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의회 김미리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김장문화 활성화 및 지원 조례'가 5일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 ‘제22회 한국지방자치학회 우수조례 시상식’에서 개인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방의회 입법 성과를 가늠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평가받는 이 상은 전국 지방의회의 의원 발의 조례를 대상으로 창의성·합법성·정책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수여된다.
이번 수상은 전통 식문화를 단순한 보존 차원을 넘어 지역 정책으로 제도화하고, 공동체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어내는 정책 수단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김장은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공동체성과 나눔의 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 문화 자산이다. 한 해를 준비하는 저장 음식 문화를 넘어 이웃과 음식을 나누고, 세대가 함께 모여 노동과 정을 나누는 집단적 생활문화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도시화와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식생활의 간편화 등 급격한 생활양식 변화는 김장 문화를 점차 일상에서 밀어내고 있다. 대규모 김장을 치르기 어려운 주거 환경, 시간 부족, 인력 부족 등이 겹치면서 ‘김장하는 집’은 줄어드는 추세다.
김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가지 음식 문화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공동체적 경험의 축소, 세대 간 생활문화 전승의 단절, 이웃 간 연대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 진단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제정된 것이 바로 '경기도 김장문화 활성화 및 지원 조례'다.
이번 조례는 김장 문화를 지역 공동체와 함께 계승·확산하기 위해 마련된 전국 최초의 제도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조례에는 ▲김장문화 체험 프로그램 운영 ▲공동체 김장 지원 ▲관련 교육 및 홍보 사업 추진 등 전통 식문화 보존과 세대 간 문화 전승을 위한 구체적 사업 근거가 담겼다.
특히 단순한 행사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의 틀을 명문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방정부가 전통문화를 ‘권장’하는 수준을 넘어 ‘지원’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심사위원회는 ▲전통 식문화를 지역 정책으로 제도화한 점 ▲공동체 중심의 문화 계승 모델을 제시한 점 ▲실질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해 정책 실행력을 확보한 점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례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김장 문화를 ‘행사’가 아닌 ‘정책’으로 접근했다는 데 있다.
그동안 김장은 지자체 축제나 일회성 나눔 행사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았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김장 나눔 행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단발성에 그치기 쉽고, 주민 참여가 구조화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반면 이번 조례는 김장을 공동체 회복과 사회적 연대 형성의 정책 수단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단순히 김치를 담그는 행위를 넘어, 세대가 함께 모여 배우고 나누는 과정 자체를 지역 정책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는 최근 지방자치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생활밀착형 입법’의 전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민의 일상과 맞닿은 문화와 관습을 정책으로 연결해 지역 공동체의 질을 높이겠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조례 제정에 따라 경기도는 김장문화 체험 및 나눔 프로그램, 공동체 김장 지원 사업, 관련 교육·홍보 사업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도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교·마을공동체·복지기관 등과 연계해 세대 통합형 김장 행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 공동체 중심의 전통 식문화 계승 정책을 체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미리 의원은 수상 소감을 통해 “김장문화는 평범한 음식 준비를 넘어 세대와 이웃을 잇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동체 문화”라며 “이번 조례가 전통의 가치를 오늘의 정책으로 연결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도민의 삶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생활밀착형 입법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상은 지방의회가 지역 경제·개발 정책뿐 아니라 문화와 공동체 영역에서도 적극적인 입법 주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지방자치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단순한 행정 집행 감시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산을 정책화하는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김장문화 지원 조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화 입법’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또한 전통을 현대적 제도와 결합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로의 확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역 고유의 문화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향후 지방의회 입법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김 의원은 조례 제정 이후에도 현장과 제도를 함께 살피는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도민이 실제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다.
이어 전통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 일은 단순한 과거의 보존이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일지 모른다. 김장 한 포기에서 시작된 입법이 지역 공동체의 회복과 연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정책 실험이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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