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지방자치단체의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시민의 삶과 도시의 미래를 좌우한다. 복지와 안전, 교통, 교육, 지역경제 활성화 등 행정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정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재정 여건이 어려울수록 예산 편성의 우선순위를 바로 세우고, 집행 과정에서 낭비 요인이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의정부시의회가 책임 있는 재정 감시와 예산·결산 심사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의정부시의회는 7일 시의회에서 조세일 의장을 비롯한 의원 13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산안·결산 심사 기법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의정부시의 재정 운용이 건전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의원들의 실무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의회가 내건 ‘함께 만드는 의정부, 행동하는 의회’라는 의정 방향을 구체적인 재정 감시 활동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시민이 낸 세금이 실제로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지, 당초 계획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됐는지, 투입한 예산만큼 성과를 거뒀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지방의회의 핵심 책무다. 이번 교육은 이러한 책무를 보다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사전 준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산안 심사는 집행부가 앞으로 추진할 정책과 사업에 필요한 재원의 규모와 배분 방향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한 해 동안 추진할 주요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 재원 조달 가능성 등을 따져 시민 생활에 미치는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
결산 심사는 이미 집행한 예산이 의회의 의결 취지와 사업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예산을 편성해 놓고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거나 계획 변경으로 집행이 지연된 사업은 없었는지, 사업비가 반복적으로 이월되거나 불용 처리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예산안 심사가 재정 운용의 계획을 심의하는 과정이라면 결산 심사는 그 계획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집행됐는지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절차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전년도 집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다.
결산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는데도 다음 연도 예산안에 같은 사업이나 비슷한 편성 방식이 반복된다면 재정 감시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결산 결과를 토대로 사업 구조와 예산 규모를 조정하면 한정된 재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방의회가 예산과 결산을 단순히 숫자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산서의 숫자 뒤에는 시민의 생활과 도시의 정책 방향이 자리 잡고 있다. 예산의 증감 원인과 사업 추진 배경, 예상되는 정책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제대로 된 심사가 가능하다.
교육은 지방재정 분야 전문가인 한태식 지방재정연구소장이 맡았다. 한 소장은 의정부시 재정 운용의 건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예산·결산 심사 기법을 중심으로 강연했다.
특히 이번 교육은 관련 제도와 용어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원들이 실제 심사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의정부시의 재정 상태를 점검하고 시민을 위한 예산이 적재적소에 배분될 수 있도록 심사의 전문성과 실효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예산안과 결산 자료에는 수많은 사업과 세부 항목이 포함된다. 제한된 심사 기간에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려면 사업별 핵심 쟁점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전년도 예산과 집행 실적을 비교하고 사업 추진 일정과 성과를 함께 분석해야 예산이 과다하게 편성됐는지, 재정 투입이 부족한지 판단할 수 있다.
사업 명칭이나 예산 총액만 살피는 표면적인 심사로는 재정 운용의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다. 신규 사업은 추진 필요성과 기존 사업과의 중복 여부를 확인하고, 계속 사업은 그동안의 집행 실적과 성과를 점검해야 한다. 예산이 증액된 사업은 증액 사유와 산출 근거가 타당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관행적으로 반복 편성되는 사업도 면밀한 검토 대상이다. 사업이 오랫동안 추진됐다는 사실만으로 필요성과 효과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책 환경과 시민 수요가 달라졌다면 사업의 규모와 추진 방식도 그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의 전문성은 재정 감시의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예산 구조를 이해하고 사업의 타당성과 집행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집행부에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의원 개개인의 분석 역량이 높아질수록 시의회 전체의 심사 기능도 강화된다.
의정부시는 시민 생활과 밀접한 각종 행정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재정의 건전성을 함께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는 모든 사업에 충분한 예산을 배분하기 어렵다. 결국 어떤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어떤 사업을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다.
예산을 줄이는 것만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아니다. 꼭 필요한 사업에는 적정한 재원을 투입하되, 효과가 낮거나 시급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조정하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단기적인 예산 절감에 치우쳐 시민 안전이나 취약계층 보호에 필요한 지출까지 축소한다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의회의 예산 심사는 단순한 삭감 경쟁이 아니라 재정 배분의 우선순위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 돼야 한다.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지출을 찾아내는 동시에 시민에게 필요한 사업이 재원 부족으로 차질을 빚지 않도록 균형 있게 판단해야 한다.
사업 목적이 타당하더라도 집행 준비가 부족하다면 예산이 제때 사용되지 못할 수 있다. 사전 행정절차가 완료됐는지,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일정이 마련됐는지, 사업을 수행할 인력과 조직이 갖춰졌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예산 편성 단계에서 집행 가능성을 충분히 따져야 이월과 불용을 줄이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성과에 대한 점검도 중요하다.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됐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이 성공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시민이 체감할 만한 변화가 있었는지, 투입한 재원에 비해 충분한 정책 효과를 거뒀는지를 살펴야 한다. 예산 집행률뿐 아니라 사업의 실질적인 결과까지 확인하는 성과 중심의 심사가 요구된다.
지방의회의 예산 심사 권한은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지만, 그 목적은 대립 자체에 있지 않다.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을 무조건 삭감하거나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관점에서 예산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검증하고 더 나은 재정 운용 방안을 찾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집행부와 의회가 충분한 자료를 토대로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집행부는 사업의 필요성과 산출 근거, 기대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의회는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에 근거해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 지적에 머무르지 않고 실현 가능한 개선 방향까지 제안할 때 예산 심사는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시민에게 심사 결과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어떤 사업의 예산이 늘거나 줄었는지뿐 아니라 그 이유가 무엇인지, 시민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예산 심사의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유되면 시민의 이해와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시의회가 이번 교육을 실제 예산안과 결산 심사에 어떻게 적용할지도 주목된다. 교육을 통해 익힌 분석 기법이 질의와 자료 요구, 사업별 검토, 예산 조정으로 이어져야 교육의 효과가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조세일 의장은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의회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했다. “의정부시의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이번 교육을 통해 더욱 깊이 공부하고, 예산안을 더욱 꼼꼼하게 심사해 불필요한 예산은 과감히 조정하고 꼭 필요한 곳에는 재원이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46만 의정부시민의 소중한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책임 있는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은 의정부시의회가 재정 감시자로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디딘 하나의 출발점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을 한 차례 실시했다는 사실보다 배운 내용을 실제 심사 과정에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하느냐다.
예산은 정책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고 결산은 그 정책의 결과를 확인하는 기록이다. 의회가 두 과정을 긴밀하게 연결해 사업의 필요성과 성과를 점검한다면 재정 운용의 책임성과 효율성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의정부시의회의 재정 감시 역량 강화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찾아 재원을 우선 배분하는 적극적인 의정활동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결국 예산·결산 심사의 성패는 숫자의 증감이 아니라 시민의 세금이 시민의 삶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개선했는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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