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싸게 사는 쇼핑’에서 ‘가치를 고르는 소비’로. 경기 용인특례시 동백지역에 문을 연 ‘땡큐마켓 용인동백점’이 지역 자활사업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는 할인매장을 넘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자의 가계 부담을 낮추면서 자원 재활용까지 연결하는 ‘지역경제 선순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어서다.
용인특례시는 14일 동백 쥬네브 상가 1층에서 용인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자활사업단 리퍼브 마켓 ‘땡큐마켓 용인동백점’ 개소식을 열고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과 자활근로자, 용인지역자활센터 및 용인YMCA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땡큐마켓은 매장에 전시됐거나 소비자가 반품한 가전·생활용품 등을 다시 검수하고 손질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리퍼브(refurbished) 매장이다.
겉으로 보면 일반 리퍼브 매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곳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상품의 ‘두 번째 기회’와 사람의 ‘새로운 출발’을 하나의 공간에서 연결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필요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하고, 자활사업 참여자는 일을 통해 소득과 직무 경험을 얻는다. 판매 가능한 상품을 다시 시장으로 돌려보내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나의 매장이 소비·고용·환경이라는 세 영역을 동시에 연결하는 셈이다.
리퍼브 시장의 기본 원리는 단순하다. 전시상품이나 소비자 반품상품처럼 정상적인 사용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신상품 유통망에서 판매하기 어려워진 제품을 검수·정비한 뒤 다시 판매하는 것이다.
땡큐마켓 용인동백점 역시 반품된 물품을 구입해 검수하고 수리·정비한 제품을 판매한다. 가전제품과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다시 소비시장으로 돌려보내는 구조다.
여기에 ‘자활’이라는 공공적 기능이 더해졌다. 용인동백점에는 자활근로자 11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매장 운영과 상품 판매 등 실제 경제활동에 참여하며 자립 기반을 다지게 된다. 매장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설과 추석 연휴에는 문을 닫는다.
자활사업의 핵심은 단순한 현금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근로 기회와 경험을 제공해 경제적 자립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땡큐마켓의 의미는 ‘매장 하나가 문을 열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을 응대하며 매장을 관리하는 일상적인 경제활동 자체가 자활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자활근로자에게는 보다 현실적인 직업 경험과 자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자활사업이 지속되려면 공공적 가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가 실제로 상품을 구입하고 다시 매장을 찾는 ‘시장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땡큐마켓 용인동백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동백점은 지난 7월 1일부터 임시 운영을 시작했다. 정식 개소에 앞서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하는 일종의 시험 운영 기간이었다.
이 기간 월평균 매출은 약 2000만원을 기록했다. 자활사업단이 운영하는 매장이라는 공익성만 앞세운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 지갑을 열 정도의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일정 부분 보여준 셈이다.
리퍼브 제품의 가장 직접적인 경쟁력은 가격이다. 물가 부담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같은 기능의 제품이라면 보다 저렴한 상품을 찾는다.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포장 훼손이나 단순 반품, 전시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신상품 유통망에서 벗어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넓어진다. 그리고 땡큐마켓을 “전시상품과 이월상품, 반품상품 등을 잘 손질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리퍼브 마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는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고 자활사업 참여자는 새로운 일자리와 자립의 기회를 얻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땡큐마켓의 성패를 판단할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는 앞으로도 안정적인 상품 공급과 소비자 방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땡큐마켓 용인동백점이 내건 구호는 ‘싸게 사는 쇼핑보다, 가치를 고르는 선택’이다. 리퍼브 상품의 가격 경쟁력만을 강조하기보다 소비 행위에 사회적 의미를 더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소비자가 이곳에서 물건 하나를 구입하면 판매 실적이 발생하고, 이는 자활사업단의 운영 기반과 연결된다. 동시에 한 번 시장에서 밀려났던 상품은 새로운 사용자를 만나 수명을 연장한다.
‘상품→소비→폐기’라는 일방향 구조를 ‘상품→재정비→재판매→재사용’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자활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실험이다.
자활사업이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참여자에게 일할 공간만 마련해 주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소비자가 찾아오는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땡큐마켓이 지속 가능한 자활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도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 중요하다. ‘좋은 취지니까 구매한다’는 방식만으로는 장기적인 사업이 되기 어렵다. 상품의 품질과 가격, 서비스, 접근성 등 일반 유통매장이 갖춰야 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백점의 월평균 매출 실적이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도 땡큐마켓을 단순한 판매시설보다는 자활 기반을 확대하는 공간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용인 곳곳에 시민들의 자활역량을 키울 수 있는 사업공간이 늘어나는 것을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용인 1호점인 동백점이 잘 운영돼 앞으로 2호점, 3호점도 연이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땡큐마켓을 준비한 지역자활센터 관계자와 관계자, 용인특례시 공직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이곳에서 일하게 될 자활근로자들의 활동을 응원했다.
개소식에서도 이 시장은 땡큐마켓이 소비자에게는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제공하고 자활근로자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백점이 성공적으로 운영돼 취약계층의 자활역량을 키우는 사업이 용인에서 확대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말했다.
현재 동백점은 용인에서 운영되는 여러 자활사업단 가운데 하나다. 용인시에 따르면 땡큐마켓 용인동백점을 포함해 지역에서는 총 12곳의 자활사업단이 운영되고 있으며 131명의 자활근로자가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동백점의 향후 성과는 개별 매장의 성공 여부를 넘어 용인시가 자활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자활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지원’과 ‘자립’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일자리가 지원 종료 이후에도 경제활동으로 연결되려면 참여자가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무 능력과 경험을 갖춰야 한다.
매장형 자활사업이 갖는 장점은 여기에 있다. 상품 관리부터 진열, 판매, 고객 응대, 재고 관리까지 실제 유통업 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땡큐마켓에 참여한 자활근로자들도 개소식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일터에서 서로 존중하고 성실한 자세로 근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들의 작은 실천이 새로운 가치와 희망으로 이어지고 더 큰 내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내놨다.
결국 자활사업의 최종 목적은 ‘사업 참여’ 그 자체가 아니라 참여자가 스스로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다.
따라서 땡큐마켓의 성과 역시 단순 매출액뿐 아니라 참여자의 직무 역량 향상, 안정적인 일자리 전환, 사업의 지속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경제의 관점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은 대규모 기업 유치나 산업단지 조성, 전통시장·골목상권 지원 등에 무게가 실려왔다.
하지만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작동하는 ‘생활경제’ 역시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민에게는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며, 버려질 가능성이 있던 상품을 다시 유통하는 땡큐마켓 모델은 규모는 작지만 지역 안에서 경제적 가치가 여러 차례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특히 경기 침체나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리퍼브 시장의 가격 경쟁력이 소비자에게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지역 주민이 물건을 구매하고 그 소비가 자활근로자의 일자리 유지에 도움을 주며, 다시 지역 내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형성된다면 지역 밀착형 사회적경제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공익적 목적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땡큐마켓이 용인 2호점과 3호점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백점의 자립적인 운영 기반이 확인돼야 한다.
첫 번째 과제는 안정적인 상품 확보다. 리퍼브 매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적정한 가격에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상품의 종류가 지나치게 제한되거나 재고 확보가 불안정하면 소비자의 재방문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두 번째는 품질에 대한 신뢰다. 반품·전시상품 등에 대한 소비자의 가장 큰 우려 가운데 하나는 제품 상태다. 검수와 수리 과정을 체계화하고 제품 상태와 관련 정보를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자활근로자의 역량 강화다. 단순 판매 업무를 넘어 상품관리, 고객서비스, 유통, 재고관리 등 실제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무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자활사업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마지막은 수익성과 공익성의 균형이다. 상품을 지나치게 싸게 판매하면 사업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면 소비자가 찾지 않는다. 자활근로자의 일자리라는 공익적 가치와 매장의 경영 효율성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땡큐마켓 용인동백점의 출발은 일단 숫자 면에서는 관심을 끈다. 7월 임시 운영 이후 월평균 약 2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11명의 자활근로자가 참여하고 있다. 용인 전체로 보면 12개 자활사업단에서 131명이 경제적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개점 초기의 관심을 넘어 지역 주민이 꾸준히 찾는 생활형 매장으로 정착할 수 있는지, 자활근로자의 실질적인 자립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러한 성과가 제2·제3의 사업장으로 확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상일 시장이 기대한 ‘2호점, 3호점’ 역시 동백점의 성과가 뒷받침될 때 현실성을 갖게 된다. 땡큐마켓에서 다시 팔리는 물건은 한 번 유통시장에서 밀려났던 상품들이다.
그러나 다시 손질하고 가치를 더하면 새로운 소비자를 만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일할 공간과 경험을 통해 경제적 자립의 기회를 넓히는 것이다.
상품에는 두 번째 쓰임을, 사람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간. 용인 동백에서 시작된 작은 리퍼브 매장이 단순한 ‘착한 가게’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와 자활사업의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