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의 복지정책이 단순한 지원 중심을 넘어 ‘이동권 보장’을 핵심 축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지 않는 한 교육과 노동, 문화, 의료 등 모든 사회 활동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재용 의원은 12일 열린 제39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경기도 복지는 장애인 복지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이동권 중심의 복지정책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날 발언에서 “장애인 복지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기준”이라며 “장애인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은 결국 모든 도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편의시설 확대를 넘어 도시와 교통, 보행환경 전반을 ‘장애인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동권이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기회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박 의원은 최근 공공시설과 건축물 내 장애인 편의시설은 일정 수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사로와 승강기, 장애인 화장실 등은 제도적 기준과 관리체계가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일상 속 이동환경은 여전히 장애인에게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행로와 횡단보도 등 이동환경은 법적 기준이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보도가 중간에 끊기거나 높은 턱이 존재하고 점자블록이 이어지지 않는 등 불연속적인 환경이 장애인의 안전과 독립적인 이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장애인 단체와 시민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보행환경 개선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몇 센티미터의 턱만 있어도 이동 자체가 제한될 수 있으며, 시각장애인의 경우 끊긴 점자블록이나 장애물 방치가 심각한 사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특정 지역이나 일부 시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도시와 구도심을 가리지 않고 보행 약자 중심 설계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도로와 보도, 횡단보도, 버스정류장, 지하철 출입구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이동 동선 전체가 단절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발언에서 이동권을 복지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이동할 수 있어야 삶이 시작된다”는 그의 발언은 장애인 복지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교육과 일자리, 문화와 복지서비스 등 모든 영역은 이동이 가능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며 “이동권은 단순한 편의 차원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장애인 복지를 단순한 생계지원이나 돌봄 서비스 차원에서 바라보던 기존 관점과 차별화된다. 이동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학교에 갈 수도, 직장에 출근할 수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도 없다는 점에서 사회 참여의 전제가 된다는 의미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가 확산됐음에도 여전히 상당수 사회 활동은 오프라인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동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장애인의 이동 제한은 곧 교육 기회의 제한, 노동시장 접근 제한, 문화 향유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 역시 이동권 정책 강화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해 보행 약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장애인 중심 이동환경 개선이 사실상 전체 사회의 과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박 의원은 이동권 강화 정책이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아차를 이용하는 부모와 노인, 일시적 부상자 등 모든 도민에게 이동권 정책은 필요하다”며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은 결국 도민 전체의 이동권을 확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장애 환경(Barrier-Free)’ 개념은 이미 세계 주요 도시의 도시정책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보행 약자를 고려한 설계는 특정 계층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시민 모두의 안전과 편의를 높이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낮은 턱 설계와 엘리베이터 확대, 음성안내 시스템, 보행 신호 개선 등은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와 어린이, 임산부, 관광객 등 다양한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들이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운영과 저상버스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별 편차가 크고 실질적 체감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 이동권 정책을 복지정책 일부가 아닌 도시 인프라 정책 전반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박 의원은 이동권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우선 보행로와 교차로, 대중교통을 아우르는 통합적 이동 기준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는 시설별 기준이 각각 운영되면서 실제 이동 동선 전체의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건물 내부는 접근 가능하지만 정작 건물까지 가는 길이 위험하거나 불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또 도로와 이동시설의 실제 이용 가능성을 평가하는 적합성 점검체계 마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단순히 법적 기준 충족 여부만 확인하는 형식적 점검이 아니라 실제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환경인지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특정 이동수단 중심의 지원 구조를 넘어 일상적 이동환경 개선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장애인 콜택시 등 특정 교통수단 지원에 정책이 집중돼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발언 말미에서 “이동권은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니라 존엄과 기회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경기도가 모두의 이동이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발언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단순 민원이나 복지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구조 전반의 과제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장애인이 이동하기 좋은 도시가 결국 모두에게 좋은 도시’라는 메시지는 앞으로 지방정부 정책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은 특정 집단을 위한 시혜가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기본 조건이다. 경기도가 박 의원의 제안처럼 이동권 중심 복지정책 전환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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