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교육이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인공지능(AI)이 지식을 찾아주고 답을 만들어주는 시대에 학교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기존의 암기·주입식 교육은 얼마나 유효한가.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고, 학부모는 교육 변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하는 ‘경기교육대전환’은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특히 안 교육감은 교육정책을 교육청과 학교만의 영역으로 한정하지 않고 학부모를 교육 변화의 핵심 주체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교육청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학교와 가정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 첫 무대가 학부모와의 대규모 만남이다. 14일 경기도교육청 조원청사에서 열린 ‘2026 경기교육대전환 학부모 특강’에는 대규모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안 교육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행사장을 찾은 학부모들에게 교육 대전환의 필요성과 경기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는 단순한 정책 홍보 행사와는 성격이 달랐다. 경기교육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동시에 학부모가 갖고 있는 교육 현장의 고민을 직접 듣고, 교육청과 가정 사이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안 교육감은 대한민국 교육이 대전환의 역사적 분기점에 놓여 있다며 경기교육이 변화의 흐름을 앞장서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기교육대전환의 출발점에는 급속한 기술 변화가 있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학생들이 지식을 접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많은 지식을 암기하는 능력보다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그 정보가 올바른지 판단하고,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학교 교육도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 교육감은 경기교육의 핵심 과제로 교권 회복과 새로운 세대에 맞는 교육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암기·주입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 협동심,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학교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폰프리스쿨과 독서·예술·스포츠(RAS) 교육, 지역사회와 학교의 경계를 낮추는 ‘벽깨기’, 교권 회복, AI 교육 등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연결돼 있다.
핵심은 AI 자체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를 활용하면서도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미래교육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교육대전환이 단순한 ‘디지털 교육 확대’가 아니라 학교 교육의 내용과 방식, 교사와 학생의 관계까지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로 읽히는 이유다.
경기교육대전환에서 눈에 띄는 정책 가운데 하나가 ‘폰프리스쿨’이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학생들에게 일정 시간 스마트폰을 내려놓도록 하고 그 시간을 독서와 예술, 스포츠 활동 등으로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도교육청은 독서·예술·스포츠를 결합한 RAS 교육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 교육을 넘어 몸을 움직이고 책을 읽고 예술을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의 사고력과 감수성, 공동체 역량을 함께 키우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폰프리스쿨 실천학교가 1300교를 넘어섰고 관련 프로그램 참여 학생도 확대되고 있다. 이는 AI 시대의 교육이 오히려 인간의 기본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AI가 계산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글까지 만들어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질문하고 판단하고 공감하고 협력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안 교육감이 학부모 특강에서 조너선 하이트의 저서 『불안 세대』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문제를 교육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행사에서는 연세대 김현철 교수도 AI의 교육적 활용과 전망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AI 시대에는 지식 암기뿐 아니라 공감과 협업, 신체 감각 등 비인지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취지의 미래교육 방향을 제시했다.
결국 경기교육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AI 시대에 아이들을 어떤 사람으로 성장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러나 교육개혁은 정책을 발표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교육청에서 아무리 새로운 정책을 내놓더라도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학부모가 공감하지 못하면 지속하기 어렵다.
안 교육감이 학부모와의 소통을 경기교육대전환의 중요한 축으로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그 계획은 결국 교실과 각 가정에서 완성된다”는 취지로 학부모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교육청과 학교, 학부모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 교육정책은 현장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 문제는 학교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해도 가정에서 생활습관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독서와 예술, 스포츠 활동 역시 학교와 가정이 함께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내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교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동시에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신뢰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결국 경기교육대전환의 상당 부분은 ‘정책’보다 ‘관계’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안 교육감은 이번 학부모 특강에서 학부모를 경기교육대전환의 ‘동반자’로 규정했다. 교육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교육을 만들어가는 주체로 보겠다는 의미다. 또 교육청과 학부모 사이에 소통의 통로를 다시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학부모를 직접 만나 교육정책을 설명하고 현장의 질문을 받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14일 남부지역 학부모와의 만남에 이어 16일에는 고양 킨텍스에서 북부지역 학부모들을 만났다. 고양 행사에는 800여 명의 학부모가 참석했으며 폰프리스쿨, RAS 교육, 벽깨기, 교권 회복 등의 정책과 지역·학교 간 교육격차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도교육청은 앞으로도 시·군을 찾아 학부모와 직접 만나는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규모 강연에 그치지 않고 지역별 교육 문제와 학부모들의 요구를 직접 듣는 타운홀미팅 방식의 소통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31개 시·군마다 교육환경이 크게 다르다. 도시와 농촌, 경기 남부와 북부, 신도시와 원도심이 안고 있는 교육 문제가 같을 수 없다. 과밀학급과 학교 신설이 시급한 지역이 있는 반면 학생 수 감소와 학교 유지가 더 큰 고민인 지역도 있다.
때문에 경기교육대전환이 성공하려면 거대한 정책 구호보다 각 지역이 처한 현실을 얼마나 세밀하게 정책에 반영하느냐가 중요하다.
또 다른 축은 ‘벽깨기’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교육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정책이다.
학교가 모든 교육을 책임지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기업, 문화·체육시설, 지역 전문가 등이 교육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제도적·구조적으로 학교와 지역을 연결하는 경기교육대전환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처럼 지역별 산업과 문화적 특성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의미가 적지 않다.
반도체 산업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산업·과학 교육을 연계하고, 문화예술 인프라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학교와 지역 문화시설을 연결할 수 있다. 농촌지역 역시 지역 생태와 농업자원을 교육 프로그램과 결합할 여지가 있다.
교육의 공간을 학교 담장 안에서 지역사회 전체로 넓히는 셈이다. 다만 지역별 교육 인프라 차이가 큰 만큼 ‘벽깨기’가 또 다른 교육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 설계도 필요하다.
교육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사이에 프로그램의 질과 선택권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의 또 다른 핵심 문제는 교권이다. 교사가 민원과 갈등에 대한 부담 때문에 교육활동에 소극적으로 변한다면 어떤 교육혁신도 현장에서 뿌리내리기 어렵다.
안 교육감이 경기교육대전환에서 교권 보호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는 이유다. 하지만 교권 보호가 학부모와 학교의 관계를 대립적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은 보호하되 학부모가 자녀 교육과 관련해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통로 역시 열려 있어야 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교사 대 학부모’라는 대립 구도가 아니라 신뢰에 기반한 협력 구조다.
학부모의 정당한 의견은 학교가 듣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은 학부모가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안 교육감이 학부모와의 직접 소통을 강조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판단이 깔려 있다.
경기교육대전환은 이제 출발 단계다. 안 교육감은 지난 7월 취임하면서 ‘교육혁명으로 경기교육대전환을 완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폰프리스쿨과 RAS 교육, 교권 보호, 벽깨기, AI 교육 등을 잇달아 주요 과제로 내놓았다.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과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폰프리스쿨이 학생들의 생활습관과 학습태도를 실제로 변화시키는지, RAS 교육이 일회성 프로그램을 넘어 학교 교육과정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지, 교권 보호 정책이 교사들의 체감도 향상으로 이어지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지역별 교육격차와 학교별 여건 차이를 어떻게 줄일지도 과제다. 무엇보다 학부모와의 소통이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학부모가 제기한 문제를 교육청이 정책으로 어떻게 반영했는지 다시 설명하고, 시행한 정책의 결과를 공개하는 ‘피드백 구조’가 만들어져야 실질적인 참여형 교육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교육대전환이 성공하려면 교육청이 정책을 만들고 학교가 집행하고 학부모가 따라가는 기존의 일방향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와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교육정책의 설계와 실행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AI 시대의 교육은 아직 정답이 없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교육제도의 변화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식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며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경기도교육청이 내건 ‘경기교육대전환’도 결국 이 지점에서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 교육감은 학부모들에게 교육청과 함께 걸어달라는 뜻을 밝혔다.
교육청의 정책 선언이 학교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지, 학부모와의 만남이 정책 홍보를 넘어 실질적인 참여와 신뢰 회복으로 발전할지는 앞으로의 실행 과정에 달려 있다.
AI가 교육의 모습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지금, 경기교육의 실험은 이제 교실과 가정이라는 본무대에 들어서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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