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백제에서 조선까지 수백 년을 군사·교역의 거점으로 삼았던 유서 깊은 성, 당성(唐城). 그러나 오늘날의 당성은 역사 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다. 이 성이 품은 문화적, 지리적 가치를 알고 있는 시민은 많지 않다. 최근 김경희 화성시의원이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이 ‘잊힌 유산’의 종합 복원과 관광자원화를 제안하며 이목이 쏠리고 있다.
7월 제243회 제2차 본회의장에서 울려 퍼진 이 인상적인 문장은 김 의원의 강한 문제의식을 대변한다.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한 반면, 당성은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한 현실에 대한 날선 지적이었다.
김 의원은 “당성은 단순한 옛 성이 아니다. 화성시의 뿌리이자 정체성으로, 미래 세대에게 이어줄 문화 자산”이라며, 이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지정 사적 제217호로 지정된 당성은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해 있다. 백제시대에 축조된 이래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을 거치며 군사적 요충지로 기능했고, 서해를 통한 대중국 교역의 관문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고고학자들은 당성을 “해상 실크로드의 한 축”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현재 당성은 일반 시민에게조차 낯선 이름이 되었다. 유적지에 대한 안내와 콘텐츠가 부족하고, 접근성도 떨어져 관광객은 물론 지역 주민의 방문도 드물다. 김 의원은 “지금의 당성은 유적지로서의 역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화성시가 주도적으로 보존·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도 함께 제시했다. 단순한 보존을 넘어 당성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 플랫폼 조성을 위한 세 가지 전략이다.
첫째 문화재청과 협력한 종합정비계획 수립, △당성 일대에 대한 체계적 복원·보존 계획을 수립하고, 국가기관과 협력해 실질적 실행을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를 통해 사적지로서의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후속 사업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둘째 디지털 기술 활용 역사문화공원 조성, △첨단 기술을 활용한 AR·VR 콘텐츠, 디지털 해설 시스템 등을 도입해 교육·관광 연계형 문화공간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지역 학생들의 역사체험 학습장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셋째 서해 역사문화관광 벨트 구축, △당성을 중심으로 궁평항, 제부도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서해안 문화벨트’를 조성하자는 방안도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을 통한 국비 확보 가능성도 언급하며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김 의원은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이 된 배경에도 치밀한 준비와 전략이 있었다”며, 당성 역시 ‘계획과 실행과 유산화’의 단계별 발전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성 복원사업은 단순히 옛 건축물 하나를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화성시의 역사성과 지역 정체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문화·관광·교육·경제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다층적 자산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로컬 역사 유산’ 발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당성은 화성시만이 보유한 독자적 문화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김 의원은 “이제는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공간으로 당성을 재창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발언을 마무리하며 “이제는 당성을 깨워야 할 시간”이라며, 정치권과 행정, 시민 모두의 공감과 실행력을 주문했다. 혼자만의 구호가 아닌, 도시의 장기비전을 위한 공동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화성시는 현재 대규모 개발사업과 함께 도시 정체성 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당성’은 잊힌 과거의 유산에서 미래를 여는 문화코드로, 시민에게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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