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화성특례시가 반도체 산업과 사법 인프라라는 두 축에서 동시에 의미 있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산업 현장과 국회를 오가는 일정을 공개하며, 도시 발전 전략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단순한 일정 소개를 넘어, 화성이 지향하는 도시 비전과 정책 기조가 압축된 하루였다.
정 시장은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하루 일정을 전하며, ‘세미콘 코리아 2026’ 현장 방문과 국회 일정, 그리고 화성시법원 설치 법안 통과 소식을 언급했다. 해당 게시글에서 정 시장은 반도체 산업 중심지로서 화성의 위상을 강조하고, 사법 인프라 확충의 의미를 함께 짚었다.
표면적으로는 시장 개인의 일정 공유에 불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도시 정책의 맥락에서 들여다보면, 산업 경쟁력과 행정·사법 인프라 강화라는 지방정부 전략이 교차하는 장면으로 읽힌다.
이날 정 시장의 하루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 현장에서 시작됐다. 세미콘 코리아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대표 전시회다. 장비, 소재, 부품 기업부터 설계·공정 기술 기업까지 산업 전반의 흐름이 집약되는 자리다.
정 시장은 게시글에서 “세미콘에 참여한 550여 개 기업 가운데 우리 화성특례시 기업이 71개나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화성시가 반도체 및 첨단 제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화성은 이미 국내 산업 지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비롯해 다수의 첨단 제조 기업이 밀집해 있고, 반도체 장비·부품 협력업체들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수도권 접근성, 산업단지 인프라, 연구개발(R&D) 기반이 결합된 구조다.
정 시장이 전시회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지방정부 수장이 산업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행위는 단순한 의전 일정이 아니다. 기업 지원 의지, 산업 정책 우선순위, 도시 브랜드 전략을 동시에 드러내는 메시지다.
특히 화성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산업 입지 제공을 넘어, 인력 수급, 교통망 확충, 규제 협의, 정주 여건 개선까지 관여해야 하는 시대다.
정 시장의 표현대로라면 “반도체와 첨단산업의 중심지로서 화성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는 도시 정체성과 직결되는 발언이다.
그러나 산업 성장의 이면에는 구조적 고민이 따른다. 기업 집적이 가속화될수록 교통, 주거, 교육, 행정 서비스 등 도시 인프라 부담이 커진다. 최근 수도권 산업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자본·기술 집약 산업이다. 대규모 투자와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 이는 곧 도시 차원의 대응을 요구한다. 출퇴근 교통망, 전문 인력 정주 환경, 교육 인프라, 생활 편의시설 확충이 필수 조건이 된다.
화성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산업 확장 속도에 비해 도시 인프라가 뒤따르지 못할 경우, 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산업 정책과 도시 정책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정 시장의 행보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산업 현장을 찾는 동시에 국회를 방문한 일정이 이를 방증한다.
정 시장은 오후 일정으로 국회를 찾았다고 밝혔다. 여러 현안 협의를 위한 일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지방정부 수장의 국회 방문은 점점 일상화되고 있다.
지방자치 시대가 심화되면서, 주요 정책 결정 구조는 여전히 중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법률, 예산, 제도 설계 등 핵심 권한은 국회와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특히 사법 인프라, 교통망, 대규모 개발 사업 등은 지방정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중앙정치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 시장이 같은 날 접한 ‘기분 좋은 소식’ 역시 국회에서 나왔다. 화성시법원 설치를 담은 법률안 통과다.
정 시장은 게시글에서 “국회에서 화성시법원 설치를 담은 법률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는 화성 도시 발전사에서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사법 인프라는 흔히 간과되기 쉽다. 그러나 도시 기능 측면에서 핵심 요소다. 법원, 검찰청, 등기소 등은 단순 행정 기관이 아니라, 시민 생활과 기업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화성 시민과 기업 상당수는 인근 도시 법원을 이용해 왔다. 이는 시간적·경제적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민사, 형사, 가사 사건뿐 아니라 기업 관련 소송, 등기, 법적 분쟁 처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편이 발생한다.
사법 접근성은 도시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기업 입장에서 법적 분쟁 해결 구조는 중요한 고려 요소다. 산업 도시일수록 더욱 그렇다.
화성시법원 설치는 단순한 행정 편의 차원을 넘어선다. △시민의 사법 접근성 개선 △기업 활동의 법적 안정성 강화 △도시 기능의 독립성 확보 △특례시 위상에 걸맞은 제도 기반 구축 등 특례시로 지정된 도시가 사법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상징성과 실질성을 동시에 지닌다.
흥미로운 지점은 정 시장의 하루에서 드러난 두 장면이다. 반도체 전시회, 법원 설치 법안 통과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그러나 도시 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동일한 축으로 연결된다. 모두 ‘도시 경쟁력’의 문제다.
산업은 경제적 기반을, 사법 인프라는 제도적 기반을 형성한다. 하나는 성장 동력, 다른 하나는 안정 장치다. 산업만 성장하고 제도 인프라가 뒤따르지 않으면 도시 기능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제도만 갖추고 산업 기반이 약하면 도시 활력은 제한된다. 화성은 현재 두 축을 동시에 확장하려는 단계에 있다.
정 시장은 게시글 말미에서 “앞으로도 현장에서 기업과 시민을 만나고, 국회와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 도시 화성특례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방정부 수장의 전형적인 수사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지방 행정 환경을 고려하면, 일정한 정책 기조가 읽힌다.
아울러 ‘대한민국 최고 도시’라는 표현은 정책 목표이자 도시 브랜드 전략이다. 산업·인프라·행정 역량을 통합한 이미지 구축 시도로 해석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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