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꽃향기 페스타, 도심형 화훼축제의 시험대 될 듯
[이코노미세계] 꽃이 농장을 떠나 시민의 일상으로 들어온다. 전시장 안에서 감상하는 데 머물렀던 화훼 행사가 쇼핑과 체험,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도심형 소비 공간으로 변신한다. 대한민국 유일의 화훼산업특구인 경기도 고양특례시가 대형 유통 시설과 손잡고 화훼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고양시가 구상하는 핵심 전략은 ‘상생형 리테일테인먼트’다. 소매를 뜻하는 ‘리테일(Retail)’과 즐거움을 의미하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결합한 개념으로, 소비자가 쇼핑 공간에서 꽃을 보고 만지고 체험한 뒤 자연스럽게 구매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화훼 축제가 대규모 전시와 관람객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고양시의 새 전략은 꽃을 일상적인 소비재로 정착시키는 데 무게를 둔다. 대형 쇼핑몰의 유동 인구와 문화·여가 기능을 활용해 지역 화훼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체험 기회를 선사하겠다는 것이다.
그 첫 무대가 오는 10월 중순 스타필드 고양에서 열릴 예정인 ‘고양 꽃향기 페스타’다. 단순히 꽃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행사가 아니라, 방문객이 꽃을 오감으로 즐기며 하나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도심 밀착형 축제로 꾸며진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은 “화훼는 관상용이 아니라 현대인의 생활 방식을 대변하는 감성 소비재로 진화해야 한다”며 “관내외 대형 유통 시설과의 상생 협력을 통해 화훼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꽃의 도시’ 고양의 미래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최근 지역 화훼산업의 소비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판매 장소부터 바꾸고 있다. 화훼단지나 전문 매장을 직접 찾아오는 소비자만 기다리는 대신, 시민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대형 쇼핑몰로 꽃을 들고나가는 전략이다.
시는 지역 대표 유통 시설과 수도권 주요 쇼핑몰에 고양지역 화훼를 활용한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임시 매장이지만, 소비자의 반응과 최신 유행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유통 실험의 장으로 주목받는다.
고양시는 올해 상반기 스타필드와 롯데아울렛 등 관내외 대형 유통사와 협력해 잇달아 화훼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지난 2월 스타필드 고양을 시작으로 3월 스타필드시티 위례점과 스타필드 부천점, 4월 롯데아울렛 고양터미널점 등에서 소비자와 만났다.
하반기에는 그동안 축적한 운영 경험과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팝업스토어를 한 단계 발전시킬 계획이다. 상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험과 전시, 사진 촬영, 맞춤형 상품 제작을 하나의 공간에 담는다.
특히 최근 화훼 소비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은 ‘반려 식물’과 ‘플랜테리어’를 적극 반영한다. 반려 식물은 정서적인 교감을 위해 가까이 두고 기르는 식물을, 플랜테리어는 식물을 활용해 실내 공간을 꾸미는 방식을 말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정서적 안정과 개성 있는 주거 공간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관련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고양시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1인 가구와 젊은 소비층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맞춤형 미니 분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식물과 화분, 장식 등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꽃과 식물을 특별한 날에만 구입하는 선물용 상품에서 일상적으로 즐기는 생활 상품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팝업스토어에는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릴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한다. 개성 있는 공간 연출로 방문객의 자발적인 홍보를 유도하고, 고양 화훼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꽃꽂이와 화분 만들기 등을 직접 경험하는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구매로 연결할 방침이다.
이 같은 방식은 화훼 농가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농가가 개별적으로 대형 유통 시설에 입점하거나 소비자를 직접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고양시가 유통업체와 협력해 공동 판매 공간을 조성하면 농가는 새로운 소비층을 만나고, 시장 반응을 바탕으로 상품을 개선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는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꽃과 식물을 가까운 쇼핑몰에서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산자는 판로를 넓히고, 유통업체는 차별화된 체험 콘텐츠를 확보하며, 소비자는 새로운 여가와 쇼핑을 즐기는 상생 구조인 셈이다.
이어 오는 10월 열릴 ‘고양 꽃향기 페스타’는 고양시가 추진하는 도심형 화훼 유통 전략을 집약한 행사다. 행사는 꽃 전시 위주의 전통적인 축제 형식에서 벗어나 팝업스토어와 몰입형 체험 콘텐츠를 결합한다.
고양시는 지역에서 생산된 꽃에 독창적인 이야기를 입히고 방문객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관람객이 완성된 전시물을 바라보는 수동적인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 속 주인공이 돼 행사장을 탐험하고 각 공간의 콘텐츠를 체험하는 구조다.
행사장에는 꽃을 활용한 이색 조형물을 설치하고, 최근 증가한 반려동물 동반 방문객을 위한 친화 공간도 조성한다. 고양시가 특허를 보유한 장미를 활용한 대표 포토존도 선보일 예정이다. 지역 고유의 화훼 품종을 전면에 내세워 다른 축제와 차별화하고 ‘고양의 꽃’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꽃을 구매하는 방문객에게는 다양한 혜택도 제공할 방침이다. 체험에서 얻은 관심과 즐거움을 실제 소비로 연결해 참여 농가의 매출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축제가 끝나면 소비도 멈추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시민이 집이나 사무실에서 꽃을 지속적으로 즐기는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의미다.
행사 장소로 대형 쇼핑몰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별도의 축제장을 찾아가야 하는 야외 행사와 달리 쇼핑몰에서는 쇼핑과 외식, 여가 활동을 위해 찾아온 시민도 자연스럽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날씨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가족과 연인, 반려동물 동반 방문객 등 다양한 계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고양시는 행사 준비를 위해 스타필드 고양 측과 공간 구성과 콘텐츠 운영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 민간 유통업체가 보유한 공간 운영 능력과 고양시의 화훼 생산 기반을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도심형 축제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고양시가 이처럼 도심 유통과 체험형 마케팅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오랫동안 축적한 화훼 생산 기반이 있다.
덕양구 원당동과 주교동 일대의 고양화훼단지는 2006년 전국 최초로 화훼산업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화훼 생산단지로, 민관 협력과 기술 지원을 바탕으로 품종 개량과 생산시설 고도화를 추진해 왔다.
시는 화훼 농가의 스마트팜 전환도 지원하고 있다. 온도와 습도, 빛, 급수 상태 등을 정보통신기술로 관리하면 기후 변화와 계절적 요인에 보다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생산 환경을 정밀하게 관리해 상품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노동력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설 현대화와 에너지 절감 설비 지원 역시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다. 화훼는 온도와 습도 변화에 민감해 재배 과정에서 상당한 시설비와 에너지 비용이 들어간다. 이상기후와 에너지 가격 변동이 커질수록 농가의 경영 위험도 높아지는 만큼, 생산시설의 현대화가 화훼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생산 이후에는 고양화훼유통센터가 물류를 담당한다. 수도권 유통·물류의 요충지에 자리 잡은 센터는 자동 냉난방 시설과 냉방 운송 차량을 활용해 유통 과정에서 꽃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꽃은 수확 이후 보관 온도와 운송 시간이 상품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정적인 저온 유통망이 중요하다.
전자경매 시스템도 운영한다. 거래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시장 정보를 공유해 농가가 생산한 꽃이 적정한 가격에 거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생산시설만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별과 보관, 경매, 운송을 연결해야 농가의 실질적인 소득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양시의 화훼산업 전략은 생산과 유통, 소비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마트팜과 시설 현대화를 통해 고품질 꽃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전문 유통센터를 통해 신선도를 유지한 뒤, 대형 쇼핑몰의 팝업스토어와 체험형 축제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는 구조다.
과제도 있다. 팝업스토어나 축제 기간에만 소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해서는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만들기 어렵다. 행사에서 고양의 꽃을 처음 접한 소비자가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판매와 상설 매장, 구독형 상품 등 지속적인 유통망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취향을 생산 현장에 빠르게 전달하는 체계도 중요하다. 반려 식물과 미니 분화처럼 생활 공간과 소비층에 따라 수요가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팝업스토어에서 확인한 판매량과 선호 품종, 가격대 등의 정보를 농가와 공유한다면 생산자 중심의 공급 구조를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는 구조로 바꿀 수 있다.
고양시는 앞으로 스마트 생산 체계와 선진 물류 기반, 도심형 마케팅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지역 화훼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꽃을 생산하는 도시를 넘어 꽃을 체험하고 구매하며 일상적으로 즐기는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10월 스타필드 고양에서 펼쳐질 ‘고양 꽃향기 페스타’는 이 같은 전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관람객 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실제 구매를 확대하고, 행사 이후에도 소비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내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고양의 꽃이 농장과 축제장을 넘어 시민의 거실과 책상, 일터에 얼마나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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