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판단조차 어려워” 실거래 기반 검증시스템 제안
[이코노미세계]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이제 대한민국 자영업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음식 주문은 물론 생필품 구매까지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시대다. 소비자에게는 편리함을, 자영업자에게는 새로운 판로를 제공한 배달플랫폼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사실상 필수 영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가 급성장하는 동안 그 이면에서는 끊임없는 논란이 이어졌다. 수수료 체계와 광고비 부담, 알고리즘 노출 문제에 이어 최근에는 ‘정산 투명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주문은 늘었지만 실제 입금액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인물이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소속 정하용 의원이다. 정 의원은 제39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배달플랫폼 정산 구조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공공 차원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달플랫폼을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주문을 처리한다. 문제는 주문 건수와 매출액, 실제 입금액을 일일이 대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배달플랫폼은 일반적으로 결제 대행, 배달 대행, 중개 서비스, 광고 서비스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수수료와 비용이 차감된다. 플랫폼마다 기준도 다르고 서비스 유형에 따라 계산 방식도 달라진다.
정 의원은 현장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산의 신뢰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묶음 정산 방식과 사후 상계 방식이 거래별 정산 내역 확인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묶음 정산은 여러 건의 주문을 하나의 정산 내역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는 전체 입금액은 확인할 수 있지만 개별 주문별 수수료와 비용 산출 과정을 즉시 파악하기 어렵다.
사후 상계 방식 역시 문제로 꼽힌다. 할인쿠폰 지원금, 광고비, 각종 수수료 등이 이후 정산 과정에서 차감되면서 실제 입금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주문이 발생한 시점부터 최종 입금까지의 흐름을 명확하게 추적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
배달플랫폼 산업은 디지털 경제를 대표하는 분야다. 하지만 산업 성장 속도에 비해 제도적 장치는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상거래에서는 영수증과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 등을 통해 거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플랫폼 경제에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거래를 주도하면서 사업자들이 전체 과정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전문 회계 인력이나 데이터 분석 역량이 부족해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산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산 체계가 복잡해질수록 사업자와 플랫폼 간 정보 비대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문제의 본질은 개별 오류가 아니라 정산 과정 전반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 불투명성에 있다”며 “정산이 투명하게 검증되지 않으면 공정성 판단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금액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거래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며, 궁극적으로는 플랫폼 경제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된다.
경기도가 이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지역 경제 구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규모의 자영업 기반을 갖춘 지역이다. 정 의원에 따르면 전국 자영업자의 약 23.9%가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
이는 배달플랫폼 정산 체계의 문제가 특정 업종이나 특정 지역만의 현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경기도에서 발생하는 플랫폼 정산 문제는 곧 전국 자영업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과제로 볼 수 있다.
특히 고물가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산의 정확성과 신뢰성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최근 수년간 배달비 상승, 식재료 가격 인상, 인건비 증가 등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산 내역에 대한 불신은 경영 불안감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초기 플랫폼 산업은 혁신성과 성장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소비자 보호와 사업자 보호 장치가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 역시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그리고 실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문과 정산, 입금 과정을 연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또한 소상공인이 직접 확인 가능한 정산 구조 개편과 공공이 참여하는 점검 체계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보만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자 스스로 거래 과정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플랫폼 경제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아무리 편리한 서비스라도 신뢰를 잃으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배달플랫폼은 소비자와 사업자를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넘어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인프라로 성장했다. 따라서 정산 구조의 투명성 확보는 단순한 회계 문제를 넘어 경제 생태계의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하용 의원은 “소상공인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배달플랫폼 정산 구조의 투명성 확보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고 실질적인 정책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챙겨 나가겠다”며 경기도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배달플랫폼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플랫폼 경제가 성숙할수록 기술 혁신 못지않게 투명성과 신뢰가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이 매출을 믿을 수 있어야 플랫폼도 신뢰를 얻는다. 그리고 그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플랫폼 경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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