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대 잇는 환경실천, 시민이 만든 도시 변화의 새 얼굴
 
[이코노미세계] 10월의 어느 날, 수원시청 별관 앞. 한 시민이 손에 든 생수병을 조심스레 기계에 넣는다. ‘삑’ 소리와 함께 화면에는 ‘10포인트 적립 완료’라는 문구가 뜬다. 그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번진다. “이제 버릴 때마다 돈이 쌓이네. 재미있다.”
이 평범한 순간이 바로 수원특례시의 자원순환 문화 실험이다. 시가 장안·팔달·권선·영통 4개 구에 20대의 ‘투명페트병 무인회수기’를 설치하면서, 버리는 행동이 곧 참여와 보상의 문화 행위로 바뀌고 있다.
수원시청 별관, 세류2동, 매탄4동 등 시민 접근성이 높은 곳에 설치된 회수기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이 다녀간다. 그중에는 학생도, 어르신도, 직장인도 있다.
“집 앞에서 페트병을 모으다가 한 번에 넣어요. 손녀와 함께요.” 매탄동 주민 김정자(68) 씨는 회수기 앞에서 “적립 포인트보다 손녀가 좋아하는 게 더 기쁘다”며 웃는다.
페트병 하나를 넣는 행위가 단순한 분리수거를 넘어, 세대가 함께하는 교육적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수원시는 이 과정을 ‘참여형 환경교육’의 첫 단계로 보고 있다.
무인회수기는 휴대전화 인증 후 하루 최대 100개까지 투입할 수 있으며, 한 개당 10포인트(1포인트=1원)가 적립된다. 적립금이 2000포인트 이상이 되면 현금으로 환전된다.
이 단순한 시스템이 시민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시 관계자는 “페트병을 넣는 사람들은 자신이 환경을 지킨다는 뿌듯함을 느낀다”며 “이제는 행정이 주도하는 환경정책이 아니라, 시민이 주인공인 문화운동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SNS에는 ‘수원무인회수기’ 해시태그와 함께 가족이 함께 페트병을 모으는 사진이 공유되고,
동네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동에도 설치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의 무인회수기 사업은 단순히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행정 조치가 아니다. 그것은 ‘시민이 스스로 환경의식을 실천하는 문화’를 만드는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민 참여형 모델이 지역 공동체를 더욱 유연하게 만든다고 평가한다. “환경은 결국 생활 문화의 문제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경기대 사회학과 이지훈 교수의 말이다.
그리고 “포인트라는 경제적 유인보다, ‘내가 하는 행동이 도시의 변화를 만든다’는 자긍심이 중요하다”며 “이런 경험이 쌓이면 수원은 단순한 행정도시를 넘어 ‘참여로 움직이는 공동체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은 이미 ‘시민이 만드는 도시정책’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시민참여형 공원관리제’에 이어, 이번 ‘무인회수기 사업’은 생활문화·환경·디지털을 결합한 복합 실험이다.
시는 내년부터 학교·공공기관·대형마트로 회수기 설치를 확대하고, 모바일 앱을 통해 시민들이 자신의 탄소절감량과 포인트를 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로써 ‘환경’이 행정의 영역을 넘어 시민생활의 문화적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매탄동 초등학교 앞, 방과 후 학생 몇 명이 투명페트병을 모아 회수기 앞에 선다. 한 손에는 음료병, 다른 손에는 스마트폰. 포인트가 쌓이는 화면을 보고 “우리가 지구를 지켰다!”며 환하게 웃는다. 이 풍경은 단지 쓰레기 수거의 모습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이 스스로 만드는 변화’, 그리고 ‘도시의 문화가 바뀌는 순간’이다.
한편 수원의 투명페트병 회수기는 결국 기계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버려지는 병 하나에도 시민의 참여, 공동체의 마음, 도시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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