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창업 넘어 직업훈련·산업 맞춤형 인력양성까지 확대
“기관 관리 조례에서 미래 일자리 정책 조례로”
[이코노미세계]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 산업 현장의 일자리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과 직무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지만, 공공 일자리 정책이 이 같은 변화의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취업 알선이나 단순 직업교육 중심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미리 길러내고, 교육과 취업을 연결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경기도가 이러한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역할과 기능을 전면적으로 다시 짠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최민 부위원장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일자리재단 설립 및 운영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 지난 9월 18일 제393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8일 경제노동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된 데 이어 본회의 문턱까지 넘으면서 경기도 일자리 정책을 뒷받침할 새로운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성격을 ‘통합 기관 관리’에서 ‘종합 일자리 정책기관’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재단이 처음 출범할 당시 만들어진 제도적 틀을 현재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환경에 맞게 다시 설계하고, 취업·창업 지원은 물론 직업능력개발, 산업 맞춤형 인력양성, 지역 일자리 창출까지 담당할 수 있도록 기능을 명확히 한 것이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신성장산업 인력 수요에 대응하는 직업교육훈련과 지역별 일자리 서비스 확대, 산학협력 강화 등이 조례에 담기면서 향후 경기도 일자리 정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교육했느냐’에서 ‘얼마나 실제 취업으로 연결했느냐’로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전부개정이 추진된 배경에는 기존 조례와 실제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수행하는 역할 사이의 간극이 있다.
현행 조례는 경기일자리센터와 경기도기술학교, 경기도북부여성비전센터 등 여러 기관을 통합해 재단을 출범시키던 당시 상황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통합 대상 기관의 조직과 정원, 기존 기능을 유지·관리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재단 출범 이후 일자리 정책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취업 지원뿐 아니라 창업 지원과 직업능력개발, 기업 수요에 맞춘 인력양성 등으로 재단의 실제 업무 영역은 넓어졌다. 반도체·AI·디지털 등 새로운 산업 분야가 성장하면서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과 숙련 수준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조례만으로는 확대된 재단의 기능과 산업 현장의 변화를 충분히 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최민 부위원장은 이번 개정의 방향을 ‘기관 관리에서 미래 일자리 정책으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으로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직무와 숙련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정작 재단의 근거 조례는 10년 전 통합 당시에 머물러 있었다”며 “기관을 관리하기 위한 조례에서 미래 일자리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조례로 성격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전부개정은 조례의 일부 문구를 손질하는 수준을 넘어 경기도일자리재단이 무엇을 해야 하는 기관인지를 다시 규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부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산업구조 변화와 직업훈련을 직접 연결했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산업구조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직업능력개발과 직업교육훈련 사업에 도지사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정비했다.
재단의 사업 범위도 구체화했다. 공공직업훈련시설 설치·운영을 비롯해 여성기업 성장 지원, 지역·산업 특화 일자리 창출, 신성장산업 인력양성 등을 명시했다. 수익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는 산업정책과 일자리정책을 따로 움직이기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공공 직업훈련을 통해 공급하고 이를 실제 취업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경기도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기업과 관련 산업 기반이 집중된 지역이다. 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연구개발·장비·소재 등 분야별로 필요한 인력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산업단지와 기업을 유치하는 것만으로 지역 일자리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갖춘 인력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면 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구직자는 일자리가 있어도 취업하지 못하는 ‘인력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신성장산업 인력양성과 지역·산업 특화 일자리 창출을 재단의 주요 업무로 명문화한 것은 이 같은 간극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경기도기술학교의 역할도 보다 분명해진다. 개정안은 재단이 경기도기술학교를 통해 국가기간·전략산업 직업훈련과 신성장산업 기술인력 양성, 기업 맞춤형 위탁훈련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의 수요를 직업훈련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직업훈련의 ‘성과 관리’다. 강사에 대한 정기적인 성과평가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처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체와 공공기관, 협회 등과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하도록 한 내용도 포함됐다.
직업교육의 성과를 교육생 모집 인원이나 수료 인원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실제 취업과 산업 현장 적응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공공 직업훈련 사업은 교육 인원이나 수료율 등 정량적 지표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구직자에게 중요한 것은 교육을 몇 시간 받았느냐가 아니라 교육 이후 원하는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교육기관이 공급하는 인력이 실제 현장에 필요한 기술과 직무 역량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
개정안이 산학협력 체계를 명문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과 협회 등이 필요로 하는 직무와 기술을 파악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한다면 교육과 산업 현장의 간극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 부위원장은 “강사 성과평가와 산학협력 체계를 조례에 못 박은 만큼 훈련이 수료로 끝나지 않고 취업까지 이어지도록 관리하는 책임이 명확해졌다”며 “교육생 수가 아니라 실제 취업으로 성과를 증명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부개정안에는 지역 간 일자리 서비스 접근성 격차를 줄이기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의 산업구조와 인구, 교통 여건 등이 서로 다르다. 지역에 따라 구직자가 이용할 수 있는 취업·창업·직업훈련 서비스의 접근성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개정안은 경기도일자리재단이 도지사의 승인을 받아 지소와 센터 등 지역 거점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도민이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취업·창업 상담과 직업훈련 등 일자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이 조항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도 일자리 정책의 전달체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도 단위 기관이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별 산업과 고용 특성을 반영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과 농촌 지역, 청년층이 많은 신도시와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의 일자리 수요는 같을 수 없다. 지역별 거점이 구축되면 각 지역의 산업 특성과 구직자 수요를 보다 가까이에서 파악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최 부위원장이 “일자리 지원은 도민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 이뤄져야 실효가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전부개정의 궁극적인 성패는 조례의 문구보다 실제 집행 과정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신성장산업 인력양성을 명문화하더라도 기업이 실제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를 교육과정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역 거점 역시 단순히 조직이나 시설을 늘리는 방식에 머문다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지역별 산업 수요를 분석하고 구직자의 직업훈련과 기업 채용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산학협력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과 공공기관, 협회가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기업 수요를 반영하고, 훈련을 마친 교육생의 취업까지 연계하는 구조를 얼마나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직무가 사라지거나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한 번 만들어 놓은 교육과정을 장기간 유지하는 방식으로는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탄력적으로 개편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번 조례 전부개정이 던지는 또 하나의 화두는 공공 일자리 정책의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다. 그동안 일자리 사업은 참여자 수와 교육 인원, 프로그램 운영 횟수 등 비교적 측정하기 쉬운 지표가 성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도민의 관점에서는 사업 참여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직업훈련을 받은 사람이 실제 일자리를 얻었는지, 취업한 일자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는지, 기업이 원하는 숙련 수준과 교육 내용이 맞아떨어졌는지 등이 실질적인 성과가 될 수 있다.
최 부위원장이 ‘교육생 수가 아니라 실제 취업으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방향이 실제 재단 운영과 사업 평가 체계에 반영될 경우 경기도 일자리 사업의 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과 취업을 별개의 사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기업 수요, 채용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최민 부위원장은 이번 전부개정의 의미를 단순한 조문 정비가 아닌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역할 재정립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전부개정은 단순한 조문 정비가 아니라, 경기도일자리재단을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종합 일자리 정책기관으로 재정립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등 신성장산업의 인력 수요에 맞춘 교육훈련과 지역 거점 확대를 통해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과 도민의 서비스 접근성 문제를 함께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결국 이번 조례 개정의 핵심은 ‘일자리재단이 무엇을 하는 기관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모아진다. 10년 전에는 여러 기관을 하나로 통합하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면, 이제는 급변하는 산업구조를 읽고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 기업과 연결하는 기능이 중요해졌다.
지역별로 다른 산업과 고용 환경을 반영하면서 도민이 가까운 곳에서 일자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새로운 과제다. 제도적 틀은 마련됐다. 앞으로의 관건은 이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신성장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얼마나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지, 직업훈련을 받은 도민이 실제 취업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 지역 거점이 일자리 서비스의 접근성 격차를 얼마나 줄이는지가 경기도일자리재단의 변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기관을 관리하는 조례’에서 ‘미래 일자리를 만드는 조례’로의 전환. 이번 전부개정안이 경기도 일자리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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