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미래 투자’와 ‘재정 부담 관리’ 놓고 지방채 바라보는 시각 엇갈려
임병택 시장 책임 인정, 시흥시 재정 정상화 실행력 시험대
[이코노미세계] 경기도 시흥시가 도시 성장에 필요한 대형 기반시설 투자와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떠안았다.
전철역 2곳 신설과 서울대병원 건립 지원, 시흥과학고 설립 등 시흥의 향후 도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사업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반면 세입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했고 재원으로 활용하려던 시유지 매각까지 늦어지면서 시 재정의 운신 폭은 좁아졌다.
결국 시흥시는 지방채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시흥시의회는 11일 제338회 본회의에서 시가 제출한 862억원 규모 지방채 발행 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재적의원 16명 가운데 찬성 11명, 반대 2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시흥시의 최근 3년간 지방채 발행 규모는 2024년 944억원, 2025년 959억원, 2026년 862억원 등 모두 2765억원에 이르게 됐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적지 않은 규모다. 더욱이 3년 연속 지방채를 발행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시흥시는 지금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요 기반시설 투자의 ‘골든타임’이라는 입장이다. 사업을 중단하거나 미룰 경우 이미 투입된 비용은 물론 향후 더 큰 사회적·재정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번 지방채 논쟁은 결국 ‘지금 투자하지 않을 때 발생할 비용’과 ‘지금 빚을 냈을 때 미래에 부담해야 할 비용’ 가운데 어떤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지방재정의 근본적인 질문을 시흥시에 던지고 있다.
지방채 발행안이 시의회를 통과한 뒤 임병택 시흥시장은 이례적으로 자신의 책임을 직접 언급했다.
첨부자료에 따르면 임 시장은 지방채 발행과 관련해 “시흥시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으로서는 참으로 무겁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예상하지 못한 세입 결손에 따른 지방채 추가 발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예기치 못했다는 건 그만큼 시흥시정부 책임자인 저의 부족함이었음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지방채 발행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세수 예측과 재정운영의 최종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시가 처한 상황은 복합적이다. 시흥에서는 현재 전철역 2곳을 동시에 건설하고 있으며 관련 시비가 투입되고 있다. 여기에 서울대병원 건립 지원과 시흥과학고 관련 예산도 필요하다. 임 시장은 이들 사업을 지금 놓치면 다시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시장이 밝힌 이들 4개 사업에 필요한 시흥시 재정은 향후 5년간 약 4000억원이다. 이미 약 2년 6개월 동안 재정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비슷한 기간 동안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고 기존 재원만으로 사업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하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시흥시가 지방채 발행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의 ‘시기’다. 철도와 병원, 학교 같은 대형 인프라는 일반 행정사업과 성격이 다르다. 한 해 예산이 부족하다고 사업을 쉽게 중단하거나 몇 년 뒤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 중앙정부 및 관계기관과의 협의, 사업 일정, 다른 기관의 투자 계획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도사업의 경우 장기간 막대한 재원이 들어간다. 시흥시의회의 기존 시정질문 답변자료에 따르면 신안산선 매화역은 2023년 착공 이후 공사가 진행돼 왔으며, 매화역을 포함한 신안산선 사업에 2023년까지 668억원이 투입됐고 2027년까지 총 1272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제시됐다.
서울대병원 건립 지원 역시 시흥의 바이오산업 육성과 연결되는 사업이다. 병원 하나를 짓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배곧 지역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과 기업·연구기관 유치 등 도시 산업구조 재편과 연계돼 있다는 것이 시의 구상이다.
시흥과학고 역시 교육 인프라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인 도시 경쟁력과 맞닿아 있다. 시는 이런 사업을 중간에 멈추면 당장의 지출은 줄일 수 있지만 이미 투입한 비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도시 성장 동력 확보도 늦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 시장이 지방채 발행을 선택하면서 “이 시기를 놓치면 불가능한 건립”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시흥시 재정이 갑자기 어려워진 배경을 들여다보면 ‘돈이 들어오는 시점과 나가는 시점의 불일치’라는 문제가 나타난다. 시흥시는 당초 보유 자산을 매각해 대규모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임 시장은 첨부자료에서 약 1400억원의 세입을 기대했던 매각용 시유지가 계약을 앞두고 군부대 작전계획 변경 문제로 매각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문제가 최근 합의됐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최근 자료에서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국방부의 고도 제한 변경 등이 일부 부지 매각 일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시흥시는 이에 따라 자산 매각 대금이 실제 들어오기 전까지 발생하는 재원 공백을 지방채를 통해 메우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문제는 대형 사업의 지출 시기는 기다려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업비는 예정대로 투입해야 하는데 기대했던 자산 매각 수입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자금 흐름에 공백이 발생했다. 중앙정부와 경기도 지원 역시 시가 기대했던 수준으로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 임 시장의 설명이다.
여기에 민생예산까지 대폭 삭감하기 어려운 상황이 겹쳤다. 결국 시 입장에서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민생예산을 줄이거나, 지방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선택지가 남게 된 셈이다.
하지만 지방채는 결국 갚아야 할 빚이다. 이번 862억원 추가 발행으로 최근 3년간 시흥시의 지방채 발행 규모는 총 2765억원으로 늘었다.
시흥시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렸다. 한쪽에서는 철도·도로·교육·의료 등 기반시설은 미래 세대도 함께 이용하는 만큼 지방채를 활용해 비용을 장기간 분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도시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투자를 지나치게 현재 세대의 세입만으로 충당하려 하면 정작 필요한 사업을 놓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대쪽에서는 3년 연속 지방채 발행 자체가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채가 계속 증가할 경우 이자비용과 원금 상환이 향후 다른 정책사업에 쓸 수 있는 재원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일 시흥시의회에서는 같은 2765억원의 지방채를 두고 상반된 주장이 제기됐다. 필요한 기반시설 투자를 위한 재원 조달이라는 시각과, 지속적인 지방채 증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이번 지방채 동의안도 처음부터 순탄하게 통과된 것은 아니다. 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는 지난 4일 한 차례 심사를 보류했다. 이후 10일 재심사에서 원안 가결했고, 다음 날 본회의 표결을 거쳐 최종 통과됐다.
본회의에서는 찬성 11명, 반대 2명, 기권 3명으로 의견이 갈렸다. 시의회는 가결 과정에서 사업별 투자 시기와 우선순위를 다시 검토해 지방채 발행액을 최대한 줄이고, 이자 부담 최소화와 세출 구조조정, 상환계획에 대한 의회 보고 등을 주문했다. 지방채 발행을 승인했지만 시의 재정운영에 사실상 ‘조건부 경고’를 보낸 셈이다.
재정건전성 문제는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시흥시의회가 공개한 2024회계연도 결산 관련 자료에서는 지방채 발행 배경과 함께 향후 이자 부담 문제가 지적됐다.
당시 자료에서는 도비 지원 및 지방교부세 감소 등 세입 감소 요인과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세출 증가가 동시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4년 발행 지방채의 이자 지출 규모와 이후 추가 발행에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를 거론하며 지방채 상환 재원을 활용해 상환 시기와 금액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채의 핵심은 따라서 ‘발행 자체’보다 이후의 관리다. 빌린 돈으로 어떤 사업을 완성하고, 해당 사업이 도시의 세입 기반과 경제적 가치를 얼마나 확대하며, 이후 어떤 재원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자산 매각과 세입 확대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지방채를 갚기 위해 또 다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반대로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가 기업 유치와 인구 증가, 세수 확대로 이어진다면 현재의 지방채는 미래 성장 기반을 앞당긴 투자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결국 결과는 향후 몇 년간 시흥시 재정운영에 달려 있다.
시는 지방채를 장기간 방치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상환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시가 시의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2027년까지 상환 준비기를 거친 뒤 2028~2029년 상환을 시작하고, 이후 2030년부터 2040년까지 순차적으로 채무를 갚는 방안이 제시됐다.
재정지출 구조도 손질할 방침이다. 유사·중복 기능을 통합하고 경상경비를 줄이는 한편 사업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상환 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임 시장 역시 지방채 발행안 통과 후 “더 적극적인 예산 절감과 투자유치를 병행해 재정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이 실제 숫자로 이어지는지가 앞으로의 핵심이다.
특히 시유지 매각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매각이 정상적으로 진행돼 1400억원 규모의 재원이 확보된다면 재정운영에 상당한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반대로 매각이 다시 지연되거나 예상 가격에 미치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세출 구조조정이나 다른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시흥시가 직면한 문제는 성장도시들이 흔히 겪는 재정 딜레마와 맞닿아 있다. 인구와 도시 규모가 커지면 철도와 도로, 학교, 병원, 문화·복지시설 등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다. 기반시설을 먼저 확충해야 기업과 사람이 들어오지만, 정작 그 시설을 건설하는 시점에는 충분한 세수가 아직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현재 시흥시의 논리는 이런 ‘성장과 세입의 시간차’를 지방채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실제 시흥시는 2018년 이후 도시 성장에 대응해 민생과 기반시설 분야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왔다. 최근 시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민생 지원과 기반시설 확충에 투입한 재정은 총 2조9448억원이며 이 가운데 시비 부담은 1조8927억원이다.
문제는 투자 속도와 재정 능력 사이의 균형이다. 좋은 사업이라도 동시에 너무 많은 사업을 추진하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재정건전성만 지나치게 강조해 필요한 투자를 늦추면 도시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시흥시의 지방채 논쟁이 단순한 ‘빚이 많으냐 적으냐’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앞으로는 개별 사업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 투자 시기의 적정성, 지방채 이자비용, 자산 매각 가능성, 향후 세입 증가 전망을 함께 따져야 한다.
시의회가 862억원의 추가 지방채 발행에 동의하면서 당장 주요 사업의 재원 공백을 메울 길은 열렸다. 하지만 지방채 발행안 통과는 재정 논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앞으로 시민과 시의회가 확인해야 할 것은 구체적인 숫자다.
시유지는 언제, 얼마에 매각되는지, 지방채는 실제 얼마를 발행하는지, 매년 이자로 얼마가 나가는지, 원금은 언제부터 얼마나 상환하는지, 세출 구조조정으로 얼마를 절감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지방채로 추진하는 사업들이 당초 일정과 예산 범위 안에서 진행되는지도 중요하다. 사업비가 추가로 증가할 경우 재정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병택 시장도 이번 결정에 대해 시민과 시의회에 사과와 감사의 뜻을 동시에 밝혔다. 특히 지방채 추가 발행에 대한 의회의 우려와 지적을 인정하면서 재정 정상화를 약속했다.
이제 시흥시가 증명해야 할 것은 지방채 발행의 ‘불가피성’이 아니라 그 이후의 ‘재정 관리 능력’이다. 전철역과 병원, 과학고 등 미래 도시 경쟁력을 위한 투자를 차질 없이 완성하면서도 늘어난 채무를 계획대로 줄여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765억원의 지방채가 시흥의 미래를 앞당긴 투자로 남을지, 미래 재정을 압박하는 부담으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재정운영에 달렸다.
지방채를 통해 확보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시유지 매각과 투자유치·세출 구조조정을 얼마나 신속하게 현실화하느냐가 향후 시흥시 재정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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