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무엇을 살 것인가’라는 평범한 선택이 지역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웃과 환경을 살리는 힘이 될 수 있을까. 경기 안성에서 열린 사회연대경제기업들의 행사가 이런 질문에 하나의 답을 던졌다. 대형 쇼핑시설을 찾은 시민들이 지역 농산물과 먹거리, 생활용품, 공예품 등을 직접 살펴보고 구매하면서 소비와 지역경제, 공동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말 스타필드 안성점에서 열린 ‘경기 더좋은 페스타’ 현장을 소개하며 ‘착한 소비’의 의미를 강조했다.
행사에는 경기남부 지역의 사회연대경제기업들이 참여했다. 농산물과 먹거리에서 생활용품, 공예품, 작은 화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매대를 채웠고 아이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가족들도 제품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단순한 판매 행사를 넘어 사회연대경제기업과 시민이 직접 만나는 접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시민들이 제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소비가 어디로 흘러가고, 그 소비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넓은 행사장을 채운 시민들의 모습을 반기며 소비의 사회적 의미에 주목했다. “우리가 무엇을 사느냐가 지역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웃과 환경을 살리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대부분 가격과 품질, 편리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소비자는 같은 조건이라면 조금이라도 저렴하거나 편리한 제품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회연대경제가 주목하는 소비는 여기에 하나의 기준을 더한다.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이 지역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소비를 통해 발생한 경제적 가치가 어디로 돌아가는지를 함께 살펴보자는 것이다.
김 시장이 강조한 ‘착한 소비’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를 어렵거나 거창한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 시민이 일상에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알아보고 한 번 더 선택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회연대경제가 시민 생활 속에 자리 잡으려면 ‘좋은 취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이 제품을 접할 기회가 있어야 하고, 제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역시 지속적으로 소비자를 만나면서 시장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경기 더좋은 페스타와 같은 행사는 사회연대경제기업에는 판로를 확대하고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시민에게는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제품과 기업을 경험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가운데 하나는 결국 ‘시장’이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있어도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지속적인 활동이 어렵다. 지원사업이나 일회성 행사가 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민의 일상적인 소비와 연결돼야 한다.
그래서 ‘착한 소비’는 사회연대경제를 시민의 일상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로 볼 수 있다. 시민 입장에서도 사회연대경제기업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 하나를 사는 행위를 넘어설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선택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 자체가 지역경제의 흐름에 참여하는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시장 역시 사회연대경제의 가치가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알아보고 일상에서 한 번 더 선택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소비자의 한 번의 선택은 작아 보이지만 같은 선택이 반복되고 참여자가 늘어나면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역경제를 바라볼 때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소비를 통해 발생한 돈이 지역 안에서 얼마나 순환하느냐다.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를 지역 주민이 소비하고, 그 소비가 다시 지역의 기업과 일자리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기업과 지역 소비자의 연결 역시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지역에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있어도 시민이 알지 못하면 소비로 연결되기 어렵다. 반대로 시민에게 구매 의사가 있더라도 어떤 기업이 있고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지 접할 기회가 없다면 시장은 만들어지기 힘들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접점’이 중요하다. 이번 행사가 대형 유통시설인 스타필드 안성점에서 열렸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 등 다양한 시민이 찾는 공간에서 사회연대경제기업 제품을 선보이면서 평소 해당 기업이나 제품을 잘 알지 못했던 시민과 만날 가능성을 넓혔기 때문이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이 제품을 둘러보고 구매하면서 사회연대경제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하는 방식은 사회적경제를 정책이나 제도의 영역에 머물게 하지 않고 생활 속 소비문화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시장은 소비가 지역 일자리뿐 아니라 이웃과 환경을 살리는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에는 지역경제 정책의 방향을 단순한 기업 지원에 한정하지 않고 시민의 소비와 연결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을 유치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끌어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기업과 생산자들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시민과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것 역시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특히 사회연대경제기업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지원과 함께 민간 소비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행정이 판로를 만들어 주고 행사를 개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행사에서 제품을 처음 접한 시민이 이후에도 해당 제품을 찾고 구매하는 단계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일회성 행사가 지속적인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정책도 ‘얼마나 많은 행사를 열었는가’뿐 아니라 ‘기업과 시민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연결됐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아이들과 함께 찾은 가족들이 다양한 제품을 둘러봤다는 점이다. 소비의 사회적 의미는 설명이나 교육만으로 전달되기 어렵다. 가족이 함께 제품을 살펴보고 생산자와 기업을 접하는 경험은 아이들에게도 ‘어떤 물건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가격이나 브랜드만이 아니라 누가 만들었는지, 지역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된다면 사회연대경제 역시 보다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지역 소비자에게 선택되고, 기업의 성장이 다시 일자리와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지역경제 생태계의 한 축이 된다.
과제도 있다. 착한 소비가 특정 행사나 캠페인 기간에만 나타나는 일회성 소비에 머물러서는 사회연대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의 지속적인 선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품질과 가격, 디자인, 편의성 등 일반 시장에서 요구되는 경쟁력을 갖추면서 사회적 가치까지 제공할 때 소비자의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기업에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고, 행정에는 기업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판로와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에서 어떤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제품을 비교한 뒤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작은 행동이 쌓일 때 사회연대경제는 정책적 구호가 아닌 실제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김 시장은 이번 경기 더좋은 페스타가 사회연대경제기업에는 더 많은 시민을 만나는 기회가 되고, 시민들에게는 가치 있는 소비를 경험하는 즐거운 장이 됐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핵심은 ‘선택’이다. 지역경제는 거대한 개발사업이나 대규모 투자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 하나, 먹거리 하나를 어디에서 구매하느냐 역시 지역경제의 방향을 만드는 작은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번 스타필드 안성점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사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발걸음이 단순한 주말 나들이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사회연대경제기업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고, 그 경험이 다시 일상적인 구매로 연결된다면 ‘착한 소비’는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의 성패는 결국 시민의 생활 속으로 얼마나 깊숙이 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 행정은 기업과 시민이 만날 수 있는 시장을 넓히며, 시민은 자신의 소비가 만들어 내는 가치를 생각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김 시장이 말한 것처럼 그 출발점은 거창하지 않을 수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물건을 고르는 순간 그 제품을 ‘한 번 더 선택하는 것’이다.
안성에서 열린 경기 더좋은 페스타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 사람의 소비는 작지만, 수많은 시민의 선택이 모이면 지역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웃과 환경을 지키는 지역경제의 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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