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유통단지 유휴공간에서 재생에너지 생산
‘햇빛소득’과 노후 산업단지 개선 연결하는 새 실험
[이코노미세계] 공장과 창고가 빼곡하게 들어선 산업단지의 지붕은 그동안 생산활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빈 공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탄소중립과 RE100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사용하지 않던 산업시설 지붕이 전기를 생산하고 임대수익까지 만들어내는 새로운 자산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시흥시 오이도 입구에 자리 잡은 국내 최대 철강유통단지 ‘스틸랜드’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이 됐다.
스틸랜드 지붕 위에 축구장 12개 면적에 달하는 대규모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섰다. 발전용량은 12.6MW로, 지붕형 태양광발전소 가운데 수도권 최대 규모라는 것이 시흥시 측 설명이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스틸랜드 태양광발전소 준공 소식을 알리며 사업에 참여한 입주기업과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번 사업에서 주목되는 것은 단순히 태양광 설비 규모만이 아니다. 산업단지 건물의 지붕이라는 기존 공간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건물 소유주들에게 장기간 임대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스틸랜드 태양광발전소를 통해 앞으로 20년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붕 임대수익은 187억원이다. 이른바 ‘햇빛소득’이다. 임대수익은 관리비 부담을 낮추고 건물을 유지·관리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틸랜드는 시흥시 오이도 입구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철강유통단지다. 1000여 명의 소유주와 700여 기업이 입주해 있다.
수많은 기업과 소유주가 하나의 산업단지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태양광 사업의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인 동시에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힌 대규모 산업시설에서 지붕을 활용하려면 소유주와 입주기업, 관리 주체, 사업 관계자 사이의 협력이 중요하다. 임 시장이 이번 사업을 두고 “참 어려운 일을 해내셨다”고 평가하면서 입주기업과 사업 관계자, 박경상 관리단 대표와 관리단위원들에게 감사를 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번 사업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기존 건물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태양광발전 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별도의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산업시설의 지붕을 발전 공간으로 활용했다. 기업 활동이 이뤄지는 건물은 그대로 두면서 상부 공간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별다른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지붕이 발전시설을 갖추면서 새로운 수익원이 된 셈이다.
스틸랜드 태양광발전소는 규모에서도 눈길을 끈다.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면적은 축구장 약 12개에 해당한다. 발전용량은 12.6MW다. 시흥시는 지붕형 태양광발전소 가운데 수도권 최대 규모라고 설명하고 있다.
산업단지는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대형 지붕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공간이다.
특히 스틸랜드처럼 대규모 철강유통시설이 집적된 곳은 건물 지붕 자체가 넓다. 이 공간을 에너지 생산시설로 전환하면 산업시설의 기존 기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이 시흥지역의 다른 산업시설과 공간으로 확산될 경우 산업단지 전체의 에너지 활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임 시장도 이번 태양광발전소 준공을 하나의 개별 사업에 그치지 않고 산업단지 RE100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로 바라봤다. 그리고 “이 사업이 기폭제가 되어 시흥시 여러 공간에 태양광 발전시설들이 들어서서 산업단지 RE100을 이루고 더 큰 혜택을 받으시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스틸랜드 태양광발전소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지붕 임대수익이다. 스틸랜드는 이번 태양광발전소 운영을 통해 앞으로 20년간 총 187억원의 지붕 임대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단순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9억3500만원 규모다. 물론 실제 연도별 수익 구조는 계약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기존에는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던 지붕 공간이 장기적인 수입원이 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임 시장은 이를 ‘햇빛소득’이라고 표현했다. 태양광발전소에서 나오는 경제적 효과가 발전사업자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붕을 제공하는 산업시설에도 임대수익이라는 형태로 연결되는 구조다.
스틸랜드 측은 이러한 수익을 관리비와 건물 유지 등에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단지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설 유지와 보수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입주기업과 소유주 입장에서는 공동시설 관리와 건물 유지가 지속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지붕 공간이 장기간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이 관리비와 시설 유지에 다시 투입되는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태양광발전의 의미는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선다. ‘에너지 생산→임대수익→시설 관리 및 유지’로 이어지는 새로운 산업단지 운영 방식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의 다음 과제는 확산성이다. 임 시장은 스틸랜드 사례가 시흥시의 다른 공간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핵심은 ‘산업단지 RE100’이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국제적 흐름이다. 제조·수출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에서는 에너지 문제가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연결되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첨부 자료에는 스틸랜드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입주기업의 RE100 실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인정되는지, 생산 전력 가운데 어느 정도를 단지 내에서 활용하는지 등 구체적인 전력 공급 구조는 제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이번 사업의 RE100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향후 생산 전력의 공급 방식과 입주기업의 활용 구조 등을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대규모 산업시설 지붕에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는 사실 자체는 산업단지 에너지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산업단지에는 공장과 창고, 물류시설 등 넓은 지붕을 갖춘 건축물이 많다. 스틸랜드 사례처럼 기존 공간을 활용한다면 별도의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지 않고도 태양광 설비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스틸랜드 사례가 주목되는 이유는 또 있다. 단일 기업의 건물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것이 아니라 1000여 명의 소유주와 700여 기업이 입주한 대규모 철강유통단지를 기반으로 사업이 추진됐다는 점이다.
산업단지의 에너지 전환은 개별 기업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건물 소유관계와 입주기업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시설 관리 주체도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틸랜드 태양광발전소가 실제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입주기업과 소유주에게 경제적 효과가 돌아간다면 다른 산업단지가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년간 187억원이라는 지붕 임대수익은 기업들에게 친환경이라는 명분뿐 아니라 경제적 실익을 함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비용 부담으로만 인식될 경우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다. 반대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빌려주고 장기적인 임대수익을 얻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면 기업들이 에너지 전환에 참여할 유인은 커질 수 있다.
스틸랜드 태양광발전소는 산업단지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도로와 공장용지, 물류망 같은 전통적인 인프라만으로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에너지 생산과 탄소 저감까지 포함한 새로운 산업 인프라로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이번 사업에서 지붕은 더 이상 건물의 덮개에 머물지 않는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시설이자 20년간 임대수익을 만드는 경제적 공간으로 기능하게 됐다. 발전용량 12.6MW, 20년간 지붕 임대수익 187억원이라는 수치는 이러한 변화의 규모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스틸랜드에는 700여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업은 한 기업의 친환경 투자를 넘어 산업단지 차원의 에너지 전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사례라는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관건은 스틸랜드에서 시작된 변화가 다른 산업시설로 얼마나 확산될 수 있느냐다. 임 시장이 기대한 것처럼 스틸랜드 사업이 ‘기폭제’가 돼 시흥지역 여러 공간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확대되고 산업단지 RE100으로 연결된다면, 산업시설의 지붕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
공장을 짓고 물건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넘어, 에너지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으로 산업단지의 역할이 확장되는 것이다.
축구장 12개 규모의 스틸랜드 지붕에서 시작된 12.6MW 태양광발전소. 그 지붕에서 생산되는 것은 전력만이 아니다. 20년간 예상되는 187억원의 ‘햇빛소득’, 그리고 산업단지 RE100으로 향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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