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가 현재를 돕고, 시민이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가”
 
[이코노미세계] 오늘은 2025년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는 날이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10월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렇게 운을 뗐다. 올해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그는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한강 작가님이 생각난다”라며 문학과 시민 의식, 그리고 민주주의의 관계를 되새겼다.
정 시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 중 인용한 두 문장을 다시 꺼내 들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정 시장의 “이 질문이 단지 문학의 사유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지난겨울 우리가 겪었던 여러 사회적 경험 속에서 체감되었다”고 덧붙였다.
또 “문학이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 민주 시민들은 알게 되었다”는 그의 말에는 정치인으로서의 감상과,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성찰이 함께 묻어 있었다.
특히 이날은 제579돌 한글날이었다. “한글날에 노벨문학상 발표가 겹친 오늘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는 그의 말처럼, 정 시장의 메시지는 문학과 언어, 그리고 공동체적 자긍심이 하나로 만나는 지점을 상징했다.
정 시장이 언급한 한강의 질문은 단순히 철학적 성찰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과 책임, 그리고 공공의 윤리에 대한 물음이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공동체가 겪은 고통의 역사 세월호, 코로나19, 기후재난 속에서 우리가 어떤 ‘배움’을 얻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문장은, 과거의 희생이 오늘의 시민 윤리로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시대적 과제를 던진다.
정 시장은 이러한 질문을 “민주 시민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문학이 정치의 언어를 넘어 시민의 삶을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정명근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기억을 도시의 에너지로 바꾸는 행정”을 지향해 왔다. 3·1운동의 역사, 제암리 순국선열의 정신, 지역 공동체의 상처와 치유의 기록을 화성시의 문화정책과 시민교육의 축으로 삼았다.
실제로 화성시는 지난해부터 ‘기억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지역의 근현대사 기록물과 시민 구술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 시장은 이 사업을 두고 “과거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민이 주체적으로 역사와 마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의 SNS 글에서 언급된 “문학이 삶과 연결되는 경험”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화성시는 올해 들어 ‘문학으로 읽는 도시’ 시리즈를 시작했다. 지역 작가, 청소년, 시민이 함께 문학을 통해 도시를 읽고 쓰는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로, ‘책 읽는 도시 화성’이라는 공공브랜드를 완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 시장은 “노벨문학상은 작가 한 사람의 영예가 아니라, 한 사회가 문학을 통해 성숙하는 과정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한국 시민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다. 그것은 문학의 승리이자 시민의 성숙의 증거였다”고 회상했다.
특히 정 시장은 ‘시민의 언어’와 ‘공공의 언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정치의 언어가 아닌 문학의 언어로 세상을 설명할 때, 시민은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행정의 효율보다 공감과 서사를 중시하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정명근 시장의 메시지는 단순한 축하의 말이 아니라, 한 사회의 문화적 깊이를 되묻는 질문이다. ‘한글날’과 ‘노벨문학상 발표일’이 맞물린 날, 언어의 힘을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을 잇는 매개’로 보았다.
정 시장이 던진 메시지는 이렇게 요약된다. “문학은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때, 비로소 공동체가 단단해진다.”
정 시장은 끝으로 “오늘 저녁 8시, 스웨덴 한림원에서 발표될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기대하며, 우리 모두의 언어와 문학, 그리고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해본다”고 글을 맺었다.
정명근 시장의 이번 메시지는 지방행정 수장으로서 보기 드문 ‘문학적 감수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정책이나 성과 대신, 언어·기억·공동체라는 추상적 주제를 통해 시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최근 정치권 전반에서 나타나는 ‘감성 정치’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단순한 정서적 호소를 넘어선다. 정 시장이 강조한 ‘문학이 삶을 구한다’는 인식은 지방자치가 시민의 문화적 기반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철학적 관점으로 읽힌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SNS 발언이 ‘심층기획 기사’의 주제가 될 만큼 주목받은 것은 드물다. 하지만 정명근 시장의 글은 단지 감상의 기록이 아니라, 시민의 기억과 언어를 정치의 중심으로 불러오는 새로운 리더십의 실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명근 화성시장이 한강 작가의 문장을 빌려 던진 두 개의 질문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는 지금 한국 사회의 문화적 자화상에 대한 성찰로 확장된다.
그의 메시지는 문학이 단지 예술의 영역이 아니라, 시민의 윤리와 도시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공공의 언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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