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대와 세대, 시민과 마을을 잇는 ‘작은 축제’
 
[이코노미세계] 선후배가 모여 정담을 나누고 추억을 나누는 소중한 자리였다. 10월 3일 개천절, 고양특례시 일산서구 곳곳은 오랜만의 활기로 가득했다.
일산초·덕이초·송포초 총동문 체육대회가 같은 날 일제히 열리며, 운동장은 웃음과 환호로 가득 찼다. 김운남 고양특례시의장 역시 행사에 참석해 SNS를 통해 “서로 축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일산 지역의 세 초등학교는 모두 지역의 성장과 함께한 역사를 품고 있다. 1980~90년대 일산신도시 개발 이후 급속히 늘어난 인구 속에서, 학교는 지역 정체성의 중심이자 세대 간 연대의 구심점이 되어왔다.
이번 체육대회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본격적인 대면 행사로 열린 것으로, 1기 졸업생부터 30대 젊은 동문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참여가 눈에 띄었다.
행사장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다. “아버지가 다닌 학교라 아이와 함께 왔다”는 한 참가자는 “학교와 지역이 함께 늙어간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런 자리가 고양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가 열린 10월 3일은 개천절이었다. 김운남 의장은 이를 두고 “하늘이 열린 날에 지역 공동체가 다시 모였다”며 “고양의 정체성과 시민의 품격을 함께 다지는 뜻깊은 날”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시는 최근 특례시 승격 이후 ‘지역 공동체 복원’을 주요 시정 철학으로 삼고 있다. 도시 확장과 인구 이동으로 약해진 ‘이웃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주민자치 축제·동문행사·자원봉사 연계 프로그램 등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 이번 동문 체육대회 역시 이런 맥락에서 ‘자발적 시민 공동체 회복’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총동문 체육대회는 운동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참가자들은 축구, 족구, 줄다리기 같은 경기로 친목을 다졌지만, 동시에 지역 정치인·상공인·교육계 인사들이 함께 모여 ‘비공식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김운남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각 학교 동문회 회장단, 상공회의소 관계자 등은 행사장에서 지역 발전과 청년 일자리 문제, 학교 환경개선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 한 동문은 “예전엔 단순히 동문 행사였지만, 이제는 ‘지역이 함께 움직이는 협력의 플랫폼’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지역 체육행사는 올해 들어 전국 곳곳에서 재개되고 있다. 특히 일산처럼 고도화된 도시화 지역에서 ‘대면 공동체 축제’가 부활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산지역 동문 체육대회가 지역 공동체 복원과 사회자본 재생의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본다. 성균관대 도시사회학과 한 연구원은 “대도시 근교의 신도시들은 물리적 인프라에 비해 ‘공동체의 뿌리’가 약하다”며 “학교 동문 네트워크가 도시 정체성 회복의 매개로 기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기도 여러 지자체가 ‘학교 기반 공동체’를 활용한 정책을 시범 도입 중이다. 남양주시는 초·중·고 동문회를 중심으로 ‘마을 자치포럼’을 운영하고, 수원시는 ‘청년봉사단 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세대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일산초·덕이초·송포초 총동문 체육대회는 단순한 추억의 재현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회복’의 실험장이었다. 학교라는 기억의 공간에서 출발한 유대가 마을로, 그리고 도시 전체로 확산될 때, 지역 민주주의는 더욱 건강해진다.
김운남 의장은 “고양은 물리적 성장보다 시민의 품격과 관계의 복원이 중요하다”며 “시의회 역시 이런 시민 중심의 공동체 운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