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의 호기심이 지역의 정체성을 바꾼다
 
[이코노미세계] 부천의 한 교실에서는 로봇을 조립하는 소리가 들리고, 분당의 과학실에서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실험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들이 내년부터는 ‘미래형 과학고’라는 이름 아래, 경기도의 새로운 과학교육의 주역으로 성장하게 된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7일 “부천고와 분당중앙고의 과학고 전환이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다. 앞서 시흥(바이오 분야)은 이미 심사를 통과했고, 이천(반도체 분야)은 내년 상반기 결정을 앞두고 있다.
각 학교는 지역의 산업 특성과 맞닿은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부천은 로봇, 분당은 인공지능, 시흥은 바이오, 이천은 반도체. ‘산업’이라는 거대한 키워드 안에서도 교육은 ‘사람’을 중심에 두려는 시도다.
임태희 교육감은 “미래형 과학고는 단순한 명문학교 확장이 아니라, 지역의 특성과 학생의 잠재력을 함께 키우는 공공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서열 매기기식 과학교육’을 넘어, 지역의 아이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배우는 공동체적 과학교육 모델을 강조한다.
이는 경쟁 대신 ‘공유’의 가치를 세우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입시 중심의 교육 대신, 과학적 태도와 호기심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지역 속에서 실현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미래형 과학고’는 단순히 학교 몇 곳이 늘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산업, 문화, 청소년이 함께 호흡하는 ‘교육 생태계’를 새로 짜는 작업이다.
부천은 로봇산업 클러스터와 연계해 청소년 창작 로봇 페스티벌을, 분당은 AI 윤리 토론 수업과 지역 스타트업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시흥은 바이오 실험실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열린 과학 플랫폼’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천은 반도체 기업과 연계한 산학연 체험 코스를 구축 중이다.
이처럼 과학이 교실을 넘어 지역의 언어로 스며드는 과정은, 도시의 문화적 자산을 새롭게 구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과학이 곧 ‘삶의 문화’로 자리 잡을 때, 지역 공동체는 더 단단해진다.
임 교육감은 “국가의 미래는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는 곧 과학의 본질이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성장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과학 인재들이 안정보다 도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과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말 속에는 단지 교육 정책이 아니라, 한 세대의 가치관을 바꾸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경기도의 미래형 과학고는 ‘천재’ 몇 명을 길러내는 학교가 아니라, ‘과학이 일상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마중물이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교육은 더 이상 입시의 도구가 아니라 지역 문화를 잇는 다리가 될 것이다.
경기도의 미래형 과학고는 산업 육성과 교육 혁신의 경계를 넘는 ‘문화적 시도’로 읽힌다. 과학이 산업의 언어에서 지역의 문화로 전환되는 과정, 학생이 경쟁의 주체에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변화, 그리고 학교가 지역사회 속 ‘공유의 광장’이 되는 실험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교육정책이 아니라, ‘배움의 문화’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다. 로봇을 배우는 아이, 인공지능을 탐구하는 청소년, 바이오 실험을 돕는 시민 모두가 하나의 문화 주체로 연결되는 사회 그것이 임태희 교육감이 그리는 ‘과학이 존중받는 사회’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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