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안성맞춤”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조선시대부터 전국에 명성을 떨친 안성 유기(鍮器)의 빼어난 솜씨에서 비롯된 말이다. 안성시는 이 유기의 전통과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안성맞춤박물관에서 ‘슬기로운 유기생활’ 특별전을 열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전시 소식을 직접 알리며, “안성유기를 더 많은 시민과 아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초등학교 3학년 교과 과정과 연계되었다는 점이다. 개막식에는 대덕초등학교 3학년 1반 학생들이 초대되어 직접 유기를 만지고, 다른 금속과 비교하며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유기의 차가우면서도 묵직한 질감에 흥미를 보였고, 단순히 눈으로 보는 전시가 아닌 체험형 학습의 장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시도는 전통문화 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무형문화재 전수자는 개막식 인사말에서 “유기가 전통으로만 전수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쓰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유기는 과거에 밥그릇, 국그릇, 제기 등 생활용품으로 널리 쓰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공예품’ 혹은 ‘전시용’의 이미지로 한정돼왔다.
이에 안성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 공예가 단순히 ‘보존’의 차원을 넘어, 생활 속 실용성을 되찾는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즉, 유기가 다시 밥상 위에 오르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특별전은 단순히 교육·문화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통 공예의 현대적 활용은 지역 경제와도 연결된다. 전통문화가 생활화되면 관련 공방, 장인, 소규모 기업들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특히 안성은 이미 ‘안성맞춤’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갖추고 있어, 유기를 현대적 디자인·기능성과 결합할 경우 관광·상품화의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 연계는 미래 소비층을 확보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전시를 보는 경험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전통공예를 ‘쓰는 문화’로 각인시키는 것이다.
안성맞춤박물관의 ‘슬기로운 유기생활’ 특별전은 전통의 계승을 넘어, 전통을 어떻게 현대 생활 속에 안착시킬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김보라 시장은 “공예품이란 말은 본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이 예술적으로 빚어진 것을 뜻한다”며 “따라서 정책도 유기를 생활 속에서 사용하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전시는 과거의 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생활·경제와 연결해 전통을 되살리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작은 손끝에서 느껴진 묵직한 유기의 온기가, 안성이라는 도시와 한국 사회 전반에 새로운 문화적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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