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다름 존중하고 공정한 기회 누리는 구리 만들 것”
여성 권익 향상 넘어 시민 모두가 체감하는 양성평등에 방점
[이코노미세계] ‘양성평등’이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각종 정책과 제도, 교육과 캠페인에서 끊임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시민의 일상으로 들어가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가정에서의 역할 분담, 직장에서의 기회, 육아와 돌봄, 사회활동 참여 등 삶의 현장에서 체감하는 평등의 수준은 개인과 세대,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양성평등 정책의 핵심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제도와 정책이 시민의 일상에 얼마나 스며들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고 있다고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신동화 구리시장이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도시’를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신 시장은 4일 구리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6년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행사 참석 소식을 전하며 양성평등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시정 방향을 밝혔다.
신 시장이 내놓은 메시지의 핵심은 분명했다. “성평등은 어느 한쪽만을 위한 가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존중받고 차별과 편견 없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의 약속”이라는 것이다. 양성평등을 특정 성별의 권익 보호에 국한하지 않고 시민 모두의 권리와 기회의 문제로 바라본 것이다.
양성평등 정책은 오랫동안 여성의 권익 향상과 사회 참여 확대라는 과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왔다. 실제로 여성들이 사회 곳곳에서 겪어온 차별과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은 양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하면서 양성평등 정책에 요구되는 역할 역시 넓어지고 있다. 누구든 성별을 이유로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하고, 가정과 일터에서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아야 하며, 사회 참여와 돌봄의 책임 역시 한쪽에만 집중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시장이 ‘어느 한쪽만을 위한 가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은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양성평등을 여성과 남성이 서로 경쟁하거나 한쪽의 권리를 다른 쪽에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문제로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한다’는 표현은 주목할 만하다. 평등은 단순히 차별하지 않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취업, 사회 참여, 가정생활 등 삶의 여러 영역에서 개인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기회를 보장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양성평등 정책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법과 제도가 큰 틀을 만든다면, 지방정부는 시민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생활공간에서 정책을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결국 양성평등의 성패는 거창한 구호보다 시민이 생활 속에서 변화를 얼마나 체감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신 시장의 메시지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양성평등이 구현돼야 할 공간을 ‘가정과 일터, 일상 곳곳’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신 시장은 “구리시는 앞으로도 가정과 일터, 일상 곳곳에서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양성평등이 기념행사나 캠페인에 머무는 가치가 아니라 시민 생활 전반에서 실천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정은 양성평등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경험하는 공간이다. 육아와 가사, 가족 돌봄의 역할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개인이 느끼는 삶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
일터 역시 마찬가지다. 채용에서부터 업무 배치, 승진, 경력 유지와 사회 복귀 등 다양한 과정에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지역사회 역시 중요한 공간이다. 주민자치와 문화·체육 활동, 각종 사회단체와 지역공동체 활동에 시민들이 고르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신 시장이 ‘일상 곳곳’을 강조한 것은 향후 구리시 양성평등 정책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기관이 양성평등을 하나의 독립된 정책 분야로만 바라보기보다 복지·경제·일자리·교육·문화 등 시민 생활과 연결된 여러 영역에서 함께 살펴야 한다는 과제도 뒤따른다.
시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이름보다 실제 변화다. 누구나 원하는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지,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데 불합리한 어려움은 없는지, 돌봄 부담이 특정 구성원에게 지나치게 집중되지는 않는지, 지역사회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는지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신 시장의 약속이 향후 구체적인 행정과 정책으로 어떻게 이어질지가 중요한 이유다.
신 시장은 이날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온 지역사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리고 기념행사에서 표창을 받은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전하면서 “여성의 권익 향상과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애써주신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구리시지회와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양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데 행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지역 여성단체와 시민사회의 역할은 중요하다.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행정의 몫이라면, 이를 생활 현장에서 실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가는 과정에는 시민과 지역단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양성평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는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 단기간에 완성되기 어렵다. 사회 구성원의 인식과 문화가 함께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해온 단체와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기념행사에서 유공자를 표창한 것 역시 단순한 시상의 의미를 넘어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한 시민과 단체의 노력을 지역사회가 함께 평가하고 공유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지역에서 양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행정과 시민사회가 서로 역할을 나누면서도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행정은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시민사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시민들은 일상에서 이를 실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양성평등을 단순한 복지정책이나 특정 계층을 위한 지원정책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도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 성별이나 고정관념 때문에 누군가의 능력과 가능성이 제한된다면 개인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에도 손실이 될 수 있다.
신 시장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의 약속’이라고 표현한 대목 역시 이런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시 경쟁력은 기업과 산업, 교통과 기반시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안정적으로 설계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역시 도시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특히 지역사회가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포용하려면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기회에서는 차별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름의 존중’과 ‘공정한 기회’가 동시에 필요한 이유다. 다만 이러한 가치를 실제 행정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정책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생활 현장에서 어떤 불편과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며, 시행 이후 실제 변화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양성평등 정책 역시 공급자인 행정의 관점보다 정책을 실제로 경험하는 시민의 관점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양성평등주간은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는 계기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는 기념주간 이후에 나타난다. 일주일 동안의 행사보다 나머지 51주의 일상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평등을 체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가정과 직장, 지역사회에서 서로의 역할과 선택을 존중하는 문화가 이어지고 행정 역시 시민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양성평등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다양해진 상황에서는 일방적인 정책 전달보다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세대와 성별에 따라 양성평등을 바라보는 관점과 경험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에는 이러한 차이를 갈등으로 방치하지 않고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논의로 연결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신 시장이 말한 ‘공동의 약속’ 역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양성평등은 행정기관이나 여성단체만의 과제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가치라는 것이다.
신동화 시장은 이번 메시지의 마지막을 “성평등한 구리, 모두가 존중받고 함께 행복한 구리를 만들어가겠다”는 말로 맺었다. 짧은 문장이지만 앞으로 구리시 양성평등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담겼다.
핵심은 ‘모두’다. 성별과 세대, 직업과 생활환경이 다르더라도 시민이라면 누구나 존중받고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이다.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에서 제시된 가치가 실제 시정에 얼마나 촘촘하게 반영되는지, 시민들의 일상에서 어떤 변화로 나타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책은 시민이 체감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가정에서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일터에서는 성별이 아니라 능력과 역량에 따라 기회가 주어지며, 지역사회에서는 누구든 자유롭게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방정부 차원의 양성평등 정책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신 시장이 강조한 ‘다름을 존중하고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도시’ 역시 결국 시민들의 평범한 하루에서 확인돼야 한다.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다시 꺼내 든 ‘모두가 존중받는 구리’라는 약속이 일회성 선언을 넘어 구리시의 정책과 행정, 시민들의 생활 속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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