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여성의 삶과 노동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며 미혼 여성 비중이 늘어나는 한편, 경제활동 참여는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돌봄 부담과 경력단절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새로운 형태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성 고용률 상승이라는 긍정적 흐름 이면에 구조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1일 발표한 ‘경기도 여성 인구구조 및 고용률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수치로 명확히 보여준다. 2016년과 2025년을 비교 분석한 결과, 경기도 15~54세 여성 인구는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인구 구성과 고용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 여성 비중은 2016년 34.9%에서 2025년 41.9%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미성년 자녀를 둔 기혼 여성 비중은 같은 기간 37.7%에서 33.3%로 줄었다.
이는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를 반영한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고, 다자녀 가구가 줄어드는 저출산 흐름이 여성 인구 구조 전반에 깊게 스며든 것이다. 특히 출산 연령이 40대 이후까지 확대되면서 기존의 생애주기 패턴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고용 측면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2025년 경기도 여성 고용률은 64.8%로 2016년 대비 7.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30대 고용률은 57.4%에서 73.7%로 16%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결혼과 출산 시기에 맞춰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이제는 경력을 유지하며 노동시장에 남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른바 여성 고용의 ‘M자 곡선’도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출산·육아 시기에 고용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40대 고용률 상승폭은 65.1%에서 67.9%로 제한적이었다. 이는 경력단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시기가 뒤로 밀렸음을 의미한다. 즉,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 구간이 30대에서 40대로 이동하는 ‘지연된 경력단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혼 여성의 경우 미성년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은 개선됐지만 여전히 자녀가 없는 여성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자녀 수가 많거나 자녀 연령이 낮을수록 고용률이 낮아지는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이는 돌봄 부담이 여전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제한하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고용률 상승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일자리는 늘었지만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특히 초등 저학년 이하 자녀를 둔 여성의 경우 돌봄 공백이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여성 일자리의 양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보건·복지, 제조, 도·소매, 교육서비스업 등 전통적인 여성 중심 산업에서 벗어나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으로 진출이 확대됐다. 직종에서도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사무직 비중이 증가했다.
고용 형태 역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상용근로자 비중이 증가하고 근로시간은 감소했으며 평균임금은 상승했다. 이는 전반적으로 일자리 안정성과 질이 향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모든 계층에 고르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기존의 여성 고용정책이 ‘경력단절 이후 복귀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경력 유지와 발전 지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민영 경기도일자리재단 연구위원은 “여성의 생애주기가 변화한 만큼 정책도 이에 맞춰 재설계돼야 한다”며 “유연근무제 확대와 함께 자녀 연령별 맞춤형 돌봄 지원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40대로 이동한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장년 여성 대상 재취업 지원뿐 아니라, 애초에 노동시장 이탈을 막는 예방적 정책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경기도 여성 고용은 분명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 그러나 돌봄 부담, 경력단절의 이동, 계층 간 격차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여성이 생애 전반에 걸쳐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이라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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