자원으로 삼는 지역이라면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방문객이 편리하게 이동하고, 휴식하고, 지역만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세밀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전 군수가 화담숲의 모노레일을 직접 이용한 뒤 쉬자파크를 떠올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모노레일이라는 시설 자체가 아니다. 다른 관광지가 방문객의 이동과 관람 편의, 자연경관 감상 등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고 있는지를 직접 경험하고 이를 양평의 여건과 비교해 보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
지방행정에서 다른 지역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마다 자연환경과 접근성, 인구구조, 관광객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복제’가 아니라 ‘양평형 해법’이다. 쉬자파크가 가진 자연환경과 공간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관광객이 더 편리하게 이용하고, 더 오래 머물며,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콘텐츠를 보완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 군수의 이번 방문이 향후 어떤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원문에서도 구체적인 사업이나 시설 도입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휴가 중 방문한 관광시설의 경험을 쉬자파크 활성화라는 지역 현안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역 관광정책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관광객이 지역을 찾아 경관만 보고 곧바로 떠난다면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관광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식당과 카페, 숙박시설, 전통시장과 지역상점 등을 이용할 가능성도 커진다.
관광을 지역경제와 연결하려면 관광지 한 곳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변 상권과 지역 콘텐츠를 하나의 동선으로 묶는 접근이 필요하다.
양평처럼 자연경관을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숲과 산책, 휴식, 가족 체험, 문화와 지역 먹거리 등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관광객이 양평을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쉬자파크 활성화 역시 특정 시설 하나를 추가하는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방문객의 경험 전체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광객은 어디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어린이와 고령층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 머물며 즐길 콘텐츠는 충분한지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지역 주민과의 연계도 빼놓을 수 없다. 관광객 증가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려면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사회 안에서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관광정책과 지역경제정책을 따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관광객의 이동 동선 안에 지역의 음식과 농특산물, 상권과 문화 등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전 군수의 휴가 일정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오죽헌과 선교장을 방문했다는 점이다. 손주와 함께 두 곳을 찾아 역사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가족여행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사와 문화를 체험한 것이다. 관광에서 ‘이야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관광객에게 오래 기억되는 지역은 단순히 볼거리가 많은 곳만은 아니다. 공간에 얽힌 역사와 인물, 지역의 생활문화 등 방문객에게 전달할 이야기가 있을 때 장소의 가치가 높아진다.
특히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는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자녀와 부모, 조부모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전 군수가 손주와 역사 이야기를 나눴다는 개인적인 경험 역시 이런 가족관광의 특성을 보여준다.
양평 관광 역시 자연환경이라는 강점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의 이야기를 더한다면 관광 콘텐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숲길 하나에도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자연경관과 지역문화를 연결하며,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이다. 관광지가 단순한 ‘방문 장소’에서 가족의 기억을 만드는 ‘경험의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 다시 찾을 이유도 생긴다.
또한 지방행정에서 현장은 중요하다. 보고서와 통계자료만으로는 실제 관광객이 느끼는 편리함과 불편함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관광지까지 이동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경사가 어느 정도인지, 고령자가 이용하기 불편하지 않은지, 안내판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쉼터는 충분한지 등은 직접 걸어보고 이용해야 체감할 수 있다.
전 군수가 화담숲에서 모노레일을 직접 이용했다는 사실도 이런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입장에서 시설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 관광지를 떠올렸다면 일종의 현장 벤치마킹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전제가 필요하다. 다른 지역에서 인기를 얻은 시설이라고 해서 양평에도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쉬자파크의 자연환경과 이용객 특성, 사업성, 환경 영향, 유지관리 비용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관광개발과 자연보전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양평이 가진 가장 큰 관광자산 가운데 하나가 자연환경이라면 개발을 위해 자연의 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은 오히려 장기적인 관광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쉬자파크 활성화 논의 역시 새로운 시설을 얼마나 많이 설치할 것인가보다 기존 자원의 매력을 어떻게 높이고 이용객의 불편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전 군수의 글은 휴가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휴가를 마친 다음 날 홍천군과 양평군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면서 다시 일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휴가의 마지막을 관광정책 구상으로 정리하고 다음 일정을 인접 지역과의 발전방안 논의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지역 발전에서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민 생활권과 관광권, 교통권은 행정구역 경계에서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관광객 역시 하나의 시·군만을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접근성이 좋고 콘텐츠가 연결돼 있다면 여러 지역을 하나의 관광권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지역 간 협력은 관광과 교통,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또 다른 가능성이 될 수 있다. 전 군수가 언급한 홍천군과의 발전방안 논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원문에서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특정 사업과 연결해 해석하는 것은 이르다.
그러나 행정구역을 넘어 인접 지역과 발전방안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는 지역의 경쟁력을 넓은 생활권과 경제권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전진선 군수가 남긴 휴가 소회는 길지 않다. 손주와 함께한 시간, 강릉의 역사문화 현장, 화담숲 모노레일 체험, 쉬자파크 활성화에 대한 고민, 그리고 업무 복귀 후 홍천군과의 발전방안 논의까지가 짧은 글 안에 담겼다.
그 가운데 지역행정의 관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쉬자파크 활성화’다. 관광지를 직접 경험한 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지역의 관광정책을 떠올렸다는 점에서다.
이제 관심은 그 생각이 실제 정책으로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에 모인다. 관광정책은 아이디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방문객의 수요와 주민 의견, 경제성, 접근성, 환경보전, 유지관리 비용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지역경제와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특히 자연을 핵심 자산으로 하는 관광지는 ‘더 많이 개발하는 것’보다 ‘지금 가진 것을 어떻게 더 가치 있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할 수 있다.
쉬자파크가 단순히 한 번 찾고 떠나는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쉬고, 걷고, 체험하며 양평의 다른 관광자원과 지역상권까지 찾아가게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면 관광 활성화의 의미도 달라진다.
결국 관건은 ‘양평다움’이다. 다른 지역의 장점을 배우되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 양평의 자연과 문화, 생활환경에 맞는 방식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전 군수는 휴가 마지막 날 모노레일을 타면서 쉬자파크를 떠올렸다. 다음 날에는 홍천군과 발전방안을 논의하며 다시 업무를 시작한다고 했다.
4일간의 짧은 쉼표가 끝나는 자리에서 그의 시선은 다시 양평으로 향했다. 무더위가 한풀 꺾였지만 군민들에게 건강을 당부하며 마무리한 그의 휴가 메시지가 이제 남은 것은 휴가지에서 얻은 작은 아이디어가 행정의 검토와 주민의 의견을 거쳐 어떤 ‘양평형 관광정책’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일이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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