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통학 부담 갈수록 커져
교육권 보장 위한 중장기 대책 요구
[이코노미세계] 고등학교 배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일까. 학생들에게는 하루 두 시간 가까운 통학시간을 결정하는 문제이며, 학부모에게는 자녀의 안전과 학습권이 걸린 생존의 문제다. 특히 신도시와 택지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학교 한 곳의 학급 수가 학생들의 일상을 크게 바꾼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신원지구에서 이 같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이인애 의원은 최근 경기도의회 고양지역상담소에서 경기도교육청 관계자와 신원중학교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원고등학교 학급 증설 관련 간담회'를 열고 고등학교 배정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단순히 한 학교의 학급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 교육환경 전반을 다시 살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신원지구는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인구가 유입되며 학생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신원중학교 졸업 예정 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지역 내 고등학교 수용 능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학생 증가 속도를 학교 시설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부 학생들은 생활권을 벗어난 학교로 배정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단순히 통학거리가 길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등교 시간이 빨라지고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서 학습시간이 줄어들고, 대중교통 환승 증가에 따른 안전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이나 야간 자율학습 이후 귀가하는 학생들의 경우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교육계에서는 생활권 중심 학교 배정 원칙이 무너지면 교육 만족도 역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인애 의원은 간담회에서 고등학교 배정은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권과 생활권, 통학 안전이 모두 연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원고등학교는 지역 학생 증가와 교육 수요를 고려하면 학급 증설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경기도교육청이 학생 배치 계획과 학교 수용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학생 수 변동을 예측하지 못해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교육행정은 수년 전부터 인구 변화와 입학생 규모를 예측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학생 수 증가가 이미 예상됐음에도 학교 수용 계획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매년 원거리 배정 우려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지역 학생 증가에 맞춘 학급 증설과 함께 장기적인 학생배치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학교 배정 기준과 수용 계획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신원고 학급 증설 가능성과 향후 학생 배치 계획을 검토하면서 학부모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학교 신설이나 학급 증설은 교실 확보와 교원 배치, 예산, 교육부 승인 등 여러 행정 절차가 필요한 만큼 단기간 해결은 쉽지 않은 과제로 평가된다.
신원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기도에서는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된 지역마다 학생 증가 속도를 학교 신설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주택 공급은 빠르게 이뤄졌지만 학교 건립은 예산과 행정 절차 때문에 상대적으로 늦어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학생들은 가장 먼저 불편을 겪게 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시설 역시 도시 기반시설의 하나인 만큼 개발 초기 단계부터 충분한 학교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교가 부족해진 이후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역 여론에 따르면 단순히 한 학교의 학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말한다. 지역별 학생 수 변화 예측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구축하고 중장기 학생배치계획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증축 가능성은 물론 인근 학교와의 연계, 생활권 중심 배정 원칙, 통학 여건 개선 등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인애 의원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학생과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배정체계를 구축하고 통학 불편을 최소화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기도교육청과 긴밀히 협의해 학생들의 교육권 보호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학교는 단순히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다. 학생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생활공간이며, 지역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기반시설이다. 신원고 학급 증설 논의는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개발과 교육, 행정과 생활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를 묻는 사례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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